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대로 되라는 다샤킴과 꼼꼼한 조나단의 결혼식 뒷 이야기
60x60guests.Seoul.October
내유외강이라고 하던가. 금발 칼 단발에 타투까지. 마냥 셀 것만 같던 다샤는 사실 '엄마의 쓴 잔소리를 대신 들어서라도 막냇동생의 가치관을 꼭 지켜주려는 한없이 따듯한 맏언니' 같았다. 그런 그녀가 작년 10월 평생 친구가 되길 약속하고 새신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하물며 인륜지대사 결혼식마저도 소신 발언 유투버답게 본인의 뚜렷한 가치관에 따라 척척 준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발품 팔아 준비한 다샤의 결혼식을 확인해보자.
조나단의 매력이 뭐길래, 호주 그리고 결혼까지? 둘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숨겨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게 큰 계기는 없었어요.(웃음) 우리가 사실은 한 번 만난 후 헤어졌었어요. 승무원을 그만두고 탐방 겸 시드니를 가게 됐는데 옛 애인 조나단이 살고 있어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거죠. 결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한 뭔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아무리 짜내도 뭐가 없더라고요. 서로 편하고 그냥 잘 맞아서 결혼까지 간 것 같아요. 너무 특별한 게 없어 죄송해요.(웃음)
충분히 특별한 걸. 그럼 어릴 때부터 꿈꿔 온 결혼식은
작은 결혼식! 친언니 둘 다 결혼식을 되게 크게 했어요. 그거를 보고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크게 하고 싶지는 않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작은 잔치처럼 하고 싶었어요. 형식적인 결혼식이 많아서 ‘이게 과연 누가 와서 축하해주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자린가'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뭐든지 작게 작게 하려 했죠.
그 탓인 걸까. 결혼을 일반 예식장이 아닌 한옥에서 했더라
한옥 결혼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게다가 우리 전통 느낌도 살릴 수 있어 좋았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민가다헌은 공사 중이었고 두가헌은 저희와는 잘 맞지 않는 너무 고급스러운 곳이었어요. 조금 더 캐주얼한 저희와 맞는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이라는 곳을 찾아서 하게 됐어요.
어떻게 다샤와 조나단스러운 결혼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순서 하나하나 저희가 짰어요. 결혼식 시작할 때 남편이 미리 앞에 서서 기다렸고, 신부 입장으로 결혼식이 시작됐죠. 편지 써서 읽어주는 건 너무 오글거려서(웃음) 저희가 그런 사이는 아니거든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서.
참 저희 아빠가 목사님이세요. 우리 아빠 꿈이 딸 주례를 하는 건데 제가 마지막 희망이라, 아빠께 많은 권한을 드렸어요. 전체적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작고 친밀한 가족 잔치 같이 했어요. 사회도 형부가 봐주고 통역사인 저희 언니가 통역하고, 제가 한 명도 쉬지 못하게 했어요.(웃음) 모두에게 듀티를 줬죠.
결혼 준비 중 '이건 아니다.' 싶었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가 가장 첫 번째로 생략했던 건 신부 대기실이에요. 장식장 속 보석이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손님들이 와서 나랑 앉아 사진 찍고 가는 게 전 정말 너무 어색한 거예요.
또 너무 짧은 결혼식 문화가 저의 이상과는 멀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식을 다 볼 수 있게 했어요. 식사도 결혼식이 끝나고 다 같이 먹으면서 즐겼죠. 다들 좋아했나 사실 많이 힘들어했어요 (웃음) 원래 많이들 밥 먹고 후딱 가시잖아요. 바쁘시니까. 그래도 좋아들 한 것 같아요.
정말 기존과 많이 다른 결혼식이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고
친언니들이 크게 해서, 형식적으로 안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어요. 설득하기 위해 신랑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영상까지 보여드렸어요. 하객수 맞추는 걸 특히 힘들어하셨지만 그래도 제 결혼식이니까, 엄마 아빠가 "그래 네가 결혼하는 거니깐 우리가 관여하지 않을게"라고 했어요. 특히 금전적인 부분을 저희가 다 해결하다 보니 결정권이 더 많았어요.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축의금 관리법 궁금하다
아 이 질문 국제결혼하는 분들한테서 진짜 많이 받았어요. 저는 아직 결혼 안 한 친척 것만 부모님께 드리고 제 지인이 준건 제가 다 가져갔어요. 남편 측은 부모님이 가져가는 문화가 없어서 저희 부모님만 축의금을 가져가는 거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뭐 한국 문화가 그런 거면 그쪽 문화에 하는 게 맞다”라고 했어요. 이 부분은 가족 상황이나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무슨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레스토랑 측에서 식이 끝난 후, 바로 마당에 저희가 식사할 테이블 세팅을 해주기로 한 걸 깜빡한 거예요. 아무리 가서 말해도 서빙하느라 바빠서 정신이 없었나 봐요. 고민하다 웨딩드레스 입고 직접 테이블과 꽃을 세팅했어요. 저는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근데 주위에서 네가 이걸 왜 하냐고 신부가 (웃음) 재밌었어요.
