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모임 두 번째.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표현한다는 것
02 네트워크와 브랜드의 경계
브랜드를 정의하는 틀을 더이상 메시지 전달에 가둬 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선한 조직 문화와 착한 제품, 합리적인 가격을 나타내는 콘텐츠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메시지(콘텐츠)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메시지와 고객의 구간을 나누던 경계가 사라진다면, 그러니까 더 이상 메시지 영역에 브랜드가 머무는 것이 아니라면 브랜드는 어디에 있는가?
고객, 제품, 조직 등의 활동을 통해 연결된 구조(structure)에 브랜드의 실체가 있다. 브랜드의 실체는 메시지(콘텐츠)에 있지 않고 고객의 행동을 통해 사후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네트워크가 된 브랜드, 280쪽.
고객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서로 나누고, 보고 느끼는 바가 곧 브랜드로 자리잡는다. 브랜드를 형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해 말할 거리가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숙제가 늘어난 기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회사가 해왔던 일의 역할을 고객이 맡았다고도 볼 수 있다.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하는 1코노미인은 네트워크 형태의 브랜드를 적극 이해하고 활용하고 싶다.
모여드는 사람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내 사업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방법을 구상하려고 하니 막막하다. 어떤 브랜드는 성격적으로 네트워크를 포함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트레바리는 네트워크 그 자체가 고객이고 광고며 제품인 브랜드이다. 트레바리 멤버가 되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발제를 만들고, 독후감을 쓴 사람끼리 만나고, 모임을 회상한다. 책과 독후감, 토론을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트레바리를 접한 사람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퍼뜨린다. 그들이 이야기할 때마다 관심이 있는 새로운 사람이 생겨난다. 트레바리 서비스에 대한 기대에 지금 참여하는 사람에 더하여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이 포함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어 커뮤니티는 풍부해진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면 적은 노력으로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되거나 서비스의 규모가 커질 것이다(공평하게 부정적인 관점도 이야기해보자면 참여자들이 고착화되면서 문화가 고이거나, 혹은 관리를 통제할 수 없어 품질이 내려갈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서비스에 애정을 가지게 된 고객은 서비스에 깊이 관여되어 운영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확장된 브랜드는 기존의 서비스와는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네트워크의 전환
네트워크는 친목으로 연결되며, 충분히 친분을 쌓지 못했을 때 쉽게 무너진다. 정해진 주제에 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이야기를 할 자리가 없었음을 깨달으며 공간에 스며들어갈 것이다. 주제가 명료하다면 원하는 것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여, 그 공간의 존재에 감사하며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갈 것이다(반면 그 범위가 너무 좁다면 사람들의 수가 적거나 다양성이 충분하지 않아 발전이 더뎌진다).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져 네트워크가 유지된다면,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 관계와 문화를 기반으로 다른 성격의 네트워크로 변환되거나 확장될 것이다.
가치를 찾아 네트워크가 생긴다.
근본적인 가치는 제작자가 직접 제공을 하고 고객은 이 가치를 찾아 움직인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들을 운영한다면, 그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각각의 채널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며, 공간을 순환할 수 있다. 한 공간의 성장이 다른 곳에 영향을 준다. 모든 창구와 활동은 이미 고객과의 소통을 내포한다. 고객과 네트워크를 어떤 방향으로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는 제공하고 있는 가치와 가치를 생산하는 제작자 본인에게 있다.
일관성은 가치를 명료하게 만든다.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때 컨셉과 목표, 메시지가 전달되는가? 제품/서비스에 기대되는 바와 실제 이용이 일치한다면, 고객들이 컨셉 외의 영역에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할 것이다. 기대가 명확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일관성은 제품/서비스에게 신뢰를 주고, 신뢰가 있으면 고객들은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1코노미인의 일관성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서 있는 장소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에서나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크리에이터라면 그 사람의 다양한 채널에서 보여지는 모습의 본질이 동일할 때, 곧 안과 밖이 같을 때 채널이 주는 네트워크 간의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히 있고 흔들리지 않고 전달된다면, 고객은 다양한 채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가 있다고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내 제품/서비스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그 서비스를 찾아냈고, 왜 이용하며, 어떻게 이용하며, 이용 후에는 무엇을 할까?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서비스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분명히 강의에, 웹/앱 화면에, 블로그에, 나에게 가장 익숙한 매체에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질문이 있는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이미 내가 쓴 것, 말한 것을 물어본다.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고객들은 왜 그 정보를 놓쳤을까? 서비스와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과 만나는 지점들을 도화지에 지도처럼 그리고, 이 각각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하나씩 짚어가다보면 누수가 생기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은 쉽게 다시 볼 수 있도록 따로 요약한다. 약속한 날로부터 하루 전에 다시 한 번 안내를 해준다. 지루하지 않도록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지 않는다. 궁금할 법한 내용들을 미리 고민해서 알려준다. 만족스러웠을 경우 다른 것들도 추천해준다. 후기를 수집하여 보여준다. 모든 경험이 자연스럽도록 고리를 맞추면 어느새 끊김이 없이 자연스러운 하나의 경험이 형성된다.
연결된 세상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정보의 속성이 있다면 바로 ‘투명성’이다. 보여주는 나와 보이는 나가 일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기반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90쪽.
