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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 Oct 25. 2021

<직장인 존버록>

①패기 없어 보인다는 흔한 말

금수저가 아닌데 로또 1등 당첨도 안 돼서 오늘도 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이 땅의 모든 이에게 바치는 직장인 생존기


어쩐지 패기가 부족해 보이네요. 귀하를 채용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간만에 이직 제의를 받고 이력서를 냈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몸담은 직종에선 나름 괜찮은 회사라 꼭 입사하고픈 맘이 컸다.


어찌어찌 면접까진 가게 돼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돌아온 대답은 차디찬 거절 통보. 하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 패기가 없다는 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기에. 5년째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호기심과 의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뛰어난 사람이 수두룩빽빽인데 굳이 패기 없는 지원자를 뽑을 필요는 없지'라고 받아들이면서도, 도대체 그 패기란 뭘까.


게으름과 일에 치여 더 채우지 못한 내 초라한 이력일까.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이 정도에서 만족해버린 아쉬운 학력일까.

아니, 그 모든 게 합쳐져 지금의 어정쩡한 내가 됐겠지.


지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귀하와 함께할 순 없습니다.


취준생 시절부터 숱하게 들어온 말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반복돼도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한때는 내 전부였던 연인과의 이별, 하루가 버거워 이젠 나에게 쏟을 정성은 사라진 절친 같은 것들 말이다. 애써 돌리고 돌린 저 친절한 말도 그런 종류다. 적응할 법도 한데,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는 건지...


가을바람도 차고, 그래서 마음도 더욱 처연한데, 이직까지 안 풀려 맥주 한 모금 들이키게 되는 오늘의 일상. 패기 없다는 저 흔한 말마저도, 넘나 맞말이라 반박불가인 하루.


가을바람도 차고, 그래서 마음도 더욱 처연한데, 이직까지 안 풀려 맥주 한 모금 들이키게 되는 오늘의 일상. 패기 없다는 흔한 말, 넘나 맞말이라 반박불가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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