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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y Jul 28. 2024

PM의 역할과 범위가 헷갈려요.

기업 형태별 PM의 역할과 범위 : 본인의 핏과 잘 맞는 기업 고르기

그동안 스타트업부터 빅테크기업, 일반 중견기업, 대기업 등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데 각 기업마다 기획자 또는 PM으로 일하는 범위와 방식, 기대하는 역할이 달랐다. 오늘은 각 기업에서 일할때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물론 스타트업이라고 다 같은 스타트업이 아니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다 같은 대기업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동안 이직을 하며 각 회사를 모두 경험해보았으니, 내가 각 기업에서 느꼈던 경험에 대해 나누려고 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고, 그냥 느꼈던 그대로 공유할 예정이니 'ㅇㅇ기업은 이렇다더라~'보다는 'ㅇㅇ기업은 이런 성향의 기획자를 원하는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내 경험을 통해 각 기업에서는 어떤 기획자의 성향을 원하는지 예상해보고, 회사를 고를때 본인의 성향과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드는 회사를 고를때 이 글이 도움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다.  


각 회사별 PM/기획자는 주로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할까?그리고 어떤점이 다를까? 

각 기업별 차이를 매번 설명하기는 번거로우니 아래와 같은 범례를 정의해두고 비교해보려고 한다. 아래 정의한 기업말고 더 다양한 기업을 경험했지만, 차이가 극명하다고 느꼈던 세 개의 기업을 대표로 비교해보려고 한다. 

- A기업 : 중견기업
- B기업 : 빅테크 기업
- C기업 : 대기업


1. 디테일이 다르다. 

누군가는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누군가는 전략과 로드맵을 짠다.


A기업에서 서비스기획자로 일할 때는 아래와 같은 업무를 주로 했다. 

- 서비스 콘셉트 안/전략문서 PPT로 작성해서 최상위 리더에게 보고 

- 요구사항 정의서 작성

- 스토리보드 작성(PPT)

- 메이커, 스택홀더와 커뮤니케이션

- 프로젝트 담당 및 일정 관리


B기업에서 PO로 일할 때는 아래와 같은 업무를 주로 했다.

- 전략 및 로드맵 수립

- 상위 리더에게 기존 작성한 문서 컨플 형태로 그대로 보고

- 특정 도메인의 성장 담당

- 1 Pager, PRD 작성

- 메이커, 스택홀더와 커뮤니케이션

- 도메인 내 프로젝트 우선순위 설정 


C기업에서 PM으로 일할 때는 아래와 같은 업무를 주로 한다.

- 기획안 작성

- 상위 리더에게 기존 작성한 문서를 PPT로 도식화해서 보고 

- 업체 컨택, 계약, 관리

- 비용에 대한 시뮬레이션(like 사업기획)

- 메이커, 스택홀더와 커뮤니케이션 

- 프로젝트 담당 및 일정관리  


개인적으로는 B기업에서의 PO가 사전적 정의, 해외 유명 테크 기업에서의 역할과 가장 비슷한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도메인을 담당하고, 해당 도메인 성장을 위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전략을 짜고, 로드맵을 수립하여 결국엔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 보고를 위한 보고를 지양하고, 담당 PM이 본인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장시키는데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게 서비스와 각 PM을 성장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일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다르다.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지, 누군가 주도적으로 시키는 일을 하는지


