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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 Jun 26. 2018

마케터 ____의 일? 아니, 우리의 매일매일!

마케터가 아닌 직장인의 일

마케터의 일 : 우리의 매일매일

-마케터 + 직장인의 일

작가 : 배달의 민족 CBO 장인성 작가님


  디자인부터 마음에 들었다. 평소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는데 읽던 책을 다 읽고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던 찰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고 디자인이 이뻤다. 특이한 책이다 싶어 읽어봤는데 배달의 민족 CBO이신 장인성 작가님(?)의 책이었다. 읽기 좋게 구어체로 쓰여있고 요즘 고민하던 내용이 초반부에 있어서 그 자리에 서서 꽤나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제목은 마케터~의 일이지만 마케팅과 관련된 이야기 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관련된 이야기 반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마케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잔잔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이 글에서는 재미있게 전개되는 마케팅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나의 마음에 더 다가왔던 책 후반부의 관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6개월 간의 창업 준비

  부끄럽지만 짧게나마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서 창업 준비를 한적 있다. 학교 수업 중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해보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좋은 사업 아이템이 나왔고 종강 이후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약 6개월 만에 우리는 실패했다. 우리가 손발이 맞지 않아 우물쭈물하던 사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던 비즈니스 모델 상의 문제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 낸 경쟁업체가 등장했다.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경쟁업체라는 상당히 좋은 핑곗거리가 생겨 그만두게 되었다. 손발이 맞지 않았고 당시에는 우리의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나는, 물론 나의 역량도 부족하지만, 나보다도 팀원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까짓 게 나라는 놈이 유일한 경영학과이고, 발표를 계속 맡아서 했었고, 리더십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팀 대표를 맡아했었다. 온갖 뒤치다 거리를 하는 대표를 맡아 개발자 1명, 디자이너 2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게 된 것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사실 수업을 들을 때도 그랬다. 나는 팀원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면 신뢰하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다.(사실 좋지 못한 결과물을 낸 경험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학습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두 번 팀원들이 제대로 해오지 않는다면 나의 비중을 대폭 늘려 시간을 갈아 넣었다. 자료조사고 PPT고 발표도 매주 있던 수업이었는데 한 번도 빠짐없이 내가... 발표를 했었다. 한 학기 동안 같은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고 이 팀원들과 창업을 준비한다고 하면 혀를 끌끌 찼다.


  한 학기 동안 나의 지시와 명령에 따르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팀원들은 창업 준비를 시작할 때에도 나의 지시를 기다렸다. 두 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은 업무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길래, 뭐하냐고 하니 할 게 없다고 했다. 할 게 없다니. 할 게 없는 게 아니라 한 게 없었는데. 정말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지시에 대충 따르기만 하던 습관이 몸에 밴 팀원들은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모여 분배했던 일을 하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이런 팀원들의 태도가 너무 싫었고 팀원들이 미워졌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하려고 하니 몸과 마음이 지쳤고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날 뒤덮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팀원들 탓을 하며 그뒀고 지금까지도 팀원들 탓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성격 나쁜 동료와 일하는 법, 억울한 일에 대해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고,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못하는 일을 잘하게 만들기보다는 잘하는 일을 더 잘하게 해야 하며, 팀원들과 교류해야 하므로 부지런한 것은 좋으나 바쁜 것은 나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직장은 바쁘지 말고 게을러야 하며, 피드백을 어떻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함께 일하는 동료를 좋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했고, 바쁘지 않고 부지런해야 했으며, 그들이 이후에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게 피드백을 기분 나쁘지 않게 했어야 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맞지 않다고 단정 짓지 않고 동료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마음을 닫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면 나는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창업이 실패하듯 여전히 실패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난 더 큰 성장을 이루어 냈을 것이며, 팀원들과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져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다시 한번 나에게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관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상기시켜준 고마운 책이다.


 

별점 : ★★★★

총평 :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꼭 한번, 회사의 인간관계에 지친다면 두 번 읽으면 좋은 책.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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