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애보면 용돈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번엔 육아수당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앞으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이 나라에서 주는 양육수당이나 아동수당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내가 나에게 주는 돈, 육아를 할 때 필요한 돈이라는 의미에서 육아수당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노동은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 했으면 어느 정도 보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힘들 기만 한 것이 있어선 안 되죠. 혹, 육아가 일하는 것이냐, 사랑하는 자녀를 돌보는 것을 어디 일에다 비교 하냐, 라는 날선 비판에 움츠러들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그럼 우리가 놀고 있나요?
물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행복이지만, 어쩔 땐 너무 예뻐서 눈물이 다 날 정도라도, 그러나, 아무리 즐거운 일도 책임이 따르고 온종일 치이다 보면 힘들어지는 법입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때에 따라선 직장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것이 육아죠. 그러니 우리도 마음을 고쳐먹고,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요구할 때입니다.
육아를 한다고 나에게 쓰는 돈이 필요 없지 않아요. 주기적으로 화장품도 사야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있어야 합니다. 가끔 친구를 만나 차도 한잔해야 하고, 소확행을 위한 탕진잼 정도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어야겠죠.
한편, 월급을 아내가 관리하니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살 수 있다, 그러니 육아수당은 필요 없다고 반론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하게 목적을 정해놓지 않으면 원하는 때에 쓰기가 망설여집니다.
커피 한잔을 먹으려다가도 “이 돈이면 우리 애랑 키즈카페 한 시간인데”라며 망설여지게 되고, 한번 하는 군것질이면 애 기저귀가 몇 개인지 생각나 망설이며 포기한 게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항상 아이가 먼저기에 나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곤 하죠.
이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해야 할 때 입니다. 그리고 온전히 나를 위해 써야 합니다. 육아로 고생하고 힘든 나를 위한 용돈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죠.
제가 생각하는 육아수당은 최소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쓰는 용돈과 그 크기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직장일이 동일한 힘듦의 크기가 같다면, 나에게 생기는 보상도 같아야 하죠.
처음엔 어색할지도 몰라요. 지금껏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기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우리, 이제는 예전처럼 그러지 말아요. 나도 사랑받고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육아도 잘되요. 육아에는 ‘나를 사랑하는 연습’도 포함됩니다.
앞에서 나를 위해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육아수당’이란 말을 써 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용돈만으로 육아로 지친 나를 온전히 위로할 순 없겠지만, 소소한 행복을 위한 투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 한 번 더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육아에 꼭 필요한 아이템과 함께 말이죠. 먼저 이야기에 앞서 재미있는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2009년 로마 교황청이 발간하는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의미 있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20세기 여성해방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을 다루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세탁기였죠. 이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은 다소 의아해하실거예요. 다른 중대한 발명도 많은데, 하필이면 가정마다 한대씩 있는 세탁기라니. 세간에 가짜 뉴스가 많이 떠돌아다닌다더니 이것도 그런 기사가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그러나 다음 글은 여러분의 의심을 사라지게 할 거예요.
19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세탁기에 관련된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세탁기가 도입된 후 빨래에 소모되는 시간이, 기존 4시간에서 40여분으로 줄었음을 알 수 있죠. 10분의 1 수준으로 경감된 시간은 가사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투자를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사용자에게 돌려준다니, 세탁기의 가치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지금 세탁기가 주는 혜택만큼이나 우리의 육아에 도움이 되는 가전제품이 있습니다.
자, 소개에 앞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육아’는 누가, 어떤 아이를 데리고 해도 힘듭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결코 여러분이 실수해서 또는 유난을 떨어서 그런 것은 아니죠. 원래 힘든 겁니다. 그리고 원래 힘든 육아는 우리가 바꿀 수 없어요.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러나 육아 이외의 것 중 개선할 것이 있다면? 찾아내 바꿔야 합니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만들어 준다면, 심도 있게 고려해야하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한 번 더 아이에게 웃어줄 수 있습니다. 화 한번 낼걸 참을 수도 있겠죠. 그렇기에 다음의 저의 제안은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이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을 소개할게요.
첫 번째 아이템은 ‘의류 건조기’입니다.
세탁기가 20세기 여성에게 가장 혁명적 발명이라고 한다면 저는 조심스럽게 그 다음은 건조기라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예요.
