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지키기 위한 기둥
매일 책을 읽는다.
필사도 매일 하는 편이다.
운동도 놓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단독 저서 원고를 모으느라 애쓴 몇 달,
퇴고를 하고 내 글을 마주하며
민낯을 들여다보고
1교를 본 후 소진이 되었을까.
공저 6권이 되도록 작가란 타이틀이
내 것이 아닌듯 낯설었는데
단독 저서를 출간하고나면 스스로도
당당하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지
기대한 시간이 무색하게 멍~ 한 기분.
출간되어 내 이름만 적힌
종이 물성의 책을 받아야
뭉클해지지 않을까.
단편 동화도 일단 출판사에 넘겼으나
공저자 분들이 너무나 쟁쟁한 분들이라
편집자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이 숨 막힌다.
마음이 쫄아들고 작아지는 중인데
소심해서 힘들어하는 내게 해주신
출판사 대표님의 조언,
"쓰고 싶은 사람이 작가죠."
쓰려는 마음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독서와 운동, 자연과 글쓰기
네 개의 기둥으로 나를 받치며 지내다가
어느 기둥이 하나
스르르 휘어지거나 내려앉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
너무 주저앉아 부러지기전에 잘 알아차려야 한다.
읽는 사람에서 벗어나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의지에서
읽기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게을러진 채
몇 주를 보냈다.
아슬아슬한 상태의
글쓰기 기둥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것 같아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 앱을 열었다.
(주식어플을 이렇게 묻어두고 봤으면 수익 났을텐데ㅡ.ㅡ 하찮고 어리석은 나란 개미)
책장에는 글쓰기, 책쓰기에 관한 책이 많다.
뭔가 알아보고 싶고 잘하고 싶을 때
그 분야의 책을 계속 사는데
유독 집착하는 그게 글쓰기여서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 해오고 있다.
언제쯤 즐기면서
쓰고 싶어 근질근질해서
쓰지 않으면 안될거 같아서
쓰는 사람이 되려나.
10년쯤 되면?
지금 6년쯤 되었으니
3~4년 안에 미친듯이 채우면 될까.
책으로 글쓰기를 배우려고 했던
어리석지만 의욕은 넘쳤던
과거의 나, 그 시절의 나를 다독여줘야지.
계속 책을 읽어온 시간이 있으니
보는 눈만 높아져서 '내 글 구려병'이 주기적으로 나를 흔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공저 한 권 없던 시절의 나를,
그때 가졌던 날것의 내 마음을 떠올려본다.
2021년에 샀던 한 권을 빼서 읽는다.
"매듭이 있는 삶은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저자는 책쓰기를 매듭을 묶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나는 매듭을 삶의 굴곡을 겪고 난 후 생긴 영광의 상처같은 것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나이에 비해 이런저런 삶의 부침을 많이 겪으면서
왜 나에게 이러시나 싶어 자주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공감할 줄 알기 때문이다.
너무 편하게 살아온 이들의 교만함과 오만함은 불편하다.
밟고 올라갈 매듭들이 많으니 더욱 단단하고 안정감있게
내가 가려는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만들어져 온 시간동안 겪어낸 모든 순간들은
어떤 형태로든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거짓으로 꾸며낼 순 없으니까.
척하지 말고 포장하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힘빼고 솔직하게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다보면
나만의 색이 드러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도 그런 글이고
지나보니 사람 사는 일, 생각하는 것은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분명 내 글과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짧은 한 문장이라도 공감을 얻으리라.
이렇게 고민하며 나는 오늘도 좀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