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매번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5가지 면접 합격 가이드
코로나 이후 잠깐 달아올랐던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체감상 작년부터 많은 기업이 채용을 줄였고 시장엔 많은 인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금리에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워졌고, 결국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고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고정비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받고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안 좋다 보니 채용 시장엔 인력이 넘쳐나고 TO는 아주 적은 상황이라 불과 2-3년 전처럼 이직이 쉬운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서류나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들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최근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데 왜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하며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현재 시장의 어려움을 먼저 말해주고 그 후 면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줬다.
면접을 보면 '잘 봤다', '망했다', '잘 모르겠다' 세 느낌 중 하나는 분명히 받을 텐데 많은 지원자들이 그냥 이 느낌만 갖고 결과를 기다리고 결과를 받아보고 순응한다. 그럼 그다음 면접은 어떨까?
이번 면접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면접을 복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기를 해야 다음 면접에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어떤 부분이 좋은 답변이었고 어떤 부분이 좋지 않은 답변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면접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는데 왜 떨어지는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5가지 가이드를 해주려고 한다.
불합격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는 본인이 생각하는 원인을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보자.
이때 '서류에 이미 적힌 정보'를 불합격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서류 합격을 했다면 이미 서류에 적힌 모든 정보는 인지하고 있었을 테니 '면접'때 나의 답변과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불합격한 이유를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를 통해 문의해 보자.
단순히 불합격 메일만 받고 끝나면 이 면접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정확히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해 정중히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보자. 그렇게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답변을 주신다.
<답변 예시>
- 긴장하셨는지 질문의 맥락을 오해하신 경우도 있고 충분한 역량이 있으신지 검증이 어려웠습니다.
- 딥다이브한 질문을 드렸을 때 다소 답변이 아쉬움이 있어 고민 끝에 불합격으로 결정드리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솔직하게 답변을 주는 기업도 있고, 뻔한 멘트의 불합격 사유를 주는 기업도 있는데 위와 같이 답변을 받는 경우 다음 면접 때 해당 부분을 보완하여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면접 복기는 면접이 있던 당일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면접을 보느라 힘도 빠지고 지치겠지만 그래도 당일에 정리해놓지 않으면 받았던 질문과 답변,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를 기억해 내기 쉽지 않다.
나도 멋 모르는 주니어 시절에는 면접이 끝나고 집에 와서 먹거나, 쉬기 바빴는데 몇 번의 면접을 떨어져 보니 왜 면접을 떨어졌는지 분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면접을 보고 오면 당일에 면접관이 했던 질문을 기억해서 엑셀에 정리하고, 해당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작성하며 면접을 복기했다.
그리고 비고 칼럼에는 이 질문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 질문인지, 답변은 왜 이렇게 했는지, 느낌과 분위기 면접관의 제스처나 말투 표정은 어땠는지를 작성했다. 면접 복기를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니어가 된 지금까지 나는 면접을 보면 항상 정리해 두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좋은 것은 다음 이직 시 과거 면접 복기한 내용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 당시를 회상하고 면접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면접 본 날, 면접 질문과 나의 답변을 꼭 정리해 놓는 습관을 들여놓도록 하자.
면접 복기를 끝냈다면 그다음은 모범 답변을 작성하는 것이다. 모범 답변을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답변을 기대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럼 엑셀 파일에 칼럼은 아래와 같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위 포맷대로 정리한다면 어떻게 정리하면 될지 보자.
질문: 하나의 컴포넌트에 같은 상품이 보이는 게 문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했나요?
답변: 중복될 상품이 나올 경우 한정적인 지면에 비효율적일 거라고 판단하여 팀원들과 같이 논의 후 결정했다.
모범답변: 같은 상품이 동일하게 보일 경우 ㅇㅇ지표의 클릭이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중복된 상품을 보여주지 말자고 의사결정하였습니다.
비고: 질문의 의도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정량적 근거를 원한다고 생각되므로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 한 부분을 추가하여 답변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예상 질문은 기존 면접에서 받았던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과 JD 기준 나올만한 예상 질문으로 구성하면 된다. 나는 보통 면접이 진행되는 흐름으로 예상 질문을 작성하는데 아래와 같다.
1. 1분 자기소개해주세요.
