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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Jul 18. 2023

한 달 동안 일자목에 100만 원 넘게 쓰고 배운 것들

이전에도 일자목 때문에 해본 일들은 정리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꽤 많은 돈을 일자목 때문에 소비했다. 일자목 통증은 곰팡이와 비슷해서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되살아난다. 괜찮아졌다 살짝 아팠다를 반복하다가 한 달 전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어깨 안쪽이 불타는 느낌이었기에 일자목이 원인일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고 어깨 자체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그런데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엑스레이도 확인한 의사는 일자목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목과 날개뼈 쪽에 주사를 맞고, 도수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수납을 할 때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맞고 가야 될 거 같다고 얘기해서 추가로 진통제를 맞았다. 그날 조제된 약에는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병원비는 12만 원가량. 그렇게 두 번을 더 갔으니 총병원비는 36만 원 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증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주 큰 통증은 사라졌으나 은은하게 통증이 계속 됐는데 이게 점점 목까지 번졌다. 한국 사람답게 당장 해결책을 찾고 싶었고, 친구가 효과를 봤다는 한의원을 소개해줘서 들르게 됐다. 한의원에서 일반침과 약침을 맞았고, 한약까지 지었다. 한약 비용이 40만 원가량, 침을 열흘 정도 맞아서 20만 원가량이 나왔다. 침을 맞으면 한두 시간은 괜찮았으나 그래도 다시 통증이 올라왔다. 돈을 이 정도로 쓰고도 바로 낫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조급해졌다. 그제야 구입만 해두고 제대로 읽지 않은 책, <백년목>을 꺼내 들었다.


백년목에는 병원에서는 말해주지 않았던 일자목 통증의 원인이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도. 내가 겪은 방사통은 디스크 속의 수핵이 탈출하여 신경에 묻어 그로 인해 신경 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목에 주사를 놓는 것은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병원에서 목에 주사를 놓았지만 그 주사를 왜 놓는 건지 제대로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책을 읽으니 그제야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리고 디스크 탈출은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른 자세를 하고 스트레칭과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다시 아플 일이 없다는 것도.


그러니 바른 자세를 위해 베개와 의자를 바꿔야 했다. 일자목을 해결하려고 구입한 베개가 10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고가였던 게 템퍼다. 심지어 높이가 다른 걸로 2개나 구입했다. 템퍼는 비싼 만큼 재질이 좋고 편해서 오래 썼지만 100% 목에 잘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리치료사가 말하길 템퍼 같은 베개는 목의 커브가 그 베개 형태와 딱 맞는 사람일 경우에만 좋고 맞지 않는다면 불편할 거라고 말했다. 아, 미세하게 불편한 이유가 그거였구나. 한의사는 동그란 원통형 베개를 추천했다. 그리고 백년목의 작가 정선근 교수는 베개는 무조건 말랑한 소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원통형으로 생긴 솜베개였다(1만 원 대). 



