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대통령선거 #윤석열 #추미애 #이재명 #정치
하찮은 고민이었다. 갓 스무살이던 2007년 난생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란 걸 해봤다. 선택지가 압권이었다. 이명박이냐 정동영이냐. 지금은 희대의 병림픽이라고 평가받는 그 대선이 나의 첫 경험이었다. 그러나 당시 나의 마음은 구국의 결단 수준. 그 전까지만 해도 대선이란 중원을 평정할 영웅을 픽하는 프로듀스급 대첩이었다. 어른들은 김영삼이냐 김대중이냐 노무현이냐 이회창이냐 하다못해 제3후보 조차 정주영이던 시절에 표를 던졌다. 자기들이 세상 혁명해서 만들었단 기분이 날만했다. 아아 그러나 나의 선택지는 MB와 DY. 누굴 선택했는지는 수치스러우니 밝히지 않겠다. 내생에 그나마 할만했던 투표는 미야와키사쿠라냐 장원영이냐였다. 여긴 선택지는 좋았으나 민주주의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런 투표만 해왔던 것이었다.
이게 정상국가인가 싶기도 했다. 뉴박통이 길라임 이름으로 피부 시술을 받으면서 국정을 농단해도 나라가 딱히 망하진 않았다. 역사에 기록될 최악의 사건이지만, 국가부도가 나지 않은 걸 보면 나라가 관료와 조직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상국가가 됐구나 싶었다. 물론 MB의 교훈은 잊지 않았다. 아차하는 순간에 시스템도 골로 간다. 하지만 영웅이 없어도 나라가 돌아간다는 건 어느정도 좋은 일이기도 했다. 우리 엄마가 내 나이일 때 제1야당 대표는 김대중 총재였다. 나는 제1야당 대표가 이준석인 시절에 산다. 하지만 나라가 굴러는 간다. 뭐 속에서는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따져보면 제1야당 대표가 굳이 영웅이 아니어도 되는 시대가 좋은 시대다.
그러니까 영웅이 없어도 안 슬퍼해도 될 것 같다.
병림픽이면 어떤가. 대선이라는 걸 할 수 있는 게 감지덕지던 시절도 있었다.
윤석열과 최재형과 이재명과 추미애와 아무튼 뭔지 몰라도 선택지가 주어질 텐데.
정상국가려니 하자. 고시 패스한 사람들이 의외로 단단하게 나라를 떠받치더이다.
물론 관료제 국가가 좋은 건 아니지만, 폭삭 망하진 않을 거란 안정감은 그나마 장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