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의 장점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오늘 시정이 안 좋네
하늘이 뿌옇게 된 날이면 남편은 말한다.
시정이라는 단어 자체를 난 남편에게 처음 들었다.
대게는 날씨가 흐리다거나 안 좋다고 표현을 할 것이다. 흐린 날이면 남편은 항상 이렇게 말을 하는데 아무래도 시정이 비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겠지.
처음에 시정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는 평소에 쓰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고 해서 남편이 쓸 때마다 직업병이라며 놀리곤 했는데, 이제 나도 모르게 날씨가 안 좋은 날엔 시정이 안 좋다고 해 친구들이 가끔 웃곤 한다.
이와 비슷하게 나 또한 남편에게 "맥주 좀 칠링(시원하게 해 놓는 것; 승무원들의 용어)해놔"라고 말을 한다던지 식당에 가서 "승객이 많아서 만석이네"라고 말을 해 나 자신에게 놀라곤 한다.
여하튼 우리 둘은 회사나 기내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둘이 있을 때도 습관처럼 가끔 사용하곤 하는데,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단어뿐만 아니라, 스케줄 패턴이나 관리라던지 비행에 관해 내가 이해하고 있어 남편은 좋다고 말을 한다. 이것이 나는 사내 커플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비행 전에 잠을 못 자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나는 알기에 새벽에 출근하는 전 날이면 내가 먼저 남편을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잠을 청한다. 남편과 여행을 갈 때에는 서로 여행 정보도 알아보고 계획도 같이 짜지만, 남편의 비행에 내가 따라갈 때에는 비행만으로도 신경 쓸 것이 많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계획의 거의 모든 걸 내가 정하고 예약도 한다. 남편은 항상 이 점이 나에게 고맙다 말해주고 나도 남편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자연스레 배려할 수 있어 기쁘다.
남편,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