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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beom Shim Aug 15. 2022

1. Notes Coffee

미술관옆 애정하는 카페,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밀크커피


모처럼 영국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샌프란시스코의 모마, 파리의 오르세,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 전세계에는 멋진 미술관이 수도 없이 많다.  언제 부터인가 한국의 현대미술관도 세계 유수 도시의 미술관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미술관 한곳을 꼽아보면, 단언컨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라고 생각한다. 루브르처럼 작품이 많은 것이 아니고, 오르세처럼 인상파라는 주제가 명확하지 않지만, 내셔널 갤러리의 특징을 굳이 표현하자면, 유구한 세월을 켜켜이 모아 놓은 아름다운 작품의 셀렉션이 아닐까?


5년만에 런던 48시간의 체류기간 동안 무리해서라도 굳이 시내에 다녀온 이유는 내셔널 갤러리 때문이었던것 같다.




내셔널 갤러리 옆에는 런던 카페 랭킹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던 Notes Coffee  있다.  Notes Coffee 개성이 강한 영국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임팩트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주제의식과 양질의 커피, 훌륭한 로케이션, 특징있는 밀크 커피의 궁합으로 런던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장소이다.



매장의 이름은 Notes Coffee. 과거에는 Notes Music & Wine이라는 이름이었는데, 10여년전 부터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꾸준히 캐릭터를 바꾸고 있다. 매장의 시작은 오래된 음반가게, 생존을 위해서 와인을 함께 판매하다가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에는 완전히 커피매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매장의 구조는 ( 당연히 ) 런던의 오래된 건물이라 정방형의 반듯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의외로 분위기가 운치있다.






과거에는 안쪽의 테이블 주변이 와인 판매대여서 보틀샵처럼 와인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페셜티 커피와 간단한 음식위주의 매장으로 변화했다. 안쪽의 독특한 모양의 조명은 Notes Coffee를 상징하는 조명이 되었다.






노츠 커피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피비 스케일. 슬레이어, 시네소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스프레소 머신 회사 라마르조코의 엔트리 모델이다. 최신 제품인 피비 스케일은 독립보일러와 온도 조절까지 가능해서 간결한 디자인과 고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그라인더는 미토스원. 아시아 최초의 세계 챔피언 히데노리 이자키의 시연을 통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안정적인 추출과 원두의 온도 변화를 통해서 최적의 추출을 지향한다. 브루잉 커피는 말코닉의 EK43그라인더이다. 에스프레소 추출까지 가능하고, 날카로운 절삭력으로 브루잉 커피의 매력을 명확하게 선보이고 있다.






영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마스크 정책이 자유스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녀서, 눈치가 였지만, 꿋꿋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녔다.






노트커피의 추천 커피는 밀크커피.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플랫화이트는 호주에서 시작한 밀크 커피로 거품을 넘치지 않게 플랫하게 담는다는 의미였는데, 영국에서는 더블샷 에스프레소와 소량의 밀크커피가 들어있는 진득한 밀크커피의 뉘앙스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호주식 밀크커피의 뉘앙스 피카디 글래스까지 함께해서 유리잔에서 담긴 밀크커피의 뉘앙스까지 추가 되었다.


노트의 밀크 커피가 특별한 이유는 스페셜티 커피 ( 과거에는 영국최고의 로스터리 스퀘어 마일의 커피를 사용했지만, 최근들어서는 독자적으로 로스팅을 시작했고 품질도 훌륭하다. )와 스페셜티 커피 밀크의 궁합 덕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마시는 대부분의 우유는 홀스타인 품종 ( 속칭 점박이 소 )의 우유를 사용하는데, 영국 지방에서는 저지 품종 ( 얼핏 보면 과거 한국의 누렁이와 비슷한 모양이다. )의 우유도 조금씩 유통이 된다. 영국의 저지 품종의 소는 일반 홀스타인 품종보다 생산량이 매우 적지만, 유지방의 함량이 매우 높다. 영국이 사랑하는 휴양지 콘월에서는 저지 품종의 우유를 기반으로 코니시 클로티드 크림을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영국이외에 유통이 거의 없는 클로티드 크림, 딸기쨈, 스콘의 궁합은 진심으로 저세상의 맛에 가깝다.


노트커피는 스페셜티커피 밀크라는 이름으로 홀스타인과 저지품종의 밀크를 혼합한 특별한 우유를 사용해서 밀크커피를 만드는데, 향미좋은 스페셜티 커피와 질감과 단맛이 폭발적인 궁합의 밀크커피는 단언컨대 세계 최고의 밀크커피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모처럼 런던을 찾아서 커피한잔의 여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런던에서 가장 애정하는 내셔널 갤러리로 이동을 했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참 좋은 그림이 많다. 피터폴루벤스의 그림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지키는 사사 삼손은 아름다운 여인 데릴라의 유혹으로 본인의 약점을 고백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성경속에서 희대의 악녀로 묘사되는 데릴라가 아름다움으로 삼손을 묘사하는 장면은 상직적으로도 생생하고, 삼손의 무기력하지만, 근육질의 인체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림 한구석의 블레셋 족속들은 삼손의 머리가 깎일때까지 불안과 기대감속에 기다리고 있고, 한장의 그림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탐욕, 불안감, 희망과 같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말타는 인증샷. 당시에는 화가와 그림이라는 매체가 과시를 위한 소셜미디어였는지도 모른다.




미술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이다. 물론 다음칸의 고흐와 모네의 방이 더욱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느 터너, 콘스타블의 얌전하지만 개성이 철철 넘친다.




몽환적이면서, 후대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터너. 명확한 주제 의식이 모호해서 자유롭게 해석을 할수 있어서 좋아한다. 해석을 떠나서 그림의 임팩트 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애정하는 풍경화. 이전까지 인증샷 이라는 느낌의 풍경화에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한계에 대한 반성이라는 주제를 씁쓸하고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고흐의 그림을 보고 다음 여정을 준비했다.  고흐의 그림은 자화상이나 해바라기와 같은 작품들이 인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외로움을 의자에 빗대어 표현하는 고희의 빈의자 그림을 가장 좋아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고, 전세계의 매장을 찾아다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한다. 가끔씩은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는 험한일도 있지만, 커피 한잔의 여유와 좋아하는 그림까지 시간이 화살같이 흐르는 하루였다.


외부 원고로 런던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좀더 소개해야 하기에 다음 일정을 서둘러야만 하는것이 왠지 아쉬었다. 커피 한잔의 여유와 멋진 그림의 추억을 되새길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서 빨리 코로나의 시국이 정리되어 좀더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과 추억을 편안하게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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