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대장내시경 팁
대장내시경은 물약으로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차 복용까지는 괜찮았다. 병원에서 준 약과 물을 마시는 중간중간 사탕을 입에서 잠깐 녹였다가 뱉으면서 끝까지 다 마실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설사를 하고 11시쯤 겨우 누워 잠을 청했는데 새벽 4시경 배 속이 우르르 쾅쾅하는 느낌에 번쩍 눈이 뜨였다.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 바지를 내렸는데 아래는 주룩주룩 쏟아지는 와중에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어라? 이상한데? 동시에 손발이 차가워지고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덮쳐왔다. 화장실에서 바지를 벗은 채 쓰러질 수는 없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겨우겨우 뒤처리를 하고 이불에 쓰러지듯 누웠다. 식은땀이 뻘뻘 흘렀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옆으로 웅크린 채 한참을 누워있었다. 2차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은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다시 약을 먹었다간 사달이 날 것 같아 2차는 포기하고 다음날 건강검진 센터에 가서 대장내시경은 실패했다고 말하고 다른 검사로 대체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물약 대신 알약을 받았다 하더라도 긴장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장을 비워내다 보면 저혈당이든 탈수든 뭐든 간에 쓰러지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오라팡(대장내시경용 알약) 후기를 찾아보았다. 차라리 물약이 낫다는 말들이 종종 보였다. 특히 분수토를 했다는 부작용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건 이거대로 무서워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일본에서 물 대신 맛있게 마셨던 이온음료인 이로하스 복숭아 맛 10개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청포도 사탕을 한 봉지 구입하고 핫팩, 물티슈, 갑 티슈도 챙겼다. 그리고 친구의 집으로 갔다. 만약 쓰러진다면 신고해줄 사람이 필요할 거 아닌가.
오후 7시가 됐다. 14개의 알약을 2개씩 나누어두고 정각부터 5분 간격으로 2알씩 집어삼켰다. 그러면 대충 30분 안에 다 먹을 수 있다. 약을 삼킬 때는 복숭아 물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앉거나 눕지 않고 계속 걸어 다녔다. 점점 배가 땡땡 해지는 게 느껴졌다. 더부룩한 기분이 들면 더 발걸음을 종종 거리며 다녔다. 걷는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토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8시 30분부터 신호가 왔다. 알약을 전부 먹은 후 1리터의 물을 추가로 먹어야 하지만 다 마시지는 못했다. 대신 화장실을 한번 다녀올 때마다 맹물을 들이켰다. 총 11시까지 9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5번쯤 됐을 때부터 응꼬가 너무너무 쓰라렸다. 중간에 힘이 빠졌는데 친구가 타 준 꿀물이 효과가 있었다. 따뜻한 꿀물을 먹으니 속도 편안하고 기운도 났다. 친구는 보온 물주머니도 준비해주었다. 그걸 끌어안고 배와 손을 따뜻하게 하는 게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12시쯤에 잠들었는데 잠자는 도중 깨긴 했지만 소변만 나왔다.
오전 10시. 검사 4시간 전이었다. 또다시 알약을 늘어놓고 2개씩 5분 간격으로 삼켰다. 물은 앞뒤로 합쳐서 1리터 정도 먹었다. 더 많이 마시는 게 표준이지만 들어가지도 않고 이미 맹물이 뒤로 나오기 시작했으므로 억지로 더 삼키진 않았다. 11시부터 신호가 왔고 집에서 나가기 직전, 그러니까 오후 1시까지 총 7번 화장실을 갔다. 다행히 병원에 가는 길에는 배가 잠잠했다. 병원에 가서도 소변만 나왔다. 혈압을 재고, 심전도 검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공장처럼 침상들이 주르륵 놓여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옆으로 누웠다. 커튼이 쳐져있었으나 바로 옆 침대에서 검사를 하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호사가 오더니 안경과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다.
“제 안경은 어디에 두시는 거죠?”
“침대 아래에 둘 거예요~”
안경을 벗으면 앞이 거의 안 보이기 때문에 혹시나 안경을 잊어버릴까 불안했다. 마취에서 깨면 침대 아래부터 확인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사바늘이 꽂혀있는 손을 뒤쪽으로 달라고 했다. 다른 때는 마취가 된다고 말을 해줬었는데 언제 마취제가 들어온 건지 나는 마취가 되는 줄도 모른 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깜깜한 침대 위였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저기요!를 외쳤다. 간호사분이 오시고 뭐라고 설명해주었는데 다른 때보다 마취 기운이 세서 내가 어떻게 안경을 쓰고 나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옷을 꿰어입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 대장이 아주 깨끗하단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분명 설사를 엄청 자주했는데.. 응급실에 갔을 때도 설사 증상이 있었는데 이게 원인이 아니었다니? 그래도 한시름 놓은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일단 대장내시경 검사를 다음에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이제 뭐든 먹을 수 있다는 마음이 내 어지러움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불안함보다 컸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그중 이상이 있던 것은 혈중 염증 수치였기 때문에 몸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돈도 많이 썼다. (거의 식비) 균형 잡힌 식사와 영양제, 하루 8시간 수면, 매일 30분 이상 스트레칭 및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다행히 지금은 어지럽지는 않다.
나의 대장내시경 식단
3일 전
아침 : 계란 1개, 플레인요거트+꿀, 바나나 1개
점심 : 생선구이(비늘은 제거)
저녁 : 생크림 수플레 팬케이크
2일 전
아침 : 계란 1개, 플레인요거트+꿀, 바나나 1개
점심 : 광어초밥, 우동(면+오뎅만. 야채는 빼야 함!)
저녁 : 봉골레 파스타(면, 조갯살만. 마늘 먹으면 안 됨)
하루 전
아침 : 햇반 반공기 짜리 냄비에 끓여서 간장 찍어 먹음
점심 : 플레인 요거트+꿀
개인적인 대장 내시경 팁
1. 물약보다 알약이 물을 더 적게 먹어도 돼서 편하다.
2. 기운이 빠진다 싶으면 꿀물 섭취
3. 투명한 색의 이온음료 준비
4. 핫팩으로 배와 손 따뜻하게 유지
5. 약 먹고 30분 정도는 방안을 걸어 다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