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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와 진보

대통령은 민생을 가장 잘챙기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by 온기철 James 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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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국민의 힘을 보수라고 하고 더불어 민주당을 진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구태여 양당을 보수와 진보라는 공식에 대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마치 미국과 유럽에서 그러니 한국도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와 진보의 정의를 떠나서 그냥 정책을 서로 달리하는 정당이면 그 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없던 나라였다. 조선이 대한제국이 되어 나라가 망했다. 일제의 패망으로 한민족이 38선 이남에 나라를 가지게 된 것은 승전국 미국의 자유진영 국가 건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38선 이북에는 소련이 나라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남한과 미국은 북의 국가 인공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도 남한의 통치력이 닿지 않는 엄연한 국가이다.


1945년에서 1948년을 미군정기라고 한다. 이 3년동안은 일본대신 미국이 38선 이남을 점령하고 있던 시절이다. 미군정은 한국에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계획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인 정당 활동을 장려했다. 수많은 정당이 등장했지만 가장 정당 다운 최초의 정당은 한민당이다. 송진우, 김성수 등 전라도 지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일제시대의 기업가, 관료 등 상류층도 참여했다. 이 한민당은 더불어 민주당의 원조가 되었다. 군정에 협조적이어서 당시의 여당이었다. 무상 토지 개혁을 반대했고 친일파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정책면에서 오히려 오늘날의 보수정당이라고 하는 국민의 힘에 가깝다.


처음에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해서 김구의 노선에 우호 적이었으나, 미소공동위원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김구의 남북한 통일정부 노선에 반대하여 김구의 한독당과 멀어진다. 결국 미군정이 추진하는 남한 단독정부 수립 노선에 합류한다. 송진우와 장덕수가 암살되어 한민당은 대권장악에 실패한다.


이승만은 그 어떤 정치인 보다도 먼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다. 친일파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능력 있는 친일파를 많이 기용했다. 무상토지 계획을 반대했다. 근본적으로 한민당의 정책과 다른 점이 없다. 미군정의 정책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 면에서 미국과의 밀착을 매우 중요시했다. 특히 반공을 강조했다. 이승만의 자유당은 오늘날 국민의 힘의 원조이다.


이승만 노선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며 독재라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한민당 계열은 민주당이 되고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으로 발전한다. 민주당은 그들의 원조 한민당과는 달리 친일파 청산을 무척 중요시했다. 그들은 친미와 반공에는 한국의 보수와 다른 점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을 독재와 친일파라고 비난하고 보수 세력은 진보세력을 종북 빨갱이로 매도한다.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도 없고 냉전시대의 종북 빨갱이도 없다. 조상이 친일파였지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친일파는 아니다. 남한 법은 종북 빨갱이를 근본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상대를 그렇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다 안다. 친일파와 빨갱이는 정적에게 누명을 씨워 권력을 장악하려는 수단에 불과했다. 이러한 빨갱이-친일파 구도는 실질적으로 박근혜와 문재인 정권에서 끝이 났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권이 빨갱이 구도를 다시 이용하려고 시도했지만 무참히 실패했다. 상대를 종북 빨갱이로 모는 구도를 선호했던 국민의 힘은 선명한 당의 목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국의 보수라고 하는 명분이 상대는 빨갱이이고 자기들은 아니라는 데에 있었는데 유권자들은 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보수와 진보가 경제정책과 사회적인 문제에서 구분되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갈라지지 않는다. 미국의 법은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보수인 공화당은 경제를 자유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임신중절, 소수민족, 인종문제, 장애인 문제등의 해결에 비교적 소극적이다. 반면에 진보인 민주당은 정부예산을 시장에 투입하여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소수 계열, 장애인, 임신중절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공화당은 주 정부에 많은 권한을 주고 연방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반면 민주당은 연방정부가 좀더 주도하는 편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원조라고 하는 한민당은 미국의 보수에 가까운 당이었다. 미군정 사령관 하지 중장은 한국에 한민당 같은 보수세력이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송진우와 장덕수는 하지의 미군정과 한국국민 사이의 메신저였다. 미군정은 일제강점기에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기용했다. 좋게 보면 능력중심의 인사였고 나쁘게 보면 친일파 청산을 등한시했다.


국민의 힘이 내새우는 이승만과 박정희도 미국이 원하는 정책에 충직하게 따라갔다. 그들 또한 친일파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유보된 친일파 청산은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좀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적과 내통한 사람들”이라는 개념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다. 한반도를 강점했던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의 적이었지 한국의 적이 아니었고 한국 국민의 힘으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국토의 주권을 되 찾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친일파의 다른 말은 적과 내통한 자 즉 반역자이며 승전국의 반역자에 대한 처벌은 신속하고 냉혹한 것이 상례이다.


빨갱이-진보, 친일파-보수라는 이념논쟁은 민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의 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한국의 정당은 민생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시행하기 보다는 이념논쟁으로 상대를 비하하여 권력을 장악해 왔다. 이는 정당이라기 보다는 파당에 불과하다. 파당의 권력 다툼을 당파싸움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조정대신들의 당파싸움은 민생을 피폐하게 했고 국가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한민국 시대의 정당도 파당에 불과했다. 물론 조선시대의 파당 보다는 좀 양질이었지만 당파싸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은 아시아 제일의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어찌된 연고일까? 이는 유권자들의 높은 민도와 미국의 긍정적인 개입이 저질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파당 행위를 막아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민생이 첫째이지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저 마다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민생을 돌보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국 경제는 재벌 중심의 자본집약 구조에서 중소 기업 등의 육성을 통한 소득 분배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재벌 덩치 줄이기 노력은 요즈음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록펠러, 카네기 같은 재벌이 사라진지는 아주 오래전이다. “북한은 권력이 세습하고 남한에서는 재벌이 세습한다.”는 말이 지금도 수긍이 가니 한심한 일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출산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쓰고 단기적으로 과감한 이민정책을 써서 노동인구와 소비인구를 늘여야 한다. 젊은이 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기르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한다. 출산 정책에 앞서 청년들이 가정을 이룰만한 일자리를 가져야한다. 인구 감소는 경제를 악화 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결혼할 엄두를 못내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냐한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한국의 기술을 따라오고 있다. 한국은 선진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재 개발에 한국인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세계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도 미국과 같은 인재를 우대하는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시장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나친 친미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과 미국의 중간에 서는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일제시대와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다. 분단과 대한민국은 제국주의에서 민족 자결을 중요시하는 냉전시대로 전환하면서 특유한 지정학적 위치의 한반도에 발생한 이변이다. 이번 대통령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민생대통령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벌문제, 인구문제, 외교문제, 기술개발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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