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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Aug 15. 2020

법전의 만유인력

정의에 올리는 큰절

 '대패삼겹 파채 볶음' 정도의 음식인 시오야끼는 그 유래가 아리송한 음식이다. 이름의 '야끼'를 보면 일본음식인가 싶다가도, 구글검색 상위결과엔 대한민국 여러 지역에서 앞다투어 '원조'임을 자랑한다.



  '알쏭달쏭한 음식이군~' 하고 한 입 먹다 보면, 상큼한 파채와 어우러진 돼지기름의 풍미로 어느새 공깃밥 한 공기를 해치운 후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몸을 뒤로 기울이고 반찬이 비워진 상을 바라보다 종이 그릇에 떨어지는 기름방울에 시선이 간다. 사과의 낙하를 보며 뉴턴은 만유인력을 떠올렸다는데, 기름방울을 보며 무얼 떠올려야 하나?(밀리컨을 떠올린 사람들은, 그의 기름방울 실험이 데이터 조작으로 얼룩진 대사기극이란 사실을 상기하고, 다른 생각을 해보자)


 '질량은 서로를 끌어당긴다'로 잘 알려진 만유인력은 사실, '질량은 공간을 휘게 한다' 정도의 표현이 좀 더 적합하다. 질량이 0인 빛의 경로도 굴절되는 현상까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인데, 질량 분포에 따라 휘어있는 공간을 상상하면 무척 멋있기까지 하다. 통, 통, 기름방울이 휘어진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퍼지는 속이 빈 울림소리에 문득, 법전을 떠올렸다.


 공간을 재창조하는 물리법칙처럼 법률은 사회구조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시선에도 부끄럼 없이 아래로 흐르는 기름방울은, 갈리는 희비에 아랑곳 않고 수직으로 내리치는 법정의 의사봉을 닮았다(땅땅땅 명쾌하게 울리는 소리는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1966년 이후로는 들을 수 없다고...).


 나쁜 생각이 고개를 들 때면, 중력과도 같은 법의 지엄함을 되뇌며, 사회정의 앞에 납작 엎드린 스스로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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