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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밥

내 쏘울푸드

by 은가비

언젠가 쏘울푸드를 주제로 글쓰기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영혼을 살릴 정도의 기운이 나게 하는 음식은 당연히 엄마밥이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은 엄마표 닭개장이다. 육개장과 조리법이며 들어간 재료는 거의 같은데 메인 고기가 닭인 닭개장.

유난스러웠고 상상력이 과했고 조숙했고 미각이 예민했던 내가 어렸을 때 유일하게 먹었던 남의 살은 닭고기 뿐이었다. 그것도 퍽퍽한 살만. 그래서 치킨을 시켜먹어도 식구들과 절대 경쟁할 일이 없었다. 다들 맛대가리 없다며 피하는 퍽퍽한 살만 골라 먹으니 말이다.


이번 명절에 애들데리고 셋이서만 내려왔는데 딸 먹으라고 한솥 가득 끓여놓은 울엄마표 닭개장.

관절염으로 몇 개의 손가락 끝이 곱은 엄마의 손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픈데 그 손으로 힘들게 만들었을 귀한 음식.

재료 다듬기부터 손 많이 가는 음식들만 해놓은걸 보니 울컥한다.

명절 음식은 나도 차리고 왔지만 냉동식품이나 반조리식품, 반찬가게를 활용했고 한끼만 먹어도 질렸다. 그런데 엄마가 한 음식은 다르다. 매 끼니마다 곁들여 계속 먹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나물과 야채 위주로 많이 먹어서인지 화장실도 잘 갔다. 역시 이 나이에도 엄마 효과는 ㅠㅠ

외손주들에게 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사랑넘치게 주는 울 엄마아빠.

지금까지 건재하시고 경제활동하시고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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