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게
내 어지러운 마음속에 들어온 고래야.
어때, 헤엄칠 만 해? 헤쳐나가야 할 게 많을 거야. 많은 것들이 널 방해할지도 몰라.
나의 마음을 정화시키러 온 내 마음의 고래는 분명 잘 헤엄치고 좋은 결과를, 좋은 생각을 나에게 가져다줄 거 같아.
나도 글을 다시 써보려고 해. 마음이 어지러울 때,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 때, 내가 어떤 것을 해야 행복한지 모를 때 말이야. 그때 글을 쓰려고 해.
같이 헤엄치자. 언제는 잔잔해서평화롭고, 언제는 폭풍이 들이쳐도 같이 헤엄치면 또 잔잔하고 평화로울 거야.
나의 구명보트 같은 고래에게. 잘 부탁할게.
나는 지금 위태로운 걸까. 잘 내고 있는지 나에게 안부를 물은지 오래된 느낌이야. 잘 살아?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보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야. 그리고 어딘가 허전하기도 해.
문득 내 마음속에 고래라는 거대한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 든든하기도 하다.
정말 지평선만 보이는 물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의 등 위에 같이 헤엄치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듯해.
앞으로의 나에게, 어떤 존재가 마음이 어지러우면 글을 쓰라고 꿈속에서 이야기해 줬어.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지금 글을 써보고 있어.
그렇게 갑자기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의 대사처럼 '고래에게', 이 네 글자가 떠올랐어.
잘 사는지 잘 들여다보고
내 커다란 존재 고래가 함께 있으니 동행하는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해.
나에게 커다란 존재의 부재가 오는 날을 슬퍼하더라도 언젠가는 상자에 잘 담아 보관하고 마음껏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그러기를.
이 글을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