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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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푸른 장미를 좋아합니다. 푸른 장미는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거든요.
원래는 장미는 파란색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파란 장미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개종을 통해서 파란 장미가 불가능에서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파란 장미는 제게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불가능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서 가능하게 되는 현실적인 "기적"을 증명해 낸 꽃이니까요.
여러분은 " 기 적 "을 믿으시나요?
삶이 괴롭거나 팍팍할 때,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체감할 때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탓하게 되고
인간의 무지와 무능함을 원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서 종교나 신앙적인 생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신실한 기독교인인 제가 가장 사랑했던 외할머니는 너무 고통스럽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세상에는 기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었어요. 사실,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지금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할머니는 폐암말기로 6개월간의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었습니다.
그땐 저도 어렸고, 그 병에 대한 이해도가 별로 없었지만 두려운 건 있었어요.
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께 병명을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었습니다. 그게 우리 가족이 할머니께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마지막 선물이라고 여겼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묵인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할머니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2년 정도의 시간을 더 살다가 돌아가셨어요. 그 시간 동안에 흩어진 가족들은 종종 모여서 여행도 하고 할머니랑 좋은 시간도 함께 보냈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올 때엔, 삶이란 참 가혹하고 이 세상에 기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지금 그 시기를 바라보니, 그 2년이라는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기적 같은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듭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을 알게 되고 가족들은 서툴지만 좀 더 노력하게 되었었고,
할머니는 2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생각해 보니 할머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함께 노력한 그 시간들이 그런 "기적"같은 순간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왜, 모든 건 지나고 나서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알게 되는 걸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책을 읽고 삶에서 경험하고 다시 책을 읽었을 때 그 이해 안 되던 것들이 이해되는 일처럼,
그런 기적 같은 순간들을 알아채는 그 순간이,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가혹한 삶의 진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 모든 순간이 사랑임을 알지 못했다면, 저는 아마 여전히 고통 속에서 지내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 없는 기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