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 미국 경찰의 역사와 권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경찰의 탄생 과정과 성장, 권력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 경찰의 '힘(권력, 물리력, 폭력성 등)'은 세계 어떤 국가의 경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미국 경찰을 다룬 영화가 매우 많고, 미국 사회에서 '경찰'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집단으로 존재한다. 물론 그들도 통제받고,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경찰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른데, 그 원인은 미국 역사에 있다.
미국 경찰의 출발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하기 시작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경찰' 형태는 1830년대 시카고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전부터 자경대 형태로 경찰 역할을 하는 조직은 존재했다. 이들은 아메리카로 이주하는 유럽 이민자들을 보호하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맞서 싸우다 나중에 '보안관' 또는 '셰퍼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후 미국이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데려오면서, 백인들로 구성된 자경단은 흑인 노예를 통제하고, 흑인 노예가 도망하는 걸 추적하거나, 백인에게 위협이 되고, 저항하는 흑인을 보복 살해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세계의 모든 경찰은 권력 집단의 도구로 쓰인다. 즉, 국가가 사용하는 '공권력(물리력)'은 '국가폭력'으로 불러야 하는데, 이때 국외 즉 다른 나라와 물리적 충돌을 책임지는 건 '군대'이고, 국내의 치안을 맡는 건 '경찰'의 역할로 규정되어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국내 치안에 군대를 동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각 주의 자치권이 별개의 국가와 같아서, 주 단위 경찰이 치안에 실패하면 '주방위군' 군대가 투입되고, '주방위군'으로도 부족하면 '연방군'이 투입되는데, 이는 미국의 특별한 상황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폭력'의 형태다. 형태는 조금 달라도, 다른 모든 국가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형태로 경찰과 군대를 운용한다.
미국에서 경찰이 오늘날의 강력한 '힘'을 보유하게 된 과정을 보면, 개척기(점령기) 시기의 원주민 학살 - 흑인 노예의 통제, 관리 -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통제 - 흑인으로 대표하는 백인 집단의 인종 차별의 도구화 -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흑인 및 소수인종,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 응징 - 노동운동과 노동조합 활동, 노동운동 지도자를 탄압하는 자본가의 앞잡이 역할 -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는 역할 - 마피아를 비롯한 범죄 집단을 통제, 관리하는 역할 - 마약과의 전쟁을 통한 몸집 불리기와 권력 강화 - 권력4부로 몸집을 불린 경찰 집단 - 미국 사회를 통제하는 실제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독립한 경찰 집단 권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한 가지, 한 가지의 키워드는 모두 아주 긴 해설을 해야 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미국 경찰의 존재 의미는 한 마디로 '백인 권력 집단의 이익을 철저하게 지키는 국가폭력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백인 권력 집단'은 미국 주류 집단인 백인 자본가, 정치가를 뜻한다. 물론 이들과 같은 이해집단으로 '미국 백인 중산층'까지 확대할 수 있다. 미국 백인 주류 사회는 최고의 권력을 장악했으며, 가장 좋은 일자리, 가장 높은 평균 소득, 가장 많은 재화를 보유한 집단으로, 이들은 자기 이익이 침해당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최초의 아메리카 이민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면서 영토를 차지했고, 모국인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여 이겼으며,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납치하거나, 납치한 상인들에게 흑인을 사들여 노예로 부렸다. 또한 '미국'이라는 국가를 만들고,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고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이민자를 받을 때도, 백인 주류 집단은 철저하게 이민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며, 통제했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철도 건설에 쓰였고, 이들은 철도 1미터에 한 명씩을 땅에 묻을 정도로 많이 죽었지만, 중국인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백인 노동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흑인은 노예로 부렸으며, 아일랜드 이민자도 초기에는 '백인'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들 미국의 백인 주류 집단은 '백인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가를 잘 알았고, '백인성'을 부여받는 즉시 미국 사회에서 주류가 되며,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높은 임금을 받으며, 결코 차별당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반대로, '백인성'을 부여받지 못한 인종은 '백인'이 누리는 것과 정반대의 처우를 받으며, 비주류, 소수자로 억압당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미국 경찰은 이렇게 선명하게 나뉜 미국 사회의 집단 사이에서 '백인 주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폭력 집단으로 처음부터 자리매김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하고 나선 이유도 중요한데, 미국은 1700년대 후반 독립한 이후, 곧바로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를 보면, 그동안 미국이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 미국을 세운 백인 주류 집단이 저지른 온갖 잔혹하고 악랄한 범죄의 역사가 드러난다. 