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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 Sep 16. 2021

"최후의 승자는 선한 사람"

소시오패스들의 사회에서 인내하는 삶의 가치를 재고하기.


사회적 지위와 재산의 유무로 서열을 나누고, 인맥으로 성공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처럼 되어버린 사회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규범과 도덕도 무시하는 소시오패스들의 사회에서, 강자와 약자, 주류와 비주류가 나뉘고, 약자와 비주류는 폭력과 차별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게 현실이라고. 적응하지 않는 자가 바보라고.


다이나믹 듀오는 <Desperado> 에서 이런 현실을 체념하고 증오하며 넋두리를 이어간다.


산 송장들의 전염병 전혀 겁내지 않는
피눈물도 없는 소시오패스
나도 그 부류이자 아니고자하는
정체성 없는 호모사피엔스
(중략)
노력보단 부모 재력 가난한 건 No 매력
무리 말아 몸 배려 뛰어봤자
유리 천장이 네 골 때려
알아들어? 돈 있으면 Don't matter No matter 안되는 건 없지 돈 멕여서
누군 답안지를 사서 그대로 베껴도
다른 누군가는 가난해서 못 배워"


https://youtu.be/4Nhwlq3JzwY



또한 연이어 발생하는 학교폭력과 데이트폭력, 그리고 아동을 유기하고 살해하는 사례들을 보며,

사람들은 가해자에 대해 분노하고 처벌하라 말한다.

피해당한 피해자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워하고 복수하고 싶지 않겠는가. 발끈해서 분노를 표출한 적이 한번도 없겠는가.




그러나 근래의 몇몇 사례들은,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인내한 자들의 승리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이재영-이다영 과 김연경과의 불화사건에서, 김연경은 그간의 마음 고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력이나 지위를 이용해서 상대의 악함을 폭로하거나 분노를 터트리지 않았다.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한다며 갈등을 크게 내비치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서예지가 김정현을 가스라이팅했던 사건에서는, 졸지에 서현이 피해를 보았음에도, 서현은 묵묵히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려 애썼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SM 및 소녀시대라는 네임밸류를 이용해 상대에게 보복을 가하는 행위 따위는 일체하지 않았다.

그저 "최후의 승자는 선한 사람이다"라는 신념으로, 김정현과의 갈등은 양자 간 진실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며(물론 김정현은 당시에도 서예지 때문이 아니라며 거짓말을 했다), 갈등의 당시나 그 후에도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다음은 서현의 인터뷰 일부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
바보같이 당하고만 사는 거 아니냐고 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더 믿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떳떳한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 내일 죽어도,
스스로 떳떳하게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설령 내가 잘 되지 않는다 해도,
요행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멋진 거 아닐까요?
선하다는 건 결국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GQ 코리아 인터뷰, 2019.06.04)




그리고 방구석 뮤지션 이승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오랜 무명 생활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빛을 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음악활동을 해왔던 그는, 베테랑 뮤지션들이 깜짝 놀랠 정도의 깊이와 실력, 그리고 진정성으로 심사위원과 청중을 압도시켰다. 혼자만의 오랜 고민과 고생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가사와 퀄리티인 것이다.


그가 심사평 중간마다 짧게 남긴 말들은 어록으로 묶을 만한 것들이다.



1. 1라운드 박진영의 '허니'를 편곡해 부른 뒤 '이 노래의 장르가 대체 뭐냐'는 이승기의 질문에,


30호입니다(자신의 출전 번호)
라고 대답.

https://youtu.be/qySYC4FYRlw





2. 3라운드 라이벌 미션에서 한 팀이었던 63호를 상대로 '치티치티뱅뱅'을 부르기에 앞서


우리 둘을 분명히 붙일 것이고,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으로 만들자."

https://youtu.be/ZIffrIuSGt0





3. 4라운드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부르기 전,


저는 어디서나 약간 애매한 사람이었거든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락도 아니고 충분히 포크도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살아 남은 것,
환대를 받은 게 어리둥절했습니다.
4라운드에서 제 존재 의의를 구체화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고요,
제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걸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https://youtu.be/OxVy7wAK0Jw





4. Top 6 결정전에서 BTS '소우주'를 부르며,

 

꼭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보고 가려고 합니다."

https://youtu.be/L023K4fy6j4


어록 모음은 다음의 기사를 참고. http://m.sports.khan.co.kr/view.html?art_id=202102170000003#c2b




나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진정성을 견지해온 이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질투와 방해와 모욕에도, 이를 똑같이 갚지 않는 이유는, 보란듯이 차려놓은 진흙탕 속에 굳이 들어가 헤엄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가벼이 세태를 따라가며 단기의 이익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자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견고한 집을 짓는다. 폭풍과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는 그런 집을.


이게 바로 개척자의 삶이며, 오히려 지름길로 가면서도 롱런할 수 있는, 진짜가 사는 인생의 방식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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