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크럽 켈리 Jan 14. 2019

35. 멘탈을 붙잡지 않는다

나는 수술실 간호사다



수술실에서 멘탈이 나갈 때가 여러번 있다


수술 스크럽 도중 나의 실수로 수술의 지체나 문제가 생겼을 때나..

 

고과의 수술재료 입력 누락 사실을 나중에 환자 퇴원 후 알게 되었을 때...


멘탈이 나갈 때는 수도 없이 많지만


나 같은 경우는 주로

나이트 근무 중...

대박 수술에 들어갈 때 멘탈이 종종 나간다


대박 수술이라 함은 한번 들어가서 아침 퇴근할 때까지 못 나오는 심장수술이라던가

내가 자주 해보지 않은 수술이라 프러시저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수술일 때

인성이 좋지 않은 교수님이 집도하는 수술일 때

밤을 새우는 것도 힘든데

고난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을 하나 보면

새벽 4시 5시쯤엔 정말 멘탈이 나간다


이 와중에 교수들의 욕 한 번이면 간신히 붙잡고 있는 나의 멘탈이 바람에 스카프 날려가듯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엔 어차피 나간 멘탈이라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바라질 않고

심호흡 두 번 후에

악으로 깡으로 독기 어린 마음으로 수술을 마친다

( 약간 이런 마음으로 버틴다 ‘ 한 번만 더 나에게 뭐라 하면 악으로 똘똘 뭉친 거대하고 뾰족한 나의 기분을 그대로 투여하리라’라는 마음이다 )

 

그런데 그런 상태가 되면 신기하게 더 이상 멘탈의 도움 없이도 교수들이 수술하면서 지적하거나 욕하거나 하지 않는다


수술실은 버텨내야 하는 곳이다


이왕이면 즐기면 좋겠지만...





* 오늘의 조언 *


멘탈따위에 연연하지 말자

멘탈이 나가도 수술은 끝낼 수 있다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34. 수술실 cctv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