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6시 칼퇴근 1.5억 연봉을 듣고 했던 생각들
언젠가 나의 때는 오게 되어 있다
Z증권사에서 일하는 5년차 A는 연봉 1.5억을 받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나는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그런 길로 충분히 갈수 있는데 다른 선택을 한, 뭔가 바꿔보겠다며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밤낮없이 빡세게 일하는 분들. 다른 하나는 10년전 뭣모를 오기와 패기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생각.
A가 하는 일은 예전 내가 하던 일의 바로 옆부서 일이라,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여전히 익숙했다. 어쩌다 운좋게 콩고물을 많이 얻어 먹고 있다는 그의 표현이 재밌었는데, 이 회사에서 10년후가 그려지지 않는다고. 1년후 3년후도 생각해봤는데 지금과 별반 다를바 없을 것 같다고.
그럴만하다. 아무리 내가 다양한 일을 하며 현장감을 유지한다지만, 10년도 더 전에 그 시장에 있던 사람이 몇마디 질문과 답변만 듣고도 이렇게까지 익숙하게 느끼며 줄줄 읊는 바닥이라면 큰 변화는 없는 것이 맞으니까. 고립된 욕망의 섬 같은 여의도는 여전했고, 그가 일하는 증권사는 유독 좀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했는데 그것도 여전했으며, 그동네 사람들의 주요 대화 주제도 여전했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시야를 넓게 뻗으며 원하는 성장을 하는 것은 어려울테니까.
한편, A 입장에서도 표준화된 경로와 달리 이런 저런 시도와 고생 끝에 입사한 회사였지만 어쨋든 현재 시점 기준 6시 땡 칼퇴근 한다는 그 친구의 연봉이 1.5억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여의도 바닥이 다 이렇게 한가롭진 않을텐데 이 측면에서 그는 운이 좋다), 의미와 내적인 성장을 쫒으며 어찌보면 리스크 테이킹을 택한 똘똘한 친구들이 떠올랐다.
돈 외의 다른 가치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생각들도 야무지게 하고 있을까…하는 오지랖. 일을 통해 얻는 것은 돈 말고도 많지만, 그 자산들을 의식적으로 쌓을 새도 없이 너무 바쁘면 어느날 갑자기 허무한 기분이 들수도 있으니까. 자기 몫을 좀 잘 챙겼으면, 약을 땐 약았으면, 리스크 테이킹을 한 만큼 그들이 얻게 되는 가치가 제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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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조직과 리더의 관점으로 시각이 옮겨가게 됐다.
이런 사람들을 뽑았을 때, 그러니까 넘나 잘하는데 회사 상황상 충분한 연봉을 다 주지 못하고 있거나 의미있는 일을 하며 성장하려는 사람들로 조직을 채우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엇을 주고 있는가.
너네 조직, 의미와 성장이 중요한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따만한 비전을 향해 달린다며. 그런데 그거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아?너네 회사 사람들은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데? 내가 하는 일이 누구한테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데? 이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이유가 뭔지 알아? 이런거 좀 물어보시나요?
현실적으로 결국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리더가 이런 생각을 갖고 일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까 & 나는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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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음 오늘의 요점없는 글을 정리해보자면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돈이 도는 시장 혹은 벌릴 것이라 생각되는 시장에 일단 나를 놓아두어야 하고 (나는 이것도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내 욕망에 솔직해지고 그에 맞는 판단을 하고 액션하는 것)
내 길을 가는 중 가끔 현타 오거나 상대적 박탈감 느낄 때가 있다면,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방법은 지금 이 선택이 잘한 것이 되게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의미있는 성장을 하면서 나아가고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나의 현실을 점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려 애쓰고,
다른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거나 뒤를 돌아보는 일은 하지 않는 것.
내가 증권사에서 일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전성기는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없다는 것, 슈팅 후 제대로 관리 못해 폭락하는 주식(회사)들이 쎄고 꾸준한 성과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좋은 것이라는 것,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
어차피 레이스는 길고
길고 짧은 것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며
꾸준히 잘 만들어가다보면 언젠가 나의 때는 오게 되어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