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에서 hereafter를 해석하는 두 가지 방법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장군이었다. 그는 덩컨 왕의 친척이자 충성스런 신하로 반역자들과 맞서 왕국을 지켜낸 영웅이기도 했다. 그런데 반역자 무리를 소탕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세 여인들의 말이 맥베스를 송두리채 흔들어 놓는다.
모두 환영하라, 맥베스, 글람스의 영주를!
모두 환영하라, 맥베스, 코더의 영주를!
모두 환영하라, 맥베스, 장차 왕이 되실 분을!
황야에서 만난 초라한 행색의 여인들이 하는 말을 맥베스가 귀 담아 들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가 이 말에 사로잡혔다는 것은 그 말에 뜨겁게 반응할 욕망이 이미 그의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을 한 인물들은 '마녀'라고 불린다. 마녀라고 하면 흔히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있다. 이 이미지들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이 예언에서 사용된 한 단어를 살펴보기로 하자.
위의 말 중 '장차'라는 말, 원문 hereafter 는 특별한 말이다.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hereafter는 '지금 이 순간 부터 계속'(from now on)이란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장래 어느 시점에'(at sometime in the future)라는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맥베스는 후자(장래의 어느 시점에)의 의미에 가깝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자신이 왕위에 오를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으나, 엄연히 왕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덩컨 왕이 죽고나서 자신이 왕으로 추대될 수 있다고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곧 왕을 알현하러 간 장면에서 덩컨 왕은 그의 아들 맬컴을 왕세자에 해당하는 컴벌랜드공으로 추대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사에서도 hereafter가 사용되는데, 여기선 앞서 두가지 의미 중 명백히 첫 번째 의미로 사용된다.
나는 지금부터 내 장자 맬컴을
컴벌랜드 공이라 호명하겠소.
Our eldest, Malcolm, whom we name hereafter
The Prince of Cumberland, . . .
이 말을 들은 맥베스는 자신이 앞서 황야에서 들었던 예언에서 hereafter 의 의미가 '지금 이 순간' 말고는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맥베스에게 맬컴은 한갓 애송이에 불과한데, 맥베스에 비해 훨씬 나이가 어린 애송이 맬컴이 왕위에 오른다면, 맥베스가 그 다음에 왕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맥베스가 왕을 시해하여 왕위를 찬탈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예언 속 hereafter 를 '지금부터'로 해석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hereafter가 뒤에 가서 한 번 더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단어는 5장에 이르러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맥베스가 전해 들을 때 사용된다.
세이튼
폐하, 왕비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맥베스
이 다음에 죽었어야 하는 건데.
She should have died hereafter;
자신이 찬탈한 왕좌의 정당한 권리를 가진 맬컴이 잉글랜드 군과 함께 쳐들어오고 있던 그 시점에 아내이자 이 과업의 동반자가 죽었다. 맥베스는 아내가 먼저 떠난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제대로 슬퍼할 여유조차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말고 다가올 미래 어느 시점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서 맥베스가 hereafter의 두 번째 의미를 사용함으로써 그는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예언 역시 두 번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수 있다.
황야에서 만난 여인들은 맥베스를 모호한 말로 환영했다. 결국 그 말은 맥베스에게 독이 되었다.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모호한 말을 했는지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맥베스가 가진 욕망과 의지가 그 말을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