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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y Sep 23. 2024

커리어의 성장 vs 경제적 자립 : 내가 원하는 삶은?

나는 어디에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저는 저렇게는 살기 싫어요." 

동료와 티타임을 하던 중 동료는 본인의 상사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 상사분에 대해 잘 몰라서 동료에게 되물었다. "어떻게요?" 

동료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 팀장님은 가정도 있고, 애도 있는데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밤낮없이 일만 해요. 정말 일에 미친 사람 같아요." 


"우와 완전 워커홀릭이시네. 가족들이 이해해주나 봐요?"

"그건 모르겠어요. 아마 아이들 케어도 배우자가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해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에만 투자하고 싶진 않아요."


동료의 말을 듣다가 또 다른 동료가 떠올랐다. 그 동료는 직무의 발전보다는 경제적 자립에 집중하여 직장에서 대부분 정시퇴근을 하고, 퇴근 이후에는 재테크 공부에 매진했던 동료였다. 그렇게 자립을 위해 열심히 시간을 투자하더니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서울 자가를 마련하여 '회사'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상반되는 위 두 사례를 보며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해당 글에서는 첫 번째 사례를 '커리어의 성장'이라고 표현하고, 두 번째 사례를 '개인의 성장'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커리어의 성장은 여가 시간을 직무에 투자한 시간을 의미하고 개인의 성장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투자한 시간을 의미한다.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작년에 원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책에서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고 하면 그중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라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공감을 느끼고 다시 한번 원씽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우리는 평일에 9 to 6로 일하고 정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쓸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부터 취침 전까지의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가 어떻게 성장할지 자연스레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 후 첫 회사를 개발자로 취업하고, 곧이어 기획자로 전향하면서 기획이라고는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조그마한 지식밖에 없었다. 이 지식을 갖고 기획자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사수까지 없으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다. 20대 때라 재테크에 크게 관심이 없던 터라 내 관심은 온통 '커리어 성장'에 포커싱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업무 외 시간을 직무에 쓰기 시작했다. 직무에 관련된 책을 읽었고,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강의를 쫓아다니며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회사에서 지원 가능하다면 회사 지원을 받았고, 불가능하다면 사비로 휴가를 내고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난 동료와 함께 주말마다 만나 사이드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하며 업무 외 여가시간은 '일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해' 투자하는 데 사용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연봉도 크게 올랐다. 그래서 10년 차가 됐을 때도 오로지 내 관심사는 '직무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였는데, 그즈음 '개인적인 성장'에 집중한 동료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내가 회사에서 연봉을 올리는 동안 동료는 이미 서울에 자가를 마련했고, 노후 대비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로소 '회사에서 자립하기 위한 개인적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되었다. 


'더 어릴 때 개인과 커리어 모두를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10년의 경력을 쌓을 때까지 나의 원씽은 '커리어 성장'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성장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이 하나의 목표를 언제까지 성장시킬지를 미리 정해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언제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고, 그다음 나의 목표를 이룰 것인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할 땐 이 목표를 언제까지 달성할 건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커리어 성장에 목말랐던 나는 주변 동료가 여가 시간에 무얼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냥 오로지 내가 내일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제는 업무를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스스로 업무를 찾아 할 줄 알고, 어떤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커리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직무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 고민하던 중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나'를 인식했다. '나는 어디까지 커리어를 발전시키려고 하지?', '내가 어디까지 올라가면 만족할 수 있을까?', '나의 NEXT는 어떤 모습일까?' 등의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정받아 커리어적으로 어느 정도 존경받는 선배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이 도입부에 말했던 '평일, 주말, 밤낮없이 회사 일에 매달려 있는' 그런 모습들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저런 삶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가정을 이뤄 가족과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업무에 얽매여 쉬지 않고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일을 아예 놓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안고 주변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탑을 찍으신 선배님은 사회생활 초반에 직무에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일 외에 시간을 써야 하는 중요한 것들에도 시간을 쓰며 같이 챙겨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30대까지 커리어 성장에 시간을 쓰다가 뒤늦게 재테크를 시작해 엄청난 부를 축척하신 다른 선배님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부터 재테크에 시간을 쏟을 것을 후회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물론 직무 성장에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하셨다. 결국 회사를 평생 다닐 수 없으니... 잘 다니던 회사일지라도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데 성취감은 나의 노후를 책임질 수는 없으니, 커리어 성장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말라고 하셨다. 


두 분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해주셔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는 선배들의 조언 덕분에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커리어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장도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방향을 정하니 '이직 시 어떤 기업을 골라야 할지'도 명확해졌다. 커리어적인 성장을 더 이뤄내고 싶다면 더 치열하고 타이트한 곳으로 가야 할 것이고, 커리어 성장을 잠시 미루고 개인적 성장에 집중하려면 여가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내가 원하는 삶'을 먼저 생각하면, 커리어적으로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나는 10년 차가 지나서야 이 고민을 시작했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저연차, 미들급인 분들은 이런 고민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어쩌면 양립할 수 있는 두 가지 성장일 수 있지만, 한정된 시간에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할 만큼 충분히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의 고민은 '어떤 성장을 할 것인지' 택 1을 하라는 것이 아닌 '어떤 성장을 먼저 할 것 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리어 성장을 먼저 달성하고 나서 개인적인 성장에 시간을 쏟아도 늦지 않고, 반대로 결정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명확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민한 것과 같이,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아래 2가지를 생각해 보자.

1.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2.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이 두 가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면 본인이 어떤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언제까지 시간을 더 쏟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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