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 눈깔을 한 사람에게
지난 2월, 출근길 지하철에서 브런치를 읽다가 내가 동태 눈깔로 지낸 지 꽤 오래됐단 걸 자각했다. 작가 ‘수린이’ 님의 글에서 발견한 한 문장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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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여전히 반짝여 놀랐다
아 맞다. 나도 눈빛이 반짝이던 사람이었지.
가만보자. 일도 익숙하고 사람도 익숙해 직장 생활이 무료해진데다 작년에 부지런히 쓰던 글도 초고가 완성됐단 이유로 방치해버렸고 새롭게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는 스탑됐고, 뭐, 새로운 자극이 없다보니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었구나.
뭐 이런 자각을 하게 됐달까.
친구 한명이 내게 그랬다. 너는 네 연인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여. 그렇다. 사람은 열정을 가진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이는 법이다. 나는 연인을 온 열정을 다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 말고, 그거 말고, 그거 말고. 그거 말고 열정을 쏟을 하나가 더 필요하다.
열정. 참으로 어렴풋한 단어가 되었다. 나도 한때는열정에 사로잡혀 살던 때가 있었는데. 열정을 갖는 것보다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나의 연인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인다. 나는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눈은 갈길을 잃었다. 눈의 때깔도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동태 눈깔이 되어버린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꼼지락 거리는 게 중요하다. 작은 일이라도 가슴이 뛰는 일을 놓지 않아야 한다.
매년 2월엔 지하철 손잡이를 쥐어잡고 동태 눈깔로 직장에 배달되던 나를 떠올려야겠다. 그 모습 보단 살아있는 삶을 살고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