A기업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할 때는 주로 탑다운의 업무를 진행했다. 그때는 어느 정도의 업무 경험이 있고, 스스로 업무를 잘해나갈 수 있는 수준의 미들급이었는데 '왜'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리더가 업무를 줄 때 '왜'를 설명해 주기보다는 '어떻게'하라고 업무 지시를 내렸다. 그 당시에 답답해서 '왜'해야 하냐고 물으면 리더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 당시엔 그냥 시키는 일 '잘하는 애, 꼼꼼하게 챙기는 애'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거나 전략을 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B기업에서 PO로 일할 때는 '내 도메인'이 주어져서인지, 도메인 성장을 위해 일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업무 환경도 도메인을 각각의 PM이 성장시키도록 잘 지원되는 환경이었다. 그 도메인에 대한 전략, 진행방향, 로드맵, 의사결정등을 대체로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내가 발의하고, 왜 진행해야 하는지도 내가 설득해야 했다. 이렇게 일하니 내 도메인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고 업무를 하는데 훨씬 동기부여가 됐다. 즐겁게 일을 해나갔고, 어려움이 있거나 잘 정리되지 않는 건 리더와 상의해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C기업에서 PM으로 일할 때는 혼동스러웠다. 일을 내가 주도한다는 느낌보다는 탑다운 된 일을 해주는 '누군가의 손, 발'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A방향이라고 생각해도 위에서 B방향이라고 말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구조였다. 프로젝트의 아주 작은 부분 디테일까지 최상위 리더에게 보고하고 컨펌받아야 했다. 프로젝트의 일정은 기획도 되기 전에 이미 찍혀 내려왔고, 기획안 작성 후 개발리뷰를 할 때는 배포일정을 말하고 배포일에 맞게 기획된 스펙을 조정해야 했다. 업무의 전략과 방향은 모두 최상위 리더가 정했고, 우리는 그 지시를 받아 그대로 따랐다. 본인이 담당한 도메인의 전략과 방향을 PM이 고민하는 느낌보다는 위에서 정해서 내려온 전략과 방향에 맞게 각 프로젝트의 '기획안을 쓰고, 부가적으로 챙겨야 할 많은 일'을 수행 할 뿐이었다. 


3. 의사결정 범위가 다르다. 

의사결정 돼서 내려오는 업무를 하는지,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를 하는지


A기업에서 서비스기획자로 일할 당시 프로젝트의 작은 디테일들의 의사결정을 리더와 함께 상의하고 리더가 의사결정했다.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서도 위에서 '~~ 해라.'로 지시가 내려오면 그 지시에 맞게 콘셉트안과 전략 문서를 만들고 발표했다. 그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그 이후에 지시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내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적었고, 내가 의사결정자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시안에서의 버튼 위치나 형태 UI, UX 등에 대한 것뿐이었다. 


B기업에서 PO로 일할 당시엔 내가 담당하는 도메인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 내가 의사결정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거고, 어떤 우선순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과 안을 짜고 리더에게 공유하면 리더가 피드백을 줬다. 도메인 성장에 관해서는 실패하든, 성공하는 모두 내 탓이니 리더의 피드백을 적용할지 말지는 내 결정이었다. 리더도 내 도메인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내 의견을 존중했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체로 수긍했다. 프로젝트를 할 때 UT를 할지, 말지에 대한 여부도 내가 결정했고 어떤 방향으로 할지도 내가 결정했다. MVP에 어떤 기능을 포함할지, UI/UX, 노출 문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내가 1차로 잡고 메이커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사결정했다. 그리고 결정한 방향에 대해 리더에게 최종 공유했다. 


C기업에서 PM으로 일할때는 의사결정권이 없다고 느꼈다.(A기업과 유사한 느낌) 아주 작은 것까지 내가 스스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노출되는 문구와 UI, UX 모두 스스로 결정하기 보단 리더의 컨펌을 받아 진행해야 했다. 컨펌 후 디자인이나 개발 수정 사항이 발생한다면 그때마다 리더에게 보고해야 했다. PM보다는 오퍼레이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바로 이전 직장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했다 보니 더 극단적인 차이를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내 선에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렇다 보니 리뷰할때 개발자가 '이거 ~으로 하는게 더 좋아보이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네, 그 방향으로 가능한지 내부에서 의사결정받고 공유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업무 할 때 메이커, 스택홀더들도 'PM이 결정할 수 있는건 없구나'라는 것을 당연히 알아 챘을 것이고, 나와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것이라 생각했다. (*반대라면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4. 어떤 일까지 하느냐가 다르다.

단순 기획업무만 하는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하는지


A기업에서 서비스기획자로 일할 때는 운영자가 따로 있었고, 사업부와 마케팅 부서도 따로 있었다.