아이를 키우면 하루에도 두세 번 세탁기를 돌리는 건 예사입니다. 신혼 때 여유롭던 빨래건조대는 이제 자리가 부족하죠. 그나마 겨울은 버틸만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세탁해야 할 빨래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건조대에 빨래는 마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장마라도 오면 빨래에서는 냄새가 진동하죠. 이런 상황에 아이가 옷에 음식이라도 흘린다면, 우리는 자제력을 잃게 될 거예요. 그러나, 이젠 걱정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빨래도 건조기 한번 돌리면 끝입니다. 아이가 옷에 밥을 흘려도, 침대보에 실례를 해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죠. 자애로운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건조기에서 나오는 먼지를 보며 얻는 정신적 안도감은 보너스예요.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라는 말은 분명 건조기에도 해당합니다. 가정에 세탁기가 있는 것이 당연하듯, 아이 키우는 집에 건조기는 필수라 생각해요.
두 번째는 ‘식기세척기’입니다.
과거 잘 씻기지 않는 식기세척기로 인해, 유사 전자제품군에 불신이 쌓여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가전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설거지에서 자유로워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해요.
건조기의 필요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육아를 하면 ‘설거지거리’ 또한 늘어납니다. 이는 단순히 식구가 한명 더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숟가락 젓가락 더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유식을 예로 들면 좋겠네요.
우선, 조리도구가 한 세트 더 늘어납니다. 식재료를 담아두는 그릇부터 따로 준비해야 해요. 어른이 쓰는 도마를 같이 쓸 수 없기에, 이유식 재료에 따라 여러 장이 더 있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손질용 도구와 칼도 구분해야 하죠. 여기에 식기류와 수저 그리고 조리용 냄비도 필요합니다. 아직 분유를 같이 먹는다면 젖병까지 추가되겠네요.
이 많은 도구를 설거지하려 하다 보면, 시간은 배가 됩니다. 어른 두 명 먹는 설거지가 아니게 되죠. 이젠 한 끼 설거지에만 적어도 2~30분은 걸립니다. 결코 무시할 정도의 시간은 아니죠. 이 시간을 절약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 육아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아이가 먹는 그릇을 기계에게 맡기는 게 불편하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혹시 세척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죠. 저 역시 세척기를 쓰고 있지만 아주 드물게 잔존물이 남아있는 것을 보곤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기세척기는 있어야 해요.
분유병이나 유아식기 같이 직접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손으로 세척한다고 해도, 최소 어른들이 사용하는 식기류는 기계가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조심스럽다면 천연 유래 제품군의 세제를, 용법에 맞게 소량 적용하면 돼요. 이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초벌 세척만 세척기가 하고, 헹굼은 내가 한다고 계획해도 좋습니다. 이것만 해도 설거지의 부담이 경감되죠. 어서 설거지 걱정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은 ‘로봇청소기’입니다.
제가 처음 로봇청소기를 접한 건 2014년이었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제게 획기적인 아이템 같아 보였죠. 최소 방바닥에 ‘고양이 털’이 날아다니는 문제에서 해방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뒹굴 거리는 로봇청소기를 보며, 제 꿈은 무너졌죠.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려졌습니다.
스스로 집 구조를 파악해 돌아다닙니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청소해요. 최소 화장실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듭니다.
물론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람이 하는 것보다 만족스러울 순 없습니다. 문 뒤에 먼지를 지나치기도 하고, 미리 치워놓지 못한 빨래에 걸려 버벅되다 멈추기도 하죠. 그러나, 완벽의 틀에서 벗어난다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잠시만 생각하면, 아이 키우면서 청소기 한번 돌리기가 쉬운지 어려운지는 금세 알 수 있어요. 칭얼대는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집안일은 자연스레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청소기 돌릴 시간이 없어 바닥에 돌아다니는 머리카락을 보면 한숨이 나지만, 여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그러나 이제 최소한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모습은 피할 수 있습니다. 로봇청소기가 해결해 줄 거예요.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 로봇청소기를 무서워할 수도 있죠. 이럴 땐 밖에 나갈 때 청소기를 돌리던가, 외출 중에 작동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매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요즘엔 사물인터넷이 적용돼 핸드폰으로 구동 가능한 제품도 많이 있으니까요.
거창한 이야기를 할 것처럼 하더니 고작 아이템 타령이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런 거 없이 다 잘 했다, 유난 떨지 마라, 전기세 많이 나온다 등의 비난도 예상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내가 아무리 사달라고 해도 들은 채 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좋은 말을 갖다 붙이며 회피했죠.
그러나 위 세 가지 아이템을 쓰고 있는 지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왜 일찍 결정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뿐이죠. 가사의 경감으로 인해 부부싸움 거리가 줄어들고,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났으며,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앞에서 육아의 분배만 이야기했다고 해서 가사는 나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사도 나눠서 해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나눠야 할 몫이 줄어든다면 어떨까요.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잘 못할지도, 실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이를 더 사랑할 시간을 벌어준다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데는 아끼는 게 아니에요. 오늘의 투자로 만족스러운 내일을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