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문득, 내 삶의 궤적이 낡은 레코드판처럼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에 잠긴다.
평일의 나는 마치 잘 짜인 기계 부품처럼 움직인다. 6시 기상, 둘째와의2시간 놀이, 8시10분 학교로의 출근. 학교에서는 잠시 숨 돌릴 틈이 있기도 하지만, 퇴근 후 집에오는 순간, 나는 다시 아빠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장으로 뛰어든다.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다 보면 드디어 밤 8시 반.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들 옆에 누우면 내가 먼저 잠에 빠져들때가 많다.
하지만 이 깊은 잠은 오래가지 못한다. 늘 자정 무렵이면 눈이 떠지고, 그제야 나는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메시지들을 읽고, 넋 놓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한 시간 반은 훌쩍 지나간다. 짧은 자유의 시간이 끝나면 다시 잠을 청해야 하지만, 한번 깨어난 정신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임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주말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놀아줘야 할까, 오늘은 또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할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요구와 질문들 속에서 내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주말이 끝나갈 무렵이면 나는 월요일이 반갑다.
언제부턴가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그들과 나누는 대화도 예전 같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서로의 삶이 너무 달라져 버려서일까.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공감대도 모두 희미해져 버린 지금, 나는 점점 더 외딴 섬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삶이라고, 모두가 이렇게 살아간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가슴 한구석의 답답함과 공허함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이 새벽의 정적 속에서, 나는 조용히 이 글을 쓴다.
힘들지만,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것은 절대 아니다. 힘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