운영이 필요하면 운영자에게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해서 운영은 하지 않았고, 업체와의 계약이 필요한 경우 사업부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여기선 각 부서가 맡은 일을 본인의 업무 범위 안에서만 하려고 했다. 그래서 부서 간의 핑퐁이 심했다. 이게 네일이냐, 내일이냐에 대한 핑퐁. 그래서 업무를 진행할 때 매우 많은 핑퐁을 거쳐 겨우 담당자를 찾아야 했으므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떤 업무를 어떤 부서에서 하고 있는지는 명확했다. 서비스기획팀은 온전히 '서비스기획' 업무만 진행했다. 요구사항 정의서를 작성하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를 일정에 맞게 배포하고, 공유했다. 운영은 운영팀에서 하고, 사업 관련 계약이나 결재는 사업팀에서 진행했으며, 마케팅 부서에서는 서비스 오픈에 따라 마케팅을 진행했다. 


B기업에서 PO로 있을 때는 도메인 성장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PO가 판단하여 각 팀에 요청했다. 예를 들어 홈에 특정 기획을 추가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마케팅이나 사업부서에서 운영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운영 주체를 협의했다. 도메인 성장 관련해서 타 업체와 계약이 필요하여 업체 컨택이 필요한 경우 사업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해 주셨다. 어떤 업체를 컨택할 것인지 리스트를 파악하고, 그 리스트를 컨택하고, 계약 조건까지 협의하여 공유해 주셨다. 이후 기술적으로 연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PO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PO는 본인이 담당한 도메인에 필요한 업무가 있을 경우, 각 부서에 해당하는 업무를 분배하고, 요청했다. 만약 업무가 모호하여 어떤 부서에서도 하고 있지 않거나, 하려고 하지 않은 경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PO가 담당하여 챙겼다. 프로덕트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PO가 주도하되, 모든 업무를 PO가 직접 하지 않고 적절히 각 팀 전문가들에게 분배하고 요청하며 프로덕트에 집중하여 업무를 진행했다. 


C기업에서 PM일 때는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에 운영이 필요한 경우, PM이 직접 운영했다. 프로젝트 진행 시 특정 업체와의 계약이 필요한 경우에도 직접 업체를 컨택하고,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결재까지 올렸다. 전사 관점에서 서비스에 대한 UT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도 UT 진행 업체에 대한 리스트업부터 계약, 전체적인 진행까지 모두 챙겨서 진행하고 있었다. 사업 기획에 대한 업무도 일부 포함되어 진행하고 있었고, 사내 이벤트 등에 대한 기획도 PM이 챙겨서 진행했다. 서비스기획과 프로젝트 진행 시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전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형태였다. 관련해서 상위 레벨의 보고가 필요한 경우 PPT 템플릿에 맞춰 보고용 문서를 새롭게 만들어 보고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어떤 부서가 담당해야할지 애매한 업무나, 지금 당장 필요한 업무가 있다면 기획 업무가 아니더라도 PM이 담당자로 지정되어 업무를 진행했다. 도메인 방향이나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프로젝트 진행이나 운영, 그 외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여기에서는 프로덕트 성장에 필요한 상위 전략이나 로드맵을 고민하는 사람보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을 PM이라고 생각한다고 느꼈다. 




마치며

그동안 다양한 기업을 다니며 경험했던 경험 기반으로 각 회사에서 PM이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공유했다. '아~ 기업 규모나 회사 형태에 따라 이 회사는 이렇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여기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은 같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팀바팀이라는 것이다. 팀에 따라 PM의 역할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명확히 알아둬야 한다. 같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리더에 따라 PM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는 PM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원하는 회사와 부서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면접을 볼 때 면접관에게 '해당 팀에서의 PM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있지만, 경험상 이렇게 물으면 대체로 책에서 읽었던 뻔한 PM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인이 PM으로 어떤 역할과 범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일하는 방식이 본인에게 맞는지 등이 명확하다면 최대한 '입사하고자 하는 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기업에서의 경험상 나와 가장 잘 맞는 형태는 B기업에서의 PO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본인이 속한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일했을 때 나와 핏이 제일 잘 맞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보고 다음 이직 시 이러한 정보를 참고하여 직장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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