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하필 오른팔에 문제가 생겨 수술하고 덧나고 한동안 쑈를 하느라 꼼짝마 모드였고, 이런저런 일도 많았는데 순식간에 시간이 획 지난 느낌이에요.
어쨋거나 오늘은 제 생일이고, 왠지 그 기념으로 지난 몇달간 품고 있었던 질문, ‘나는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고 계속하는 마음은 무엇이지?’ 답을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
[오기]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일의 시작점에는 ‘오기'가 있었습니다. ‘나이 요즘 뭐한데?’ ‘걔? 몰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증권사 바닥의 많은 이야기들은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났는데요, 그러니까 ‘그래서 얼마나 돈이 돼? 걔는 그거 해서 돈 많이 벌었데?’ 이런식으로요. ‘걔'가 제가 됐을 때 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한가닥 했는데 - 스스로 이렇게 말하다니 뻔뻔하네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아직 죽지 않았거든’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불안]
그런데, 제 마음 한켠에는 ‘불안’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잃을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혼자 예술할꺼 아니면 시장에서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 요즘 트렌드는 뭘까, 사람들은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 레이더를 밖으로 키고, 누구는 뉴스레터도 보내고 SNS도 활발하게 하고 막 그러는데, 나도 뭔가 더 해야하지 않나 혼자 비교하고 의식하고요.
‘남들 모두와 똑같되 더 뛰어나라’는 표준화 트랙에서 힘들게 빠져나와 나름대로 잘 빌드업 해놓고 다시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트랙으로 스스로를 밀어넣고 있었던거죠.
[보람]
“일하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제가 일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지지고볶고 북치고 장구치며 일을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람’ 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결정'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을 해나가는 순간 순간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되잖아요. 그 결정이 자신의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과정의 고난을 이해 하는 것, 저와 마주한 개인과 조직이 잘 될 수 있게 응원하는 것이 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나는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자부심도 느끼고요.
객관적인 조언이나 질문을 드리고 함께 의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일, 덕분이라는 메세지들이 선물같고 보람차요,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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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일/커리어 주제 관련 진짜 혁신은 어떤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계속 고심하면서 나아가 볼께요. 사실, 성질이 급해서 좀 빨리빨리 하고 싶었는데 지치지 않고 계속 하면서 차근차근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직 저는 요만한 존재일 뿐이라 할일이 태산이고 백만가지 일들을 벌여봐야겠지만 오늘 남겨본 의미를 곱씹어 보겠습니다.
9월의 마지막날,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