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째는 놀이치료를 받는다. 처음 시작한 게 올해 7월이니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사실 처음 놀이치료를 받게 된 건 가벼운 마음에서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디 가서 '놀이치료를 받는다'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부터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아이가 놀이치료를 받고 있더라도 엄마들이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치료'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 때문이겠지.
하지만 몸의 치료와 마음의 치료가 뭐가 다를까? 아이들은 감기를 달고 산다. 아이가 콧물이 나고 편도가 부으면 당연스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낫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털고 일어나고, 몇 번 아프고 나면 오히려 더 건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마음도 똑같다. 마음에도 감기가 걸린다. 아직 삶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은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더 쉽게 마음의 감기에 걸린다. 그리고 그 몇 번의 감기를 잘 '치료'하고 이겨내고 나면 어느새 더 튼튼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 아이도 몇 번 마음의 감기에 걸렸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 동생이 태어났을 때, 코로나로 몇 달을 집에 있다가 새로운 기관에 갔을 때, 엄마가 복직했을 때 등. 엄마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힘겨워하는 사건들이다. 아마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간 감기들도 있을 테다.
설령 알아차렸다 한들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 고민하면서 주변 엄마들이나 맘 카페의 도움을 받는 식이 되었을 텐데, 우연찮게 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놀이치료는 아이 마음의 감기를 치료해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것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로. 성인처럼 의사표현을 뚜렷이 하기 어려운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 치료사 선생님은 아이와의 놀이를 통해 아이의 유치원 생활과 일상을 파악했고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알아냈다. 그리고 역시 놀이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엄마 외의 또 다른 누군가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수용받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큰 변화를 보였다.
아이뿐 아니라 나 또한 든든한 양육 코치를 얻은 셈이 되었다. 놀이치료는 통상 50분이라 하면 아이와 치료사의 놀이시간이 40분, 치료사와 부모의 상담시간이 10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서 이 상담시간 동안 치료사에게 평소 아이 양육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들을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놀이치료를 몇 년간 받을 것도 아니고 결국 내 아이를 키워갈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통해 치료사의 노하우, 스킬을 습득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한다.
돌아보면 이전엔 아이의 몸 건강만큼 마음 건강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이틀만 콧물이 흘러도 병원에 데려가고 아프기도 전에 홍삼, 종합비타민, 아연까지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이면서. 오은영 박사가 어떤 칼럼에서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한 아이로 클까, 그것만 염두에 두세요"라고 했다던데, 아마도 그것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겠지.
부디 우리 아이들이 마음의 감기를 잘 이겨내고, 마음이 편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매일 밤 잠이든 얼굴을 쓰다듬으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