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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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리는 오후입니다.
계절통을 한차례 심하게 겪는지 오늘은 서늘한 날씨에 목이 따끔한 감기기운이 생겨서 가을이 왔음을 몸이 체감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문득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면서 화끈 거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게 저만
알 수 있는 감정의 변화들, 그 시절의 느낌을 그대로 느껴서인지 그때와 다른 지금 상황에 읽어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오후에는 몸살기운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한두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니 자고 나서는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현실은 똑같은 데 느낌은 상쾌해지고 더 좋은 기분이 들어요,
보통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아침과 저녁, 저녁과 저녁사이 자고 일어만 나도 다른 감정에 다른 마음가짐이 생기는 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물만 해도 뱀은 매년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피부로 살아가고 저도 이번에 가을에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요, 지금은 그런 현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시기시기마다 계절이 변화하듯이 사람도 탈피를 하고 조금씩 변화를 하더라고요.
물론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사소한 변화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사람은 잘 자주 변화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종종 갈등종결 프로그램을 봐도, 몇 년간 문제였던 관계가 조금의 마음의 변화로 눈에 띄게 변하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도 몇 년 후에 다시 연락 와서는 그때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다만 스스로 자각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크게 변화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게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내가 좋은 상황에 좋은 변화를 맞이할 땐 누굴 만나도 즐겁고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만, 추운 날엔 겨울잠에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처럼 움츠러들 고 마음에도 날이 서잖아요, 다만 계절이 다르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에게 얄궂은 마음이 들어 더 마음의 폭을 좁히기가 어려운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sns를 보다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글을 보면서 생각했어됴. 왜 사람들은 모르면 모릅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인정을 못하고 그럴 까, 생각해 보니, 글쓴이는 좋은 때를 보내고 있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이고 아마도 글쓴이가 이야기한 타인은 눈앞에 자신의 상황에 너무나도 힘겨워서, 겨울을 지내고 있어 화내고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려거든 나를 이해하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리가 중학교2학년 학생을 보면 귀엽고 아직 철없고 모든 것들이 서툴어 보이듯이, 성장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같은 상황을 보내 성장한이에게는 감정조절이 서툴거나, 아직은 내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겨울을 보내는 이를 바라볼 땐 당연히 문제가 있어 보이겠지요.
성장은 그런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을 보니는 이 가 그럴 땐
바꾸려 애쓰며 스스로와 타인을 힘겹게 하지 말고 나도 그렇게 보낼 때가 있었지 격려하는 마음을 가지니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저도 화나고 서러울 때 쓴 제 글을 보고 절제되지 않았던 감정들을 바라보면서 참 애썼다 스스로 다독이니 울긋불긋해지는 얼굴들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때때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은 살기 위해서 변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다그쳤을 땐 저는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수용하고 그럴 수 있음을 인정했을 때 나도 모르게 변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계절을 보내는 이를 너그럽게 수용하고 격려해 줄 수 있다면 좀 덜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겨울을 살았던 나를 떠올리면서,
저는 그런 마음가짐이 좋은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할 마음이 안 생기는 이유는 내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니까요,
또 여유가 없는 이유는 모든 상황이 내 맘대로 일어나지 않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럴 땐 푹 자고 다시 한번 상황을 바라본다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겨울은 춥고, 외로우니까요. 나의 서늘 한 겨울이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