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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y 05. 2020

은퇴 후 무얼 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지금 나의 삶이 “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졸업한 경영대학원은, 같은 MBA 프로그램을 졸업한 동문들이 지원자 면접을 진행한다. 실무자를 키워내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보통 면접 때 많이 나오는 질문이, 졸업 후 커리어 계획을 졸업 직 후, 3년, 그리고 5년 뒤 게획으로 나누어서 질문한다. 

 

나 역시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졸업 후에는 이런 직업을 갖고, 3년 뒤에는 이렇게, 5년 뒤에는 이런 커리어 목표를 갖고 싶다 등의 답변을 준비해갔다.  

 

그런데 인터뷰 당일, 나의 면접관분은 정작 내가 준비한 질문은 하나도 안 물어보시고,

"졸업 후 커리어 계획을 물어보면 식상하니까...음, 은퇴 후에는 뭐 하고 싶은 세요?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면요" 라고 질문하셨다. 

 

아 제발.....내 표정은 순간 굳었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첫번째 드는 생각은, 준비 안 한 질문인데 망했네... 두번째 드는 생각은, 도대체 왜 왜 이 질문을 하신 걸까?? 그러다가 갑자기 은퇴해서 나이가 많이 들고 쭈글쭈글 해진 내 모습을 상상하니 우울해 졌다. 그렇게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이대로 인터뷰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으니, 순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은퇴하면, 뭘 하고 싶을까?


내가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어도 나는 뭔가를 하고 있을까? 빠르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생각나는 그대로 말했다. 

 

"I hope I will be someone who knows what she wants and does what she wants. And someone who always does her best and is willing to take on adventures whether she is 30, 40 or 70. I want to inspire other people" (게다가 영어 인터뷰였다)

 

만약 내가 언젠가 이런 사람이 된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고, 내 진심이 담긴 답변 이었다. 


솔직히 내가 언제 은퇴할지도 모르겠고, 그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산업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거고, 내가 MBA 학위와 관련된 일을 할지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는거다. 그런데 분명한 건 항상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모험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INSPIRE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의 대답이 면접관 선배의 마음에 들었는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그 학교의 입학허가를 받았고, 어느덧 졸업 후 6년이 지났다. 나는 (내가 그 당시 면접 때 "준비했던" 커리어 계획과는 아주 달리) 창업을 해서 현재 5년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 면접관 선배의 저 질문은 그 날 이후로 계속 내 마음에 남아있다.  

 

어쩌면 나는 창업을 선택함으로써, 고되긴 해도 은퇴 후 내가 성공했다고 정의하는 삶을 나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얼 원하는 지 알고, 원하는 일을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모험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팀을 보면 다 성향, 스킬, 경험, 전공 다 다른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기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내 공동창업자도 6년 넘게 근무한 따뜻하고 안락한 성형외과 팀장 자리를 떠나서, 언제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나와 함께 뛰어들었고, 지난 5년을 함께 했다. 제작년에 조인한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맡고 있는 공동창업자도 마찬가지로, 탑스쿨 치대 졸업 후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라는 미지의 시장에서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다. 

 

만약 지금 나의 삶이 “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아무 일도 안 해도 된다면, 은퇴를 하게 된다면, 정말 무얼 하고 싶은 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면, 굳이 은퇴할 나이가 될 때까지 안 기다려도 “지금” 시작해 볼수도 있다.     

 

오늘도 나의 은퇴 후 계획을 되돌아본다.

Am I doing my best? Am I taking enough risks? Did I inspire anyon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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