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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리 Oct 28. 2023

TIME

시간은 마음이란 것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싶다. 내 손을 벗어나 멀리 날아가게 두고 싶다. 무엇이 무서워서 난 시간을 잡고 사는 걸까. 아니, 어쩌면 이건 내가 잡힌 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시간은 정말 가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있다 보면 가슴이 점점 답답해진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정말 싫지만 내 몸이 먼저 그걸 표현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면 나는 일어나 정처 없는 산책을 시작한다. 속삭이는 듯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풍경을 내 걸음, 내 속도로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박하경 여행기>란 드라마가 떠오른다. 일주일에 딱 하루 떠나는 여행을 모티브로 국내 여행을 가는 박하경의 하루를 몰래 들여다보는 재미에 내내 몇 주를 아껴 보다가 긴 휴가로 어제 다 보고 말았다.


박하경의 여행은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의 시간은 느긋하다. 밥을 먹고, 걷고, 사색하다 돌아가는 버스나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나도 그런 느긋함을 가지고 싶지만 이상하게 잘 되지 않는다. 필시 마음이 느긋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해서 그런 게 확실하다. 그걸 아는 것도 내 마음이고 동동거리는 것도 내 마음이지만 컨트롤은 잘 되지 않는다. 너무 멋대로다. 내 마음까지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요즘이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시간이 너무 가지 않아 쓰는 중이다. 근데 이 글마저도 내 식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은 점점 무거움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이고 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녀보지만 점점 더 무거워질 뿐이다.


처음에는 이게 병일까 생각했다. 아니다 병이 맞다. 근데 마음의 병인지 몸의 병인지가 너무 헷갈렸다. 그래서 며칠 뒤에 건강검진을 잡아두었다. 만약 검진 결과에 아무것도 안 나온다면 (나오는 것도 너무 무섭다) 정신과에 당당하게 가볼 생각이다.


시간은 곧 마음이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굉장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다. 같은 10분이라도 누군가에게는 1년처럼 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10초 같은 기분 일수도 있는 거다. 시간을 다스리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치료되는 ‘시간’이 또한 필요하다. 두 가지가 친한 동료처럼 잘 맞아떨어져야 시간도 잘 흘러가는 거고 마음도 평안을 되찾는다. 지금 나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고장이 나버렸다. 누군가가 날 도와주었으면 좋겠지만 이 영역을 대체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그저 얼른 병원에 갈 날만 기다릴 뿐이다.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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