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대비,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까 미리미리~
혹시나 하고 미리 등록해 뒀던 장기기증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아주 오래전에 장기기증과 수혜자를 다룬 다큐를 보고 장기기증을 했었더랬다. 너무 오래돼서 가물가물하지만 사후 기증으로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썩어 흙이 되거나 가루로 사라질 몸, 여러 사람들의 생명에 도움이 되면 좋으니까!!! 여러 번의 사고로 사람 일은 알 수 없다는 걸 겪으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내 상황에 일찍이 장기기증을 등록했었다. 내가 장기기증을 했다고 해도 최종 가족 동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말해뒀다. 장기기증을 했으니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하면 가족 동의를 해 달라고~ 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무슨 장기기증이냐며, 신체 훼손 얘기를 하시면서 언짢아하셔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고 얘기를 마쳤다. 아주 가끔씩 대화 속에 은근슬쩍 끼워 동의하는 거 잊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얘기하곤 한다.
등록 후, 처음엔 우편으로 '장기기증' 스티커를 받아 주민등록증에 붙였고 지금은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이라고 작게 표기되어 있다. 운전면허 갱신 때 장기기증 표기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서 표기하게끔 신청했는데, 지금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네? ㅎㅎ
나는 존엄사를 적극 찬성한다. 존엄사 다큐를 보고는 뇌사 상태뿐만 아니라, 죽음보다 힘든 신체적/정신적 고통에도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존엄사에 '연명치료거부'도 포함되며 '연명치료거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장기기증 때처럼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하며 몇 년 전 연명치료거부 신청을 미리 했다. 연명치료거부 신청이 가능한 집 근처 국민건강보험관리 공단에 가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얼마 후 등록 완료되었다는 우편을 받았던 거 같은데 이 또한 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가족들에게 알렸고 역시나 당시의 어머니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년 전쯤인가? 어머니도 연명치료거부 신청을 하셨다며 전해 주셨다.
"엄마가 섭섭해 할 수도 있는데, 잘했어요~"
나를 조금은 이해받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아닌, 내가 아끼는 다른 이가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과연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스쳤다.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다. 미리 준비해 뒀다가 내 다하는 생명 끝이, 누군가 생명엔 희망이 더해진다면 얼마나 뿌듯한가~
#장기기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치료거부 #존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