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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Dec 20. 2018

아이만 생각하는 육아, 이제 그만

육아에 지친, 아내를 생각하세요

이것만 알아도 육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저의 주장은 ‘이제부터 아내를 도와 가사 및 육아에 참여하자.’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하루’가 되니 직장에서 돌아와 저녁 시간 동안 아내와 육아를 분담해야 하며, 이것은 행복한 가정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했어요.

자, 이제 아내를 도와 육아를 시작할 남편들이 ‘실수 없이’ 잘하기 위한 ‘조언’을 제 에피소드에 담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미 아내를 도와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니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는 제가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로 돌아갑니다.


앞서 제가 육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내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했습니다. 자신감도 충만했고 준비도 철저했죠. 그 준비 중 한 가지는 ‘독서’였고, 시중에 나와 있는 ‘아빠 육아’에 관련된 책은 거의 다 보았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밑줄도 긋고 태그도 하며 열심히 읽었어요.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나만의 육아관’을 정리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최고의 아빠가 되어 양질의 육아가 가능할 것이라 확신했죠. 의지도 좋았고 용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한계에 다다랐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내를 위한 육아’를 염두에 두었어야 했습니다. 저의 실수는 육아에서 고려대상을 ‘아이’로만 한정하고 시작한 것이에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육아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지 아내를 위한 육아는 또 무슨 소리인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육아를 할 때 아이만 생각하면, 그 자체로 ‘한계’를 지닙니다.

어떤 한계가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먼저 ‘아이만 고려대상에 넣는 육아관’을 정립해준 ‘아빠 육아’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서적에서 말하는 아빠 육아의 장점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학업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

 사회성과 긍정적 자존감이 형성되어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심어줌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며,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표현하는데 좋은 영향력을 끼침


위에서 열거된 아빠 육아의 장점을 보면 ‘아이’에게만 육아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혹 몇몇 책에서 아내가 언급되더라도 ‘도와주면 좋다.’,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는 것이 추천된다.’ 정도로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었기에, 그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했죠. 그리고 자연스레 육아의 고려대상을 아이로 한정하였습니다.

사실, 육아 서적이 아이를 키우는 것만을 말하는 것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아이만을 위한 육아’는 말 그대로 ‘바른 글’입니다. 이건 마치 “매일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으니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영어회화를 공부하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운동을 하고 영어공부를 하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피곤한 나를 설득하고 동기부여 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그럭저럭 아이를 볼 수 있었지만 힘들 때, 저의 육아는 무너졌어요. 책에 나온 대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아이에게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 몸이 힘들어지니 책 속 ‘바른 글’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날 설득하기에 부족했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몸이 힘들자 마음속에서 육아는 ‘꼭 해야 되는 것’이 아닌 ‘하면 좋은 것’으로 변해갔고, 더 이상의 저의 ‘아빠 육아’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퇴근 후 아이를 멀리하기 시작하였고, 육아의 책임을 아내에게 미루었습니다.

이런 방황의 시간을 겪고 제가 찾아낸 것은 바로 ‘아내를 위한 육아’입니다. 육아에‘아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돼요. 왜일까요?


육아에 아내가 고려대상이 되면, 아내가 하는 ‘가사’의 무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의 피곤한 몸 상태가 거짓이 아니듯 아내의 힘듦 역시 배려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나도 힘들지만 하지 않으면 아내가 더 힘들어진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며, 육아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닌 ‘꼭 해야 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나의 힘듦이 아내의 고통을 공감하게 해 주어, 육아에 ‘책임의식’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이 바로 ‘아내를 위한 육아’의 힘입니다. 육아로 힘들 때마다 아내를 생각하세요. 오늘도 ‘본인 없는 하루’를 보낸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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