저자는 투명한 정체성에서 신뢰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으며, 그렇기에 주어진 정보를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직접 정보를 찾고, 선택하는 세상에서는 정보는 쉽게 제품/서비스의 판단 기준이 된다. 내가 인지한 내용과 체험한 결과가 동일하다면 신뢰는 더 커질 것이다. 투명한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1코노미인의 경우에는 개인의 정체성이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되곤 한다.
대표자의 역할
대표자를 향한 신뢰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어 있다. 그러한 성향의 대표이기 때문에 그답게 기업이 방향을 잡아가리라. 회사는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투자를 하고 그 영역은 성장할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믿어 비용을 지불하는 세상에서는 그가 제작한 제품/서비스가 마땅치 않는다면 사람을 믿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투명한 정체성을 위해 솔직해야 한다?
프로모션의 방향이 브랜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면,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고 이내 거품은 내려앉는다. 이 원칙을 개인에게 적용해보자. 보는 대상이 혹하도록 나를 규정하는 대신에 (일관성을 가지고 유지할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업은 구직자가 솔직하기를 바라지만 구직자는 기업에게 맞출 의향이 있다. 구독자는 크리에이터의 개성있는 콘텐츠를 바라지만, 크리에이터는 구독자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컨셉이 뚜렷하지 않아 망했거나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아 망하는 기업의 예시를 들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구직자는, 크리에이터는, 기업 각각의 정체성은 존재하고, 그것을 잘 보여주고 싶다. 또한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투명성이 타인의 반응과 눈치를 보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통상의 사회는 그 반대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무엇에 대해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가?
들여다봄 안에 신뢰와 정체성이 있다.
내 철학, 생각, 본질이 아닌 가죽을 쓰고 있다면 그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기력이 바닥나는 순간에 약점이나 그림자가 나타날 것이다. 컨셉이나 정체성, 브랜드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일관성임을 고려할 때, 나를 가장 편안하게 보여주고 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습으로 있는 것이 신뢰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1코노미 활동의 시작은 내가 잘하는 것, 관심있는 것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은 표면적인 내 모습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에는 어려운 길일지도 모르겠다.
간단한 자기 소개에도 설계가 필요하다.
나를 명확하게 인식시키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계획적으로 설명하는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짧은 순간에 호기심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단서를 남기고, 차근차근 다른 특징을 보여주어 깊이감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그런 전략 말이다. 방을 잔뜩 어지른 다음에 모두가 그 방의 멋진 점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순수하거나 욕심쟁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나를 인지시키고, 그 모습을 언제나 어디서나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 내가 말한 것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차이가 없는 것을 투명성이라 정의한다면, 핵심은 솔직보다는 정리나 절제에 가까울 것이다. 나를 어떻게 보여주어야 상대방이 빠르게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상대방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가장 반응이 좋은 모습을 찾는 것, 내가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을 이해하는 것, 실험적으로 도전하는 것, 컨셉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은 모두 나를 잘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 속할 것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되도록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나와 내 브랜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체성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객은 가치와 컨셉의 일관성에서 신뢰를 얻는다. 가치나 컨셉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고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본질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는 실험을 거친다.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관성은? 그런데 완성되기 이전에 고객에게 먼저 보여주라며? 1코노미는 물론 자아찾기나 서비스/제품/콘텐츠 발굴에 이르기까지 이 어려움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인가. 탐구를 하는 동안은 정체된 기분마저도 든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떠오르는 마음의 불안함
세상은 종종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한 일을 바라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 내면의 모습보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그 모습을 유지한다. 내가 내 모습을 찾거나 모습대로 있고자 하는 것이 혹시 욕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진짜 내 일은 무엇일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모른다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나, 운동을 하는 나, 그림을 그리는 나, 모임을 운영하는 나는 때로는 전혀 다른 사람같다. 솔직해지고 싶다고 다양한 모습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중구난방으로 보여준다면 오히려 상대는 나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모습 중 진짜 나는 무엇인가? 감정에 파묻혔을 때나 피곤할 때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이질적인 나는 내 본질인가 변칙인가? 어느 부분을 유지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일은 무엇일까? 하루 아침에 결론이 나는 질문이 아니다. 이 것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며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난다.
슬슬 이제 그만 현실을 인지하고 정착하라는 주변의 우려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도드라지기 때문에 시선이 쏠리고, 평가와 이야기, 감정이 오간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않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받고 있자니, 이상적인 세상에서 감성주의자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세상에 맞춰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이끌어줄 수 있을까? 돈이나 통념에 끌려다니지 않고 계속 세상과 삶을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허황된 것일가? 무난한 길이 정답은 아니고, 전형 밖에도 길은 있는데. 지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향이 되리라 믿는다.
생각의 유연성
굳기 전에 다양성을 접하면 흡수가 되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 겪으면 충격이 된다. 한 곳에서만 머물며 그곳에서 통용되는 가치관만 접할 때 생각은 경직된다. 머무는 장소만 바뀌어도 규칙과 상식이 달라진다. 남의 시선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변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은 모호함 속에서 헤매는 불안이다. 하지만 내 선택, 내 이유가 아닌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방식을 고수하는 관성을 따라간다면, 질문도 떠올리지 못하고 몸만 늙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탐구와 도전은 불안정의 연속이겠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면 할 수록, 굳어진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폭을 살펴보고,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1코노미인이 되고 싶다 - 마케팅
02 네트워크와 브랜드의 경계
킴은 2~3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계와 생각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빠르게 읽고 나눠야 했던 개념들이 혼란스러워, 지금은 모임을 쉬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그 당시에 몰랐던 이야기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