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어 정밀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빼곡한 사람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각자의 이유로 서로 눈길한번 주지 못한 채 분주하지만
그들은 모두 말 못할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겠지.
제발... 부디... 마음 속으로 몇 번의 기도를 거치면서 한걸음씩 진료실로 향하겠지.
원무과에 수납을 하고 진료를 기다린다.
진료 대기실은 무언가 초조함이 감돈다.
드르륵. 닫힌 문이 열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진료실 문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기실 의자에 앉는다. 털-썩.
아들은 아버지에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그러니까 술, 쫌!!! 담배, 쫌!!!" "내가 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털-썩.
그리고 이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강렬한 분노 뒤에 숨었던 슬픔이 그제야 터진다.
한없이 작아진 아버지는 중얼중얼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제 그만 살아야제"
이런 그들 사이로
간호사는 다가와 오늘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추가 검사를 해야한다며 금식 시간을 체크한다.
아, 참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