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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실 Dec 07. 2023

모나코,  에즈, 남프랑스의 출발점

보름간의 프로방스 여행기

드디어 남프랑스 여행길에 올랐다.

2023년 5월30일. 딸과 둘이었다. 완전한 자유여행은 아니고 6명의 일행과 운전겸 가이드 1명이 함께하는 세미 자유여행이었다.

부산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장장 5시간을 달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고 다시 12시간비행했다. 잠을 설친데다 비행기  안에서 그간 밀린 숙제(?) 즉, 사진 비우기를 서 너 시간 했더니 지독한 멀미가 왔다. 기내식을 다 토해내고 나는 큰 대자가 아닌 소문자 a 모양으로 화장실 앞 좁은 복도에 널브러졌다.

놀란 승무원들이 나를 비지니스클래스의 안락한 의자에 눕혔다. 아팠지만 어째 행복했다. 그것도 잠시, 2시간이 지나자 뮌헨공항에 도착했다. 아쉬움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패잔병 몰골로 의자에  구겨 앉아 프랑스 마르세유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거기서 그리스를 여행하고 온 일행과 도킹했다. 인사를 나눌 기력조차 없어 입만 달싹거리고 마르세유행 작은 비행기 재 탑승. 두 세 시간의 비행이 어떻게 지나간지 몰랐다. 마르세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챙겨온 각종 보약(?)을 입에 탈탈 털어넣었다. 딸은 이러다 내일 한국행 하는 거 아니나며 농반진반 걱정했다.


BUT  but!!!

다음날 아침 나는 시든 화초가 맹렬히 일어서는 것처럼 다시 살아났다. 유후~

역시 나는 여행체질이다.  집에서는 찌뿌둥하다가도 나서기만 하면 싱싱 쌩쌩해진다.


모나코를 향해 출발하는 것으로 남프랑스 여행  고고씽


모나코 시내 전경. 모나코는  니스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미니공국이다.  유명한 여배우 그레이스캘리가 왕비가 되면서 더 주목 받은 나라다.

모나코 왕궁이 들어선  암반지대 모나코시

흰색과 붉은색 두줄로 된 심플한 모나코 국기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는 한 낮의 모나코시 풍경

모나코 경찰.  모나코 경찰은 인물을 보고 채용하는 듯했다. 다들 핸섬가이였다

호화요트가 정박한  라콩다민 지역

모나코그랑프리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몬테카를로  입구 조형물



모나코에서 한 나절을 보냈다. 바다로 돌출 된 암벽에 세워진 미니 도시국가였다. 모나코 궁을 방문하려 했으나 무슨 행사가 열려 출입이 금지됐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쳐들고 높다란 암벽에 서 있는 궁을 바라보기만 했다. 땀은 흐르고 목은 아프고 물 한 병 사려해도 개미굴같은 아케이드를 무한 회전하다 지쳐버렸다. 

점심을 먹으려 들른 식당가에서는 고물가에 깜놀했다. 관광과 카지노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답게 사악한 물가를 자랑했다. 게다가 별로 맛도 없어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을  뚫고 폭발하려는 순간.

몬테카를로에 있는 명품 샵에 가면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정보를 들었다.

꾸역꾸역이  먹을 만 한데!! 로 바뀌는 찰나였다. 자본의 마수 앞에 무력해지는 나를 이끌고  산넘고 물건너가 아닌, 길 넘고 철길 넘어 에르메스 매장에 도착.  

현란한 색깔을 뽐내며 진열장에 즐비한 스카프가 나를 반겼다. 하지만 가을 웜톤인 내 피부색에 어울리는 스카프는 들쑤시고 찾아도 없었다.  맨들한 정장차림의 지배인 얼굴에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보고는 보물찾기 급 종료. 

딸 아이는 미안한지 얇은 방도 스카프 한장을 지배인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지배인의 갈매기 눈썹이 수평선으로 내려오고 우리는 가지고 있는 돈을 펼쳐 가격만큼 가져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가 동전과 지폐를 골고루 가져갔다.  우리 제대로 계산 하고 있는 거 맞지?

모나코를 뒤로하고 니스를 향해 출발


니스 가는 중에 에즈빌리지를 들렀다.  갖가지 선인장과 열대식물로 가득한 '열대지방 정원'이 산 정상에 가꿔진 독특한 마을이다. 가파른 절벽에 위치해 에즈 정상에서 보는 지중해는 압권이다. 바다 반대편으로 에즈빌리지의 고급빌라들과 마을이 숲 속에 안겨있다. 멍 때리고 한참을 봐도 좋은 풍경이다. 중세 시대에 돌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좁다랗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사이로 관광객들이 붐비고 소품가게 까페등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바닥을 보고 걷지 않으면 자칫 넘어질 수도 있지만 여행은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 것이니 상관없다.

정상부에는 다 헐리고 형해만 남은 성채가 있다.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누가 짓고 허물었다는 스토리보다 

온 몸으로 세월을 보여주는 단 한 문장의 폐허랄까.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한 곳이기고 한 에즈.

니체의 산책로도 있다는데 애석하게도 초입을 찾지못했다.  다음엔 기필코...

에즈는 독수리둥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마을의 형태가 둥그런 독수리 둥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한다. 드론뷰로 찍으면 산등성이 마을은 다 둥그런 형태가 아닐까??

열대정원의 초입부  

중세시대의 돌 건축물.  넝쿨식물이 시원하게 건물을 감싸고 있다

세상의 선인장은 이곳에 다 모인듯

용설란처럼 뾰족한 선인장과  방망이형태의 기묘한 선인장들. 너머로 짙푸른 지중해가 보인다.

산비탈 마을의 전경

나와  딸...


석회암바위 아래  에즈부근 마을

보기만 해도 가시에 찔린 듯,



이제  니스를 향해  달린다.

아이 러브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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