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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ilm Apr 21. 2024

난생처음 사주를 봤다

한여름의 임수

나의 한자 이름에는 물가나무 수. 하늘 민 을 쓴다.

나의 이름에는 물이 있다. 그리고 내 사주팔자도 물이라 한다. 태어난 국적이 달라 난 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원망만 했다.

어렸을 때 비행기 시간 내내 울기만 했던 6개월 갓난쟁이인 내가 결국 그 기억으로 늘 불안을 달고 산다고 부모님도 원망했다.


 어릴 적인 남들과는 조금 유별나서 내가 특별해서 좋았지만, 나이 들고 지극히 평범해지고 싶었다.

평범한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걸 깨닫고는 평범한 절차대로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 속에도 하나쯤은 돌덩이가 있고 굴곡이 있고 모두 지혜롭게 헤쳐나가기도 했다.


사주를 믿지 않거나 사주를 맹신하는 사람을 한심하게 보는 건 아니었지만 팔자가 정해져 있다는 게 그런 운명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내 운명 내가 스스로 개척하면 되는 거지 정해진 운명이나 팔자를 탓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사주를 보는 테마가 있는 여행을 갔다.

쉬고는 싶는데 사주를 보러 가고, 사주를 받는 시간 동안 불멍을 하며 기다렸다. 늦은 탓에 가장 마지막 순서였고 그전에 사주팔자에 대한 기초 수업도 받았다.


난 늘 과거에 대한 자책에 머물러 있었다.

현실을 살고 싶어 현실에 충실하려 했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너무 아픈 기억들에 머물러 지냈다.

우울증인가 하면서 나에게 스스로 진단도 내리고 나를 너무 챙겨주지 못했다며 좋은 거 사고 여행도 다녔다.

그럼에도 뭔가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아는 거 맞나? 나랑 친해지기로 약속했는데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좋아지지 않을까.

자기 미움과 자신에 대한 자책은 언제 끝날까, 언제쯤 웃으면서 거울을 보고 나에게 예쁘다 수고했다 칭찬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까. 나를 꼬옥 안아줄 날이 올까 궁금했다.


그냥 사주 풀이를 들으면서 느꼈던 건 내 안의 불안이 물과 불이 함께 있는 사주라 엘리멘탈처럼 맞닿을 수 없는 둘이 있어 매우 힘든 사주라고 했다. 음양오행 중 흙 토 가 하나도 없는 사주팔자.


아주 뜨거운 여름에 태어난,  물을 지닌 팔자라고 했다.

나는 엘리멘탈을 보면서 물과 불이 절대 만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서로 손을 맞잡는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물속에서 일렁이는 태양의 노을을 가장 좋아하는 웨이드를 너무 좋아했다. 나도 노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산보다 바다가 좋고 노을이 좋고 일렁이는 한강을 좋아했던 나는 결국 물의 사주였고 그중 임수였구나  


그리고 한여름에 태어난 6월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계절의 환승에 치우치지 않고 딱 중간, 현재에 집중하는 한여름 생이라는 것도 너무 좋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현재에 충실하고픈 내 간절한 바람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사주풀이에서 들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우리들의 MBTI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를 잘 알고 싶고 내가 왜 그렇게 방황하고 나를 잘 몰랐는지 알고 싶으면 아주 온화한 사주풀이를 추천한다.


그곳에서는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지나간 인연들을 정리해 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회고라고 하더라. 그러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

옛 어른들이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라고 했던 말이 틀린 말이 없다. 나는 한 사람을 깊게 알고 싶어서 장수커플이 제일 부러웠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내가 누울 수 있고 기대 쉴 수 있는 내가 마음 편한 사람을 찾아서 그게 친구가 되었든 사랑하는 애인이 되었든 내가 피해야 할 존재들에 조금씩 거리를 두며 나를 지키고 살 거다.

이렇게 내 답답함이 해소될 줄 알았으면 진작 할 걸 싶기도 하다.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니 적당한 신념과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나에 대한 공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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