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기까지
중학교 1학년 시절, 교내상을 받고 싶어서 시화(詩畵,시와 그림을 곁들인 예술작품)를 만들었던 일이 기억난다. 그림도 시도 조악한 수준이었는데, 대강의 내용은 "여러 직업을 다 갖고 싶다. 뭘 해야될까?" 정도였는데, 재밌게도 본과 1학년 즈음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졸업을 앞두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자유시간이 부쩍 늘었기 때문에, 동기를 만날 때마다 항상 듣는 이 질문.
거기에 연구를 할지, 개원을 할지, 월급쟁이 의사를 할지까지.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에서 말하듯, 모든 길을 다 가 볼 수 없다는 숙명적 한계 때문에 분명히 하나를 택해야 되는데, 고민을 시작하면 후회에 대한 두려움, 적성, 성적, 수련환경 같은 문제들이 꼬리를 물다가 하루가 다 가곤 했다(잡설: 가지 않은 길은 "모두가 사랑하고 거의 모두가 오해하는 시"라는 평가를 받은 시다. 궁금하다면 링크의 오피니언을 읽어보시길).
https://news.joins.com/article/19349774
여러 과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본과2학년으로 넘어갈 때쯤 지금의 정신건강의학과로 기울었는데, 처음부터 마음을 굳힌 건 아니었다.
동아리 회식마다 이런 말들을 들었기 때문에, 아직 실습이 한참 남았던 당시에는 결정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태평하게 앉아 '아님말고' 마인드로 실습을 기다리기엔 실습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길고(약 1년 6개월), 그때가서 생각이 바뀌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라는 생각에 컨택했고, 2학년 여름방학에 보건복지부 소속 정신과병원에서 허락을 얻어 봉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