2. 지원하신 동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3.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사례를 설명해 주세요. (최근 재직 기업에서의 성과 냈던 프로젝트 또는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성과 좋았던 것)
4. 해당 포지션을 선택한 이유와 입사하신다면 이 포지션에 어떻게 기여하실지 설명해 주세요.
5. 저희한테 궁금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위 순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면접 볼 때 진행되는 순서와 같다. 처음에 면접 시작하면 자기소개를 요청하고 이후 프로젝트에 대해 딥다이브하여 질문하고 면접이 모두 끝나면 나에게 궁금한 부분이 있는지를 묻는다. 면접이 진행되는 순서에 맞게 예상 질문을 짜면 된다.
모든 예상 질문이 다 중요하지만, 가장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3번이다. 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은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답변에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는 최근 재직한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부터 이전에 재직했던 모든 회사의 프로젝트들에 대해 모두 설명할 수 있게 예상 질문을 작성했다. 면접관은 이 답변을 들으면 추가로 어떤 꼬리질문을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떤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고 어려워할까?를 생각하며 간단한 질문부터 어려운 꼬리 질문까지 모두 리스트업 했다. 그럼 보통 예상질문이 40~50개 정도 나왔다. (이건 진행했던 프로젝트 개수에 비례하므로 예상 질문의 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4번까지 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모의면접이다. 면접 예상 질문을 작성하고, 예상 답변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 실전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 거울을 보고 연습을 했다. 혼자 면접관이 되었다가 또 지원자가 되었다. 전체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리 내어 말하고 들으며 어색한 부분이나 말이 꼬이는 부분을 정리한다. 표정을 보고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패턴이 있다면 수정하고 미소를 띠며 자신감 넘치게 답변하는 연습을 한다. 혼자 하는 연습이 끝났다면 이제 실전처럼 면접에 대비한다.
나는 주로 동생에게 면접관을 요청했다. 예상 질문을 주고 여기서 랜덤으로 몇 개의 질문을 해달라고 했고 내 답변을 듣고 추가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어떤 질문에서 꼬이는지 한번 더 찾을 수 있고, 제 3자의 피드백도 받아서 반영할 수 있다. 동생이 면접관 역할을 하며 어떤 부분에서 버벅거린다고 하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동생이 없다면 주변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아니면 같은 업계의 선배나 동료에게 커피챗을 통해 모의 면접 진행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에게 요청하기엔 시간이 안 난다면 '셀프 동영상 촬영'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촬영한 것을 보면 내 답변이 어땠는지, 내 표정이나 제스처가 적합했는지 등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지할 수 있다. (모두 내가 과거에 했던 방법인데 다 유용했다!)
면접에 자주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총 5가지의 면접 합격 가이드에 대해 말했다.
면접 불합격 메일을 받으면 당연히 멘털이 흔들리겠지만, 흔들리는 멘털을 부여잡고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무조건 해야 한다. 면접에 떨어진 후 자책하거나 나를 비난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내가 왜 면접에서 떨어졌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채용시장에서 면접까지 간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나에게 면접 기회가 온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에 대한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자책보다는 칭찬을 먼저 해주는 게 맞다.
과거에 나도 면접에 떨어지면 제일 처음엔 자책을 하고, 그다음엔 날 떨어뜨린 기업을 원망하고, 그다음엔 자신감이 하락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또 여러 번 면접에서 떨어져 보니 '왜 이 기업에선 나를 불합격시켰을까? 나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될까?' 하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왔다. 면접 당일에 복기를 하면 면접을 잘 봤는지, 못 봤는지, 내 답변이 그때 최선의 답변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털어내기도 쉽다. 왜냐면 스스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인지했고 다음엔 이 부분을 보완하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면접에 떨어지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나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또 100% 나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단지, 내가 지원한 포지션과 그동안 내 경력의 핏이 안 맞는 경우, 면접관과 스타일이 안 맞는 경우, 하필 내가 지원했을 때 뛰어난 지원자들이 많아서(관련 경험이 많다거나, 기업에서 원하는 프로젝트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 등등이다. 그러니 면접에 떨어졌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면접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고, 나의 강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면접을 보고 면접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나가자.
그럼 언젠가 나와 핏이 딱 맞는 기업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