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zich Aug 29. 2019

베이비 드라이버, 연희동.

19.08.29.

직장 동료의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나는 취향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집에 초대해준 이 동료도 역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에 집으로 놀러가는 게 꽤 기대가 되었다. 오래 보아 온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인이 무언가를 즐거워하면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이 초대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고 즐거이 생각하는지 요 며칠간 또렷하게 느끼던 참이었다. 


일반적으로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거나, 보통의 선택과는 다른 시도라는 게 엿보이는 결과물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 집에는 여러가지 즐거운 점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내겐 욕조가 참 인상깊었다. 원래는 작은 샤워부스로 사용했을 법한 공간을 타일로 채우고 쌓아서 욕조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 외할아버지를 따라 동네 목욕탕에 가면 온탕 타일 바닥이 꼭 그렇게 생겼었는데.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보니까 재미있고 귀엽게 느껴졌다.


이 동료는 LP판을 모으는 게 취미인 사람인데, LP 플레이어 아래 작은 수납장에 꽂혀있는 여러 개 LP들을 둘러보다가 '베이비드라이버' 수록곡 음반이 눈에 들어왔다. 보고 들은 지가 오래라 집들이가 끝나기 전에 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각자 마시고 싶은 술을 골라 LP와 TV가 있는 2층으로 올라왔다. 올라간 게 아니고 올라온 거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나에겐 2층이 더 아늑했나 보다. 베이비드라이버 음반을 돌려 듣다가, 영상을 보았다. 역시 보통은 잘 하지 않는 시도를 한 작품이다. 여기서 음악은 사운드로 존재하지 않고, 외려 영상이 사운드로 존재한다. 이명증이 있는 주인공이 입모양만으로 벙긋벙긋 음악의 가사를 과장하여 따라하는 것에서도 영상이 음악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그 시도들이 전과는 달랐거나 독보적일 때 그것을 만든 이들에게 아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것은 그 당시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순간적인 반응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났을 때 생각이 난다. 소리가 들린다. 그림이 그려진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선명해야 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