호주에서부터 준비한 원격 결혼 준비 과정은
플래너나 디렉터 없이 인스타그램을 참고하면서 준비했어요. 특히 조나단이 꼼꼼한 성격이라 원활하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엑셀에 비용, 할 일, 스케줄 등 정리한 거 토대로 준비했죠. 호주에서 할 수 있는 건 전화 통화뿐이다 보니 해외 번호를 잘 안 받으시는 게 힘들었어요. 그렇게 준비하다가 답답해 한국 한번 가니 계획이 다 잘 풀렸던 것 같아요.
2부에서의 춤과 세레나데는 완전 케이팝 아이돌이던데
(웃음) 서로 한 가지씩 준비하기로 했는데, 물어볼 때마다 "비밀 비밀"해서 남편이 제가 춤을 출거라는 건 몰랐어요. 원래 첫 번째 춤은 신부 신랑이 추고 끝나야 하는데, 갑자기 저랑 bridesmaids가 아이돌 여자 친구의 춤을 추기 시작한 거죠. 사실 진짜 웃기려고 한 건데.(웃음)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게 한 줄 알아서 민망해요.
조나단도 노래 한곡만 부르기로 했는데 갑자기 두곡을 부르더라고요 세레나데 어때 추천하나 재밌지 않나요 기억에 많이 남고 기억에 남죠 인스타에도 남아버렸네요. 지워버려야지 그걸..(웃음)
뷰티 블로거로서 결혼식 드레스 & 메이크업 팁
벤더의 소개와 드레스를 찾았던 기준
제한된 예산 때문에 디자이너 브랜드나 팬시한 드레스를 구입하는 걸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비싼 돈 주고 빌리자니 차라리 합당한 금액의 간직할 수 있는 드레스를 원했어요. 그렇게 찾은 게 포마이시스예요. 막상 결혼 10일 전 한국 와서 입어보니 지퍼가 올라가지를 않는 거예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근육을 너무 키웠나(웃음) 진짜 진짜 안 들어갔어요. 삼일 만에 다시 만들어 주시고 또 제가 결정장애가 있어 디자인을 자주 바꿨는데 침착하게 수정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가격을 공개해 줄 수 있나 드레스는 원래 80만 원이었는데 소매 바꾸면서 15만 원이 추가가 됐어요. 95만 원 총 들었고요.
결혼식 메이크업에 대한 생각
메이크업은 제가 했어요. 심하게 화사한 결혼 화장 느낌이 싫었거든요. 전혀 공주처럼 보이고 싶지가 않았어요. 트렌드에 치우치면 나중에 촌스럽다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엄마 옛날 결혼식 사진을 보면 그 당시에는 엄청 트렌디했던 거래요. 혹시나 만약 혼자 하시게 된다면, 평소 모습과 가장 비슷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헤어는 어떠했나 머리를 풀고 싶었는데 드레스가 닫혀 있는 스타일이다 보니 묶었어요. 많이들 승무원처럼 하시더라고요. 저는 머리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대충 말고 갔어요 (웃음)
2부 때 드레스가 다르던데
살구색 드레스를 하나 또 입었거든요. 사실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정말 좋아하던 브랜드의 디자인을 참고했어요. 원래 내가 할 수 있는 걸 남한테 돈 주고 맡기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직접 만들었죠. (웃음)
합리적 결혼식이었다고 생각하나
대체로 엄청 만족스러웠어요. 비용도 솔직히 더 적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별로 그렇게 아쉽거나 크게 그런 부분은 남지 않았어요 예산을 공개해 줄 수 있나 물론. 결혼식만 500만 원 들었어요. 예상한 것보다 많이 들어서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결혼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다샤 최대한 결혼식보다 신혼살림에 예산을 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이 웃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전 웃는 모습이 많지 않더라고요. 온 걱정이 묻어나는 표정(웃음) 당일날 일어나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훌훌 털고 많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나단 서로가 원하는 결혼식이 뭔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준비는 미룰수록 힘들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 거예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종종 내어서 쉬면서 할 수 있게 미리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베뉴::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 (대관 1h 70만 원/식사 5.5만)
드레스:: 포마이시스 (80~90만 원대)
2부 장소:: 볼드커피 (3-4시간 50만 원)
케이터링:: 파티 아도르 (인당 1.5만)
사진:: 모노페이퍼
헤어와 메이크업, 2부 드레스:: 다샤킴
헤어액세서리:: 제니퍼 버그 (대여 28만 원)
-2017년 10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