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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Dec 24. 2018

2. 청운 따라서

정합성 (2)

 경희대 전체 학과의 교양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식당과 행정실이 자리하며,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청운관. 모든 경희대생이 아는 이 건물에는, 나름의 유명세를 떨치는 식당 외에도, 자랑거리가 숨어있다. 드나드는 사람들의 수많은 욕망들을 모두 긍정한다는 듯, 흔히 아는 “높은 지위나 벼슬”외에도, “속세를 떠나 은거하는 생활”이라는 양극단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 “청운”을 이름 삼은 점이다.



  시간표를 잘못 짜는 바람에 생긴 공강시간을 청운관 빈 탁자에서 흘려보내던 중에, A가 말을 걸어왔다.


시간 괜찮으세요? 미술심리치료 실습 공부를 하는 중인데, 한 번 해보실래요?

 진부한 대사가 당시엔 어찌나도 신선했던지, 청운관의 넓은 아량이 녹아있는 상담을 막연히 기대하며, 뚝딱 그림을 그려주곤, 해석을 준비해 오겠다는 A와 약속까지 잡아버렸다.



 다음 만남의 A는, 운동을 끝내고 느릿느릿 옮기던 걸음을 붙잡던 B나, 농구 수업에서 친근하게 말을 붙여오던 C처럼, 결국엔 대순진리회의 이야기를 해왔다. 강력한 믿음의 원천이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에 심심함이 더해져서, 교리를 잘 설파해보라는 말과 함께 귀를 기울였다.



 돌아보니 셋의 설명엔 나름의 노력이 엿보인다. 생육하고 번성한 뒤 쇠락하고 멸하는 자연의 순환이 모든 것과 닮아있다는 큰 줄기는 비슷했지만, 정해진 매뉴얼은 없는 듯, 각자의 디테일이 달랐기 때문이다. 원활한 자연의 흐름을 막는 귀신 때문에 문제가 생기며, 이를 공부로 해결해야 한다던 A.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99%라는 과학적 사실을 아느냐며 보이지 않는 세계의 중요성을 말하던 B. 에너지 보존 법칙을 말하며 사람들은 모두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불행은 이를 가로막는 ‘척’ 때문에 생긴다던 C.


     

 세상이 돌아가는 진리를 공부하느라 자연과학을 비롯한 다른 공부에 쏟을 시간이 없었을까? 에너지의 개념을 설명해주고 ‘보인다’의 정의나 비율을 따진 기준, 귀신의 증거 따위를 물어도 그들은 대답을 얼버무리며 다른 얘기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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