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 Feb 25. 2018

지금 지쳤다면,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삶은 치열한 것. 내가 배운 세상은 그랬다

또래보다 뒤지면 나태한 것이었고 포기하면 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지면 안됐고 포기하면 안됐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리틀 포레스트’는 이런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 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삶을 망치는 게 아니라고, 방향을 바꾸는 것일 뿐이라고 다독여준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김태리)은 회색 도시에서 취업 준비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간다. 혜원의 고향은 사계절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 ‘왜 돌아왔냐’는 친구의 물음에 혜원은 ‘배고파서’라고 답한다.

물론 혜원은 도시 생활 당시 끼니를 챙겨먹었다. 도시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순 있었지만 ‘허기’까지 채울 순 없었다. 혜원의 말을 알 것 같았다. 사실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불안에 휩싸일 때가 많다. 불안은 음식 생각을 잊게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다가올 치열한 일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헛헛하기만 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혜원의 친구 재하(류준열)는 각박한 회사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향했다. 재하는 말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어.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을 살고 싶진 않아” 재하의 말이 맞다. 심지어 밥 먹는 시간조차 정해진 것을 따라야 한다. 오전 9시(어쩌면 더 이전)부터 오후 6시(그 이후)까지 내 하루는 누군가의 지시로 가득 차 있다. ‘현실’이라는 이름하에 본의 아니게 크고 작은 거짓말도 하게 된다. 나를 더 부풀려야 하고 안되는 걸 되게 하기 위해 허풍스러운 말도 해댄다. 학교에서 배운 ‘정직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에 자괴함에 휩싸이기도 수천 번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영화 속 청춘들의 상황은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며 치유의 방향으로 흐른다. 혜원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배춧국, 막걸리, 꽃을 넣은 파스타, 아카시아 튀김, 콩국수, 밤조림, 떡볶이... 종류도 많고 하나같이 소담스럽다.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음식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낸 혜원은 결국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한다. 처음 고향에 왔을 때 그는 “금방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었다. 하지만 도시로 돌아가면 예전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할 것이다. 취업에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고향에서처럼 헛헛함을 채울 수 없다는 깨달은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때와 비교하면 살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죠. 그렇다고 일순간에 그런 흐름을 바꿀 수도 없고요. 이런 구조 속에서 본인이 행복하게 살 방법을 최대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라고.


ⓒ 2017, Kimjiyoung 글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그림을 정말 좋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