미국은 필리핀을 침략하고, 점령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는 중동의 여러 국가를 침략하고 점령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점령하면서 하는 말은 늘 똑같다.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라는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미국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세계 여러 나라와 전쟁하며 발전한 전투 기술과 전투 장비를 경찰에 도입했다. 즉, 미국 경찰은 자기 국민을 '적대국'을 대하는 수준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인종 문제까지 끌어들여 미국은 국내에서 늘 전쟁과 전투, 대 테러 진압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주류 백인 엘리트가 장악한)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거의 절멸시키고,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마치 짐승을 우리에 가두듯 원주민을 가두었으며, 흑인을 분리, 차별하고, 미국 사회에서 소외시켜 '타자화' 했다. 흑인은 백인과 함께 살아가되 백인과 동등한 지위를 누릴 수 없으며, 누려서도 안 된다는 게 주류 백인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따라서 흑인을 '범죄자 낙인찍기'를 통해, 백인은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모든 소수 인종들까지도 흑인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갖도록 세뇌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흑인은 약 40%가 전과자이며, 아무 죄를 짓지 않아도 경찰의 폭력으로 학살당하는 흑인이 해마다 수 만 명에 이를 정도로 '경찰'은 '흑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다.
경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서, 미국 사회에서 비대칭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평범한 시민의 안전과 사회 질서를 지킨다는 경찰 본연의 목적보다는, 경찰이 시민을 적대적으로 여기고, 시민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며, 경찰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현상이 줄어들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미국 경찰 폭력'으로 검색하면 많은 뉴스와 정보가 나오는데, 그만큼 미국 경찰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아무 죄 없는 시민에게 경찰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보면, 경찰 폭력에 힘을 실어주는 더 큰 권력이 바로 '백인 주류 집단'이며, 이들이 백안관을 비롯, 정부 전체를 장악한 상황에서, 경찰 운영 예산을 대폭 늘리고, 경찰의 폭력을 법으로나 내부 규정으로 제재하지 않음으로써, 경찰이 더욱 흉포하게 날뛸 수 있는 싸인을 준 것이다.
미국의 지배 계급(주류 백인, 자본가, 엘리트, 정치가)은 '분리해서 통치한다'는 전략을 기본으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고, 다시 흑인과 소수 민족을 갈라 놓음으로써, 약자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기며 권력의 핵심에 관해서는 관심을 분산시키고, 본질을 감추며, 왜곡하는 형태로 미국 사회를 지배한다. 이 지배의 도구로 경찰은 과거 역사에서 이어 온 '흑인 노예'에 관한 차별 인식을 강화하고, 흑인과 소수 민족을 '힘' 즉 물리적 폭력을 휘둘러 억압하는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한다.
미국 경찰의 폭력성이 지나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수정 헌법에 따른 총기 소유의 자유에 있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할 때부터 지금까지 폭력을 통해 집단의 이익을 관철했다.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를 억압, 처형하고, 모든 저항 운동을 짓밟을 때 경찰과 군대는 총기를 사용했다. 총기 휴대의 기본 개념은,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는 미국 초창기 무법 시대에서 시작한 공포와 두려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미국은 자신들이 휘두른 총기로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했으나, 바로 그 총기의 위협에서 안심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다.
미국 사회가 경찰을 대리자로 내세워 흑인을 비롯한 소수 민족을 끊임 없이 억압하고, 잔인하게 다루고, 심지어 죄 없는 시민을 학살하는 원인은 사회를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지배 권력에 저항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국 지배 계급은 '희생양' 전술이 지배 전략에 유효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미국에서 '희생양'으로 가장 만만한 집단이 '흑인'이라는 것 역시 역사를 관통하는 경험에서 비롯한 전략, 전술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