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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n 21. 2024

결혼: 변한 건 네가 아녔다

내 다름을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와이프가 플레이브 콘서트를 보러 갔다. 서울로 2박 3일간. 지난주 초부터 '너무 거리가 멀어서 누가 가겠냐'며 운을 띄웠다. 얼마나 가고 싶으면 벌써부터 저러나 싶어 다녀오라고 했다. 주말에 가게가 바쁘긴 하지만 하루 정도 와이프 없다고 큰일날 정도도 아니고 애는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시니까 사실 다녀와도 큰 상관은 없었다.


문제는 내 배알이 꼴리는 듯한 마음. 괜찮다고 했지만서도 주말은 어김없이 바쁠테고, 새벽같이 일어나는 애는 아침내내 놀아주고, 유치원 챙겨 보내느라 피곤할 게 뻔했으니 나도 모르게, 


'또 너만 놀러가냐'


라는 속내가 턱끝까지 차올랐다.


와이프는 원래 토요일 아침에 올라가려 했었다. 그치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덕질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토카드를 받으려면 새벽같이 가서 줄서야 한다고 해서 금요일날 오후에 올라갔다.


처음 생각했던 속내가 또 한번 슬금슬금 기어나오려 했다. 너무 아이같다 해야할까, 순수하다 해야할까, 연애할 때는 정말 좋아 죽겠던 모습들인데, 왜 지금은 같은 모습을 다르게 느끼는 걸까.


명 연애할 때는 철부지같은 모습들을 보며 내가 더 챙겨주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에 '너가 스스로 잘 좀 챙겨'라는 못된 생각을 한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라고 아이처럼 행복해하며 들떠 있는 널 보았다. 친구들과 만나서 어떻게 콘서트장까지 들어갈 거고, 줄은 또 얼마나 서고, 추울까 더울까 고민하며, 포토카드를 받을 얘기를 하면서 온전히 즐거워 하는 네 모습은 오랜만에 본 듯 했다. 결혼 후 널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내 모습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못된 생각은 치워두자. 좋아하는 게 있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는 애를 낳기 전까지 정말 활발하던 대문자 E같던 여보의 모습이 담겨있는 듯 해서, 애도 좀 크고 서로 이해하면 하고 싶은 걸 조금씩이나마 할 수 있게 된 지금, 한편으로는 순간 이해를 못했던 내가 너무 속 좁게 느껴졌다.


'조심히 다녀와.'

'맛있는 거 많이 사먹구.'


맨날 까먹고 안들고 다니는 카드와, 작지만 소중한 지폐 몇장 챙겨주며 건넨 말들. 이 말들과 미소 띈 표정을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못된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래 네 모습을 다르게 받아들였던 내 모습이 밉기까지 걸린 시간들.  


난 여보가 갈수록 더 철부지 같고, 더 주변에 무신경하게 구는 줄 알았다. 3년의 연애, 결혼하고 5년, 애는 6살이 된 지금, 달라진 줄 알았던 건 여보가 아니다.


난 아직도, 다른 모습을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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