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게 바로 이 '쓸모'에 대한 질문들이다.
지금의 나는 과연 어디에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지금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진정 쓸모가 있는 일일까. 그래서 이 매일의 아둥바둥을 통해 나는 더욱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타지에 살면서, 언어에 대한 열등감이나 종종 스치는 인종차별로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이 생긴다거나, 자존감만 낮아지고 콤플렉스 가득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애초에 버텨낼 깜냥이 없는 사람이, 욕심만 커서 감당하지 못할 짐들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가득 지고 낑낑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깊어지면 부정적인 감정에 잡아먹혀 버릴까 봐 무섭기도 하지만, 눈 꾹 감고 무시하다가 언젠가는 일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지나갈 일들이라지만, 무시하면 오기가 생기는지 쉽게 지나가지도 않더라. 그래서. 징징대야 한다.
이럴 때면 '힘내'라던가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위로가 아닌 부담이 된다. 타인의 배려에서 온 따뜻한 말들도 내 마음이 차가울 땐 닿자마자 녹아버린다. 별 것 아니니 dramatise하지 말라는 이야기만큼 상처가 되는 것도 없다. 온통 가시가 돋아서 다가오는 위로들을 밀어내게 된다.
도움이 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