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Sep 11. 2019

파리 유학 일기 #2

학교 예비소집과 행정등록, 드디어 학생증이 생겼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유학생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오전에는 학과별 예비소집 설명회 Réunion de pré-rentrée 가, 오후에는 행정 등록 예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10시, 학교에 도착해 정문을 들어서는데 경비 아저씨가 학생증을 내놓으라고 손을 떡- 내밀었다. 아직 없는 걸 달라고 하니 당황한 내가 '제가 아직 등록을 안 해서 학생증이 없는데요- ' 하니까, 아저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면서 '그래? 괜찮아 걱정 마 들어가 봐-' 하셨다. 새로운 시작에 설렘과 긴장이 팽팽히 맞서는 하루의 도입부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의 호의 덕분에 설렘이 긴장을 누르고 한껏 치솟아 올랐다.


 오전이었지만 학과별 예비소집 때문인지 학교는 학생들로 나름 북적였다. 나도 이제 쟤들처럼 학생이구나,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건가, 소속감의 중요성이라는 게. 이번에 파리에 돌아와서 정말 이상했던 게, 분명 파리는 크게 변한 게 없는데 지금 내가 있는 이 곳 파리에 대해 그리고 파리에 있는 내 모습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작년과는 너무도 달랐다. 내가 요즘 그렇다고 하자 나의 룸메이트 언니는 '네가 워홀러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소속감이라는 게 이제는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했다. 맞다, 소속감의 결핍이 채워지니 시리얼 두세 그릇 먹은 것처럼 든든한 거다.  


예쁘지만 외로워서 부질없다- 웅얼거렸던 이 곳에서, 가득 찬 마음에 활짝 웃을 수 있게 되다니!


 그렇게 실한 마음을 두둑이 안고 전형적인 파리의 꼬불꼬불 달팽이 계단을 올라 4층 강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설명회가 진행 중이었다. 교수들이 학기 진행이나 수업 관련된 주요 사항들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자유로이 질문을 하는 식이었다. 못 알아듣고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녹음기도 켜놓았는데, 다행히 큰 어려움이 없었다. 교수들이 간간이 던지는 시시콜콜한 우스갯소리에도 함께 웃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약간의 자신감 얻어졌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질문들을 들으면서, 나만 헤매고 있었던 게 아니구나 싶었다. 아직 수업 시간표가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거나 지도교수를 찾지 못한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바보여서 그런 게 아니구나, 위로가 되었다.




 예비소집 설명회가 끝나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오후에 있을 행정 등록 서류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예약해 놓은 등록 시간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에 들어서는데 우연히 새로 받은 학생증을 손에 쥐어들고 나오는 한 여자애를 발견했다. 이때다 싶어 그 애를 붙들고 어디서 어떻게 절차를 밟고 학생증을 받았는지 확인 사살을 했다. 헤매지 않기 위해서. (+ 조금이라도 프랑스어를 더 써보기 위해서..ㅋㅋㅋ) 다행히 이 친구는 정말 친절하게 등록 진행 순서와 장소까지 꼼꼼히 알려주고 떠났다.

아직 학교 내부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 : ) ㅎㅎㅎ


 그 덕분에 오늘 오후에는 무사히 수강신청 inscription pédagogique을 이틀 앞두고 드디어 행정 등록 inscription administrative 절차를 마쳐 비로소 신분 증명이 가능한 진짜 학생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사실상 입학허가와 학생비자만 가지고 있었지 정식 등록을 마친 게 아니었기에, 프랑스에 오자마자 바로 이 등록 절차를 밟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학교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내가 공부하게 될 파리 4 대학 Paris-Sorbonne의 경우에는 합격 후 1차로 온라인 등록을 하고, 2차로는 직접 학교에 찾아가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을 마쳐야 긴- 관문을 모두 통과해 학생증 carte d'étudiant과 학교 등록증명서 certificat de scolarité 를 손에 쥐게 된다.



▲ 영수증 들고 등록금 내러 가는 길. 보다시피 243유로, 한국 돈으로 30만 원 정도밖에 안된다. 2019년 올해부터 원칙적으로 비유럽권 학생들 대상 Master 과정 학비가 3770유로 (한화 500만 원) 정도로 인상되었다. 하지만 소르본을 포함한 일부 대학들은 우선 올해에는 인상된 학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석사를 위해 불어공부에 1년 반을 투자한 나에게는 너무도 다행인 일이다.     *이 학비 관련 사항은 국립 대학교에서 불어로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영어로 진행되는 사립 코스들은 보통 훨씬 비싸다.

 오늘 진행한 이 등록 절차가 나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1. 학번 및 학교 계정이 있어야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가 있음.

 2. 프랑스에선 집을 구할 때 보증인 garant을 요구하는데, 내 경우 보증인이 없고 다른 소득 증빙 방법이 없어서 정부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보증제도 Visale을 신청해야 함.

 3. 은행에서 학생들에게 계좌 유지비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보통 매달 통신사 요금을 내듯 계좌 사용비를 낸다)를 면제해준다고 하므로 학생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함.

 4. 이 외에도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 (교통비 할인 imagine R Etudiant, 문화생활 등)을 받기 위해 역시 증빙 서류가 필요함.

이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학생으로서의 삶에 물꼬를 트는 입문 절차였던 셈이다.


 근데 또 이 등록이라는 게 그냥 대충 가서 신청하는 게 아니고, 각종 서류들을 꼼꼼하게 준비해 가야 한다. 게다가 석사 Master 과정의 경우에는 연구 주제를 미리 정한 뒤 논문을 지도해줄 교수를 찾아 사인을 받은 서류도 가져가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나에게 맞는 교수를 조사한 후 컨택해 지도 승인을 받고 파리에 와서 교수를 직접 찾아가 서명을 받았다.


 사실 나한테는 이 한 단계 한 단계가 모두 처음이고, 게다가 늘 프랑스어로 진행을 해야 하니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학생증을 받아 든 순간 그리도 감격스러웠던 것인가...ㅎㅎㅎ


 이제 확실한 신분이 생겼으니, 뭔가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느낌이 든다. 물론 아직 사회보장제도 등록이나 집 구하기 등 눈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하나하나 차곡차곡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많은 것들이 해결되고 진전되어 있겠지..ㅎㅎㅎ 그렇기를..


가끔 크레페나 먹으러 오던 라틴 지구 Quartier Latin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니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유학 일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