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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Feb 02. 2018

다키스트 아워 : 전쟁영화? 정치영화? 인물영화?



전쟁 영화인가, 인물 영화인가, 정치 영화인가? 영화 <덩케르크>(2017)를 통해 잘 알려진 다이너모 작전의 막후를 다루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1월 17일 개봉)는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에서 새롭게 총리로 뽑힌 윈스턴 처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루지만 주인공은 유명 정치인이며, 주된 시·공간은 전쟁터가 아닌 영국 국회다.

영화의 제목처럼 영국의 암흑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지만 영화는 이내 한 인간이 가진 심연의 고뇌에 집중한다. 영화 속 '가장 어두운 곳'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아닌, 영국인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윈스턴 처칠의 내면이다. 고집스럽고 사나운 불독에 비유될 만큼 기행스런 처칠이지만, 그의 어깨에는 폭풍 앞 등잔같은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독일의 포압적인 기세 앞에서 현실과 타협할 수 있었지만 윈스턴 처칠은 "성공이든, 실패든 영원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굴복하지 않는 용기다"고 말한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처칠 내면의 화학과정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수많은 심리적 압박 속에서 끝끝내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국가를 대하는 윈스턴 처칠의 자세. 겉으로는 당당해보이지만, 그 당연한 당위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는 지낸 수많은 고민의 밤을 묘사한다.

항상 떳떳하고 용기있는 그의 연설이었기에, 그 단어 단어마다 서려있는 수많은 고뇌와 고통는 쉽사리 알 수 없었다. 술과 시가, 그의 다혈질적인 모습은 어쩌면 그의 본연적 성격이 아닌 어깨 위 무게의 결과일 수도 있었다. 가장 어두운 순간에 국가를 책임지고 편집증적으로 고쳐가며 연설문을 써가는 윈스틴 처칠의 고독한 모습을, 그 내면의 갈등을 영화는 섬세하게 묘사한다.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고 발설된 처칠의 연설문은 또다른 화학 작용을 만들어낸다. 영화 <덩케르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다이나모 작전. 영국의 민간 선반들이 프랑스 덩케르크 지역에 포위된 젊은 영국군들을 본국으로 소환했던 작전.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기적을 만들고, 두려움에 떨던 국민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힘. 그것이 처칠이 보여준 '말'이 가진 정치적 힘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빛이 될 줄 알았지만 고집불통의 단절된 모습으로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은 윈스턴 처칠은 끝내 '말'을 통해 국민들을, 그리고 주변 정치인들을 설득해 낸다. 윈스턴 처칠은 뚜렷하지만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대담한 연설을 통해 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역할을 해낸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 묻는다면, 역시나 <다키스트 아워>는 한 인물이 가진 고뇌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역사적 인물의 전기까지는 아니지만 영화적 시공간은 결국 윈스턴 처칠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리고 그 막후에는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가 있다. 영화 촬영 기간동안 무려 200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받아가며 게리 올드만은 무려 100여 년 전 역사적 인물을 연기해 냈다.


단순한 외형뿐 아니라 처칠의 문장 속 단어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그는 제75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가장 눈에 띄는 연기는 걸음걸이였는데, 가뜩이나 튀어나온 배와 눈가의 주름, 항상 물고 있는 시가와 위스키 때문에 둔해보일 수 있는 처칠의 모습을 걸음걸이 하나로 당당하고 풍채있는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어쩌면 그 당당한 걸음걸이가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행보와 윈스턴 처칠의 공통점일 것이다. 항상 용기있게 캐릭터를 선택하며 변신하는 게리 올드만이란 배우가 없었다면 윈스턴 처칠은 다시 환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1951년 다시 총리가 되지만, 영화 크레딧은 1945년 총리로 재임명되지 않는 처칠의 이야기로 끝낸다. 국회에서 시작한 영화는 국회를 떠나는 카메라 워킹으로 막을 내린다. 국민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지고 위로하며, 동시에 지지받지 못하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가는 정치인 윈스턴 처칠. 그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말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영원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굴복하지 않는 용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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