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탠바이, 웬디' 리뷰
*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고작 한 두 가지인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 천 가지가 넘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포기하고, 목표를 낮춘다.
포기하는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고, 쉽게 만족할 줄 아는 것은 축복이다. 현실감각이 없는 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너무 힘들게 하니까.
어릴 때는 무엇을 하던 응원을 받는다.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책임이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될수록 도전에 대한 박수는 점점 줄어든다. 때로는 스스로조차 박수를 쳐주기 어렵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소중해지나보다.
‘스탠바이, 웬디’의 웬디(다코타 패닝분)는 자폐증이 있는 소녀다. 그의 하루는 촘촘히 짜인 니트처럼 규칙적이다.
‘월,화,수,금,토,일’에 맞춰 다른 색의 니트를 입고, 정해진 시간에 시나몬롤 가게로 아르바이트를 간다. 하면 안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은 정확히 한다.
그런 웬디에게 특별한 일과가 있는데 바로 ‘스타트렉’ 시나리오 쓰기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광팬인 그는, 밤이 되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리고 방대한 시리즈만큼 깊은 지식에 기반한 에피소드를 적어 내려간다.
웬디의 꿈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시리즈 제작사가 주최하는 공모에 내는 것이다.
웬디의 주변인들은 자폐증을 가진 그가 공모전에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도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이에 좌절할 웬디가 아니다. 제작사에 직접 시나리오를 내기로 한 웬디는 샌프란시스코부터 LA까지 긴 여정을 시작한다.
짐작한대로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시나리오를 내기까지 수많은 위기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웬디는 자신을 가뒀던 틀들을 하나씩 깬다. 틀을 부술 때마다 장애물들이 떨어지지만 웬디는 그것을 걷어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한다.
속도는 매우 늦지만 웬디는 기어코 해낸다. 그리고 공모 당선에 실패한다.
하지만 웬디에게 공모 당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공모박스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넣었을 때, 웬디의 꿈은 이미 이뤄졌다.
혼자 시나리오를 내러 가면 안 되는 수 천 가지 이유를 무시하고 그래야만 하는 단 한 가지에 집중한 웬디가 얻은 것은 당선 실패를 알리는 편지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멈추지 말고, 이야기 들려주기를 그치지 말라’고.
이 말이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틀을 깨기를 두려워하는 자폐증 소녀와 우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도전이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도전에 야유가 아닌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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