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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현 Jan 24. 2020

2019년의 음악계를 정리해 보았다.

2020년의 초입에서 바라보는 '2019년의 음악계'

유독 떠들썩했던 2019년의 가요계를 정리했다. 각종 논란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해다. 예기치 못한 가수들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꽃은 피었고, 실망 속에서 소소한 감동도 맛보았다. 2020년의 초입에서 '2019년의 음악계' 바라본다.


1. 방탄의 위력, 세계로 뻗어 나가는 K-POP

2018년도, 2019년도 여지없이 방탄의 해다. 2018년 < Love Yourself 轉 'Tear' >, < Love Yourself 結 Answer >에 이어 2019년 발매한 < MAP OF THE SOUL: PERSONA >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정상을 꿰차며 케이팝의 주역이 되어 전 세계를 제패했다. 특히 세계적인 뮤지션 할시(Halsey)와 함께 작업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할시가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그들이 '진짜' 글로벌 스타임을 증명했다. 그야말로 세계로 뻗어 나간 방탄소년단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NCT DREAM, 슈퍼엠(SuperM)으로 이어졌다.

SM 소속 그룹들의 멤버를 모아 만든 슈퍼엠은 첫 미니앨범 < SuperM – The 1st mini album >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다수 월드 스타의 출현은 케이팝 시장이 점차 더 큰 세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슈퍼엠의 1위 달성은 굿즈를 앨범에 끼워 판매량을 높여 차트 성적에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적어도 세계를 겨냥한 케이팝의 도약은 당당해야 한다.

2. 음악 프로그램, 논란과 호평 사이

2019년은 < 미스트롯 >의 해였다. 변방의 음악, 특히 젊은 층에게 늘 멀었던 '트로트'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걸 꽃피운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종편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17.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송가인이라는 거대한 트로트 가수를 탄생시켰다. 송가인은 각종 예능과 광고를 섭렵하며 누구보다 황금 같은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흥행하며 더 나아가 '내일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앞두고 있으니, 올해는 누가 뭐래도 < 미스트롯 >의 해다.

반면 자신의 응원하는 가수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국민 프로듀서' 콘셉트를 내세운 < 프로듀스 101 >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나 이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은 여타 논란보다도 배신감을 안겼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 프로듀서'들의 진심이 짓밟힌 것이다. 성공의 기회는 결국 있는 자들에게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형, 주류 방송국에서 다시 한번 각인시킨 셈이다. 현재 프로그램의 수장이었던 안 PD는 조작을 인정했으며, 관련 인물 총 8명이 현재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진퇴양난이다.

< 퀸덤 >은 잡음으로 시작해 호평으로 끝맺었다. 각 팀이 잘한 팀과 못한 팀을 직접 투표하고 그 내용을 눈앞에서 공개하는 잔인한 자체 평가 방식과, 여성들의 경쟁 구도를 의도한 '캣파이트' 전략을 기획했다는 의견이 나오며 삐걱거리는 출발을 했으나 이후 진정성 있게 경연에 임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한, AOA는 '너나 해' 무대에 드랙퀸 댄서를 올려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이며 조회수 1000만뷰를 넘어가는 기록을 세웠다. 논란으로 시작되었으나 진심이 담긴, 완성도 있는 무대는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3. 발라드 대유행 속 피어난 사재기 논란

발라드는 더이상 가을의 전유물이 아니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길거리에는 어쩐지 청량한 썸머송보다도 절절한 이별 발라드가 가득 메웠으니 말이다. 차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포장마차', '니 소식',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조금 취했어',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 '이별주', '인기', '조금 취했어' 등등, 다소 낯선 이들의 '실감' 안되는 노래들이 실시간 차트를 장악했다.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한국식 발라드의 대유행! 좋게 말하면.

하지만 발라드의 유행과 사재기 논란 사이 경계는 모호했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음악들의 공통점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수들의 음악이 '새벽을 틈타' 차트를 차지했다는 것과 대부분 발라드라는 점이다. 무더위와 아이돌 팬덤을 이길 만큼의 비결에 대해 대중의 의구심은 날이 갈수록 증폭됐고, 여러 가수가 사재기 논란에 대해 입을 열면서 또다시 화두가 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백 대의 핸드폰으로 스트리밍을 돌리고 있는 '사재기 공장' 사진이 유출되기까지 했으니, 현 대중 음악사의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4. 페스티벌의 위기

여름은 한마디로 페스티벌의 계절이건만, 영 우리를 즐기지 못하게 만든 한 해였다. '지산 록 페스티벌'은 개최를 사흘 앞두고 돌연 취소되었고,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는 공연장소, 출연자가 변경되며 티켓 환급 요구 사건을 일으켰다. 또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록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아티스트를 메인에 내걸며 대중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해브 어 나이스 데이'와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가 취소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마디로 페스티벌의 위기였다.

그 불씨를 더욱더 거세게 지핀 건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의 앤 마리, 다니엘 시저, 빈지노의 공연이 취소된 것과 그에 따른 주최사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안내와 달리, '2002'로 국내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앤 마리는 개인 SNS 계정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억울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서 국내 팬들을 위해 호텔에서 깜짝 무료공연(친선 경기에 1분도 뛰지 않은 '노쇼' 날강두와 달리!)을 열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섭외 문제, 날씨의 영향. 이유 막론하고 페스티벌만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가히 실망적이지 않을 수 없던 한 해였다. 취소됐다는 사실보다도 주최 측의 대응 방법이 더욱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만큼은 취지에 맞는 완성도 있는 페스티벌로, 얼어붙은 팬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길 바라본다. 한여름의 신나는 페스티벌은 무더위도 녹일 수 있지 않겠는가.




5. 긴 제목의 노래, 유행처럼 번지다!

올해 가요계에서 재미있는 유행 아닌 유행이 번지고 있다. 바로 긴 제목의 노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통상적인 짧은 제목보다 더욱더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 멜로가 체질 >의 ost였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비롯해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다비치의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 정승환의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 등등, 긴 제목의 유행은 신선함을 자극했다.

긴 제목은 축약되어있는 단순한 제목들과 달리, 노래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사의 일부를 제목으로 사용하며 내용을 유추하기보다는, 정확히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1990년대에도 이런 곡들이 있었다.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라든가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오래전에도 사용되었던 이 작법이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 긴 제목의 유행은 유독 시끄러웠던 가요계 속, 소소한 재미를 전했다.




6. 여전한 뉴트로와 시티팝의 인기

올해의 문화를 정의하자면 역시나 '뉴트로'가 핵심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영화, 심지어 과거의 분위기를 풍기는 식당과 카페도 그 중심에 서 있다. 레트로를 재해석한 뉴트로의 인기는 작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올해에도 그 유행이 포착되었다. 특히 잔나비는 이런저런 문제로 빛이 바랬지만 뉴트로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했다. 뉴트로의 유행은 시티팝의 유행과 만나 더욱더 세를 불렸다. 시티팝의 대가 김현철을 비롯해 레트로 원조 기린, 브론즈 등 과거와 현대를 세련되게 조합한 시티팝의 유행은 뉴트로 발(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문화는 시대를 대변하고, 유행은 현세대의 시선을 의미한다.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계속해서 순수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취업난과 경제 불황 속에서 우리가 갈구하는 것은 복잡한 현재가 아닌, 잠시나마 안주할 수 있는 따뜻했던 과거에 있다. 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의 인기는 반갑고도 씁쓸하다. 올 한 해 우리는 과거의 것으로 위로받고, 현재를 또다시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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