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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남 May 02. 2023

여기는 대학병원입니다

건강 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어 정밀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빼곡한 사람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각자의 이유로 서로 눈길한번 주지 못한 채 분주하지만 

그들은 모두 말 못할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겠지.

제발... 부디... 마음 속으로 몇 번의 기도를 거치면서 한걸음씩 진료실로 향하겠지. 


원무과에 수납을 하고 진료를 기다린다.

진료 대기실은 무언가 초조함이 감돈다. 


드르륵. 닫힌 문이 열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진료실 문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기실 의자에 앉는다. 털-썩. 


아들은 아버지에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그러니까 술, 쫌!!! 담배, 쫌!!!" "내가 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털-썩. 

그리고 이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강렬한 분노 뒤에 숨었던 슬픔이 그제야 터진다.  


한없이 작아진 아버지는 중얼중얼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제 그만 살아야제" 


이런 그들 사이로 

간호사는 다가와 오늘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추가 검사를 해야한다며 금식 시간을 체크한다. 


아,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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