예전에 유튜브에서 인기 있었던 수건베개와 비슷한 형태로 벨 수 있는 베개였다. 목에 새로 구입한 베개를 베고 머리 쪽에는 수건으로 높이를 맞추니 이제껏 구입했던 어떤 비싼 베개보다 편했다. 지금까지 베개에 썼던 돈이 떠올랐지만, 이렇게 배우는 거지 뭐. 그리고 중요한 것이 절대 옆으로 자면 안 된다는 거! 어깨도 말리고 목뼈도 휘기 때문에 위험하다. 나는 평생 옆으로 잤는데… 하긴 그래서 그렇게 아팠나 보다. 요즘에는 억지로 정자세로 자다 보니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그리고 의자. 많은 사무직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나는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의자에 앉아있다. 일할 때뿐만 아니라 놀 때도 밥 먹을 때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러니 의자의 중요성이 어쩌면 침대나 베개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자는 평균적으로 남성키에 맞춰져서 제작된다. 나는 150이 조금 넘는 키에 앉은키는 큰, 한마디로 말해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체형이다. 그러니 시중에 나와있는 의자가 나에게 맞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예를 들어 헤드레스트는 머리 위쪽에 닿아 오히려 불편해서 빼둔 채로 생활했고, 의자 높이를 최하로 낮춰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이러니 나에게 맞는 의자는 세상에 얹을 거라 포기하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사이즈오브라는 의자 브랜드를 알게 됐다. 체험관에 가서 나의 키와 앉은키, 허벅지 길이 등등을 재고 나의 체형에 맞는 부품으로 바꾸어 그 자리에서 의자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앉는 순간… 나는 이제껏 이 세상이 나를 괴롭혀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의자 업체들은 평균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의자에 맞지 않는 사람을 고문해 왔던 것이다. 의자에 앉아 미세하게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직원 분은 그 자리에서 부품을 바꿔서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 담당자가 내 눈에는 어떤 의사보다도 명의로 보였다. 그리고 바르게 앉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일단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앉아야 하고 등과 머리도 의자에 기대야 한다. 이때 헤드레스트가 정말 중요한데, 목과 뒤통수가 이어지는 부분에 딱 맞아야 한다. 그곳에 헤드레스트가 위치하면 정말 편하게  뒤로 기대어 살짝 모니터를 올려다보는 각도가 나온다. 그리고 목을 기대니 목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면서 굉장히 편해졌다.


팔걸이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 처음 알았다. 팔걸이는 책상과 높이가 같아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팔꿈치와 팔을 편하게 기댈 수 있게 각도 조절, 높이 조절 등이 자유로워야 한다. 실제로 체험관에서 처음으로 팔을 팔걸이에 대고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조작해 봤는데 이렇게 팔이 편할 수가 있다니! 이제껏 세상에게 속은 기분이었다. 나만 불편하게 살았던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의자 높이를 낮추니 발이 바닥에 닿았다! 이상적인 책상 높이는 이렇게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팔이 팔걸이에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높이와 같아야 한다. 물론 평균적인 책상은 나에게 맞지 않았고 집에 있는 책상 또한 그랬다. 하지만 책상까지 구입할 생각은 없었기에 이미 구입한 발받침을 함께 사용하여 이 문제는 해결하기로 했다. 


사이즈오브에서 제안하는 바른 자세. 나의 경우 여기에서 모니터를 더 높였다.


<백년허리>에서 제안하는 바른 자세


의자와 베개를 바꾼 것만으로 통증이 많이 감소했다. 그리고 정선근 교수의 백년목에서 알려준 스트레칭을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반복했다. 거기에 더해 매일 30분 이상 걷기를 필수적으로 했다. 그래서 이제는 약을 먹지 않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회복했다. 하지만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옆으로 누워서 핸드폰을 보거나 하면 어김없이 통증이 심해지긴 한다. 그럴 때는 약국에서 구입한 근육 이완제와 소염진통제를 함께 먹으면 나아진다. 왜 아픈지 알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게 되니 너무 속이 시원하다. 돈은 많이 썼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만족한다. 물론 이런 방법은 나에게 맞는 방법이지, 100%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1. 베개 : 둥근 원통 형태의 목베개(내장재는 솜)로 목을 받치고 머리 부분은 수건으로 편한 높이를 만든다. 옆으로 눕는 자세, 엎드린 자세는 하면 안 된다. 힘들어도 정자세로 잠들어야 한다.

2. 의자 : 내 키와 체형에 맞는 의자를 고를 것, 헤드레스트가 뒷목과 뒤통수가 이어지는 부분을 받쳐줘야 한다. 모니터를 볼 때 헤드레스트에 목을 기대야 한다. 팔걸이가 팔을 받쳐줘야 한다. 바닥에 발바닥이 닿아야 한다.

3. 모니터 높이 : 위로 살짝 올려다볼 정도로 맞춘다.

4. 걷기와 달리기 : 통증이 심하다면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걷기와 가볍게 달리기를 한다. 매일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4. 통증이 심할 때 : 병원에서 목에 염증을 경감시키는 주사를 맞거나 약국에서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구입하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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