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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6. 2021

홍콩 1일차

멘델스존 지음

인천공항에 도착한 건 점심시간 때였다. 공항의 밥값은 시내보다 훨씬 비싸서 가족이 미리 사 준 김밥 2줄인가 3줄을 들고 먹는다. 그 김밥 왜 그리 맛있던지. 하루 전날 밤에 연착 문자가 왔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에 제시간에 온 것이다. 홍콩 도착 시간을 계산하여 예약했는데, 황당하게도 다른 회사의 홍콩발 비행기들은 모두 제시간에 도착해서 출발하는 데 내가 예약한 것만 연착됐다. 이런 젠장 계획이 줄줄이 뒤로 밀리게 됐다. 연착에 대한 보상을 문의하니까 해당 없음이란다. 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다 마친 후에 여기저기 쇼핑했다. 그리고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여행자보험을 무시하는 여행객들이 있는데 반드시 해야 한다. 기본 가입금액이 비싼 게 아닌데 왜 가입하지 않는가.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하여 뭐 큰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했거나 다른 물건을 분실했을 때를 대비해서다. K은행 카드를 자주 활용해서 요 계열사로 들었다. 혜택이 끝나는 시간은 연착될 것을 고려해서 예정 도착 시간보다 2시간 정도 길게 잡는다. 난 이미 오래전에 허리등뼈부에 수술을 한 상태라 요추부를 포함하는 여행자보험은 가입할 수 없는 상태라서. standard한 보험에 가입했다. 공항에는 ‘나혼족’이 생각보다 많다. 

시간이 다 되어 캐세이퍼시픽에 올랐다. 홍콩 비행기라서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타보니 외국인들 특유의 냄새가 났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데 승무원이 나한테 와선 웃으면서 “For you”하곤 카드를 준다. 어릴 때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 했던 카드다. 킹이 있고 다이아몬드, 소나무 등이 있는 그 카드. 카드 상자가 좀 특이했고 카드 내용물의 디자인도 시중에 파는 게 아니었다. 나, 멘델스존을 어린이로 본 건가? 기분은 좋았다. “thank you ^^”했다.      


화장실 관련 짤막한 일화가 있다.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는 데 직원이 뭐라고 싸블랑싸블랑. 내가 못 알아듣자 아주 간단하게 다시 말한다. “dirty..(한숨 쉬고) clean” 하는데, 난 환하게 웃으면서 “thank you”했다. 더러우니 잠깐 청소한단 말이다. 약 2분 정도 대기했다. 그냥 짧게 저렇게 말하면 될 것이지 뭐하러 싸블랑싸블랑 하냐공.. 스튜어디스는 그 다음부터는 눈빛이 말을 못 알아듣는 거 같으면 저렇게 ‘간단한’ 한마디만 했을 그것 같다. 아님 말공. 홍콩은 엄연히 동양인데도 한국인이 많을 땐 맡을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동양인 냄새란 건가? 동양인끼리도 냄새가 다른가? 동양인과 서양인이 냄새가 다르단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같은 동양인인 홍콩인과 한국인도 냄새가 다른가? 냄새란 땀 냄새와 살냄새가 섞인, 조금 희한한 냄새였다. 코를 찌를 정도까진 아니었으나 기분을 살짝 down 시킬 수도 있는 냄새였다. 하긴 베트남 사람과 한국 사람은 같은 동양인이지만 생김새부터가 확연히 달라서 토종 베트남 사람을 보면 한국인이 아니란 걸 대번에 알 수 있으니 냄새가 같을 수는 없겠다. 살아온 곳에서 몸에 벤 냄새가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석촌호수의 풍경들』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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