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새벽 1시에 닫고 집에 오는 길. 어제도 늦게 가게를 마치고, 오후 3시까지 늦잠을 잔 덕분에 전혀 피곤하진 않았다. 근데 문득 '발걸음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3년간의 기술영업을 관두고, 보다 내 시간이 자유롭길 바라면서, 내 사업을 하면 누군가의 터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의 가게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막상 가게를 마감하며, 마감시간인 1시가 넘도록 늦게 나가는 손님이 있더라도 웃는 낯으로 배웅하며 '내가 원하는 사업의 모습이 이런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구석진 곳까지 잊지않고 두번세번 걸음걸이를 해 준 나이 어린 손님들이 너무나도 고맙다. 한땀한땀 꾸민 공간이 비록 전문가의 손길이 닿진 않았지만 예쁘다고 해주고 멋스러운 공간이라며 하하호호 하는 모습들을 보면 보람차지 않다면 거짓말일테다.
사실 마감시간보다 일찍 문닫을 때도 많다. 10시 이후 손님이 뚝 끊기고 나면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고 문을 닫고 집에가서 (양심이 있어 두발 쭈욱 펴진 못하고) 밀린 가게 SNS와 이벤트기획을 하곤 한다. 가게에서는 왠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 집중이 안되서 가게서 곧잘 일하는 와이프가 부럽기도 하다.
다시 '내 사업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가게 문을, 양심이 조금 아픈 채 일찍 닫을 때는 마치 내가 진짜 주인이 된 양 의기양양하다. 반대로 오늘처럼 1시가 넘도록 손님을 배웅하고 나서는 길엔 심신이 지쳐 손님들이 찾아준다는 고마움을 잊은 채 투덜대곤 한다. 글을 써내려가다보니 정말 구석진 공간까지 찾아준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이 새록새록하다.
또다시 '가장이라는 무게'로 돌아와서 월 천이 넘게 매출이 올라도 세금이며 인건비, 고정비에 대출이자 및 생활비로 빠져나가면 정말 수중에는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가 많다. 매출이 많이 나는 달이 있으면 반대로 오히려 평균 매출 이하로 떨어지는 적자달이 있어 흑자달이 생기더라도 또이또이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어느정도 돌파구를 찾아볼 수도 있겠다. 심신의 나약함과 현실의 게으름에 부딪힐 때면 정말 더딘 속도로 기획이 진행되고 혼자 모든 걸 진행하려다보니 그 더딘 속도는 더디다 못해 개미 발걸음만 해진다. 그래도 여차저차 완성시켜서 시장에 선보이면 생각보다 약한 반응에 시들해지곤 한다. 이러한 과정과 실패가 반복되고 개선이 있어야 언젠가 더욱 나은 성과를 맞이하리란 걸 머리로 알고 있지만 언제나 마음은 머리보다 약하다.
내 가게를 하면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욱 무게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주말에 가게를 닫고 가족의 결혼식에 참가라도 하면 해당 월 매출의 25%가 사라진다. 회사를 다니면 휴가를 내고 다녀오면 되는 일이지만 내 가게가 듬직한 회사가 되기 전까지는 내 시간을 벌려면 금전적인 부분을 희생해야만 한다. 회사를 다닐 땐 번아웃이 오거든 외근간다고 나가서 친한 고객들과 콧바람이라도 쐴 수 있었지만, 가게를 닫고 콧바람을 불면 가게 매출이 무너진다.
내가 물리적으로 없으면 가게가 돌아가지 않는다. 가게에 내가 갇힌다는 느낌, 가게에 가둬야만 하는 내 시간이, 무겁다.
내 가게는 아직까지 어엿한 사업체가 아니다.
'가장이라는 무게'는 내가 뱉은 말인 가게와, 우리 가족, 즉 가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책임이다. 언제가 됐건 무게의 절대값(∣x∣)이 가벼워지진 않는다. 그래도 무게를 받치는 도르레가 늘어난다면, 무게가 분산되지 않을까.
가게를 시작하며 어엿한 사업체로 키워 시간을 사고자 했던 목표는 현생에 치여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앞전으로 나왔지만 또다시 현생에 밀려버릴라 아둥바둥.
다시금 원래 목표를 되새겨야겠다. 현생에 치이더라도, 가게에 내 시간과 공간이 한정될지언정 회사를 당당하게 관두며 세웠던 목표를 잊지말자. 내가 없어도 마치 내가 있는 것처럼, 공간을 찾는 손님들이 여전히 만족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 언제나 초심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