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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이 Apr 15. 2024

아들아, 39살 엄마도 회사에서 혼난단다

복직 6개월차 회사 적응기

대기업 온라인쇼핑몰에서 10년간 MD로 일하고, 첫째 둘째를 낳으며 3년을 쉬었다.

복직을 하려니, 기획팀으로 가라고 한다. 

대표님 보고서도 쓰고, 본부장님 미션도 수행하는 바쁜 부서이지만, 오랫동안 쉰 나를 기억해주고 불러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적어도 6개월 전 복직당시에는 그.랬.었.다.


바로 어제였다. 담당님(상무님)한테 탈탈 털리며 혼난 것은. 

대표님 보고자료를 쓰느라 한주동안 7시가 되지도 않은 아침에 회사로 도착했다. 아이들때문에 야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일찍 출근해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 채 보고서를 쓰는데에 열중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담당님과 팀장님께 무사히 컨펌을 받고 지나갈 줄만 알았다. 

"4시 반에 잠깐 회의실로 와. 최종 컨펌하자."

살짝 고백하자면, 모든 부분을 열심히 쓰다가 한 부분을 대충썼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에 대충 마무리하고 월요일에 다시 봐야지 생각한 것이, 월요일 아침에 까먹고 보지 않은 것이다. 

담당님은 귀신이다. 대충 작성한 부분은 기가막히게 냄새를 솔솔맡고 나에게 물었다.

"이 파트를 쓴 의도가 뭐지? 대강 수치만 나열했고, 해석이 없잖아. 겨우 이 수준이야?  수치가 맞아?"


수치를 확인해본 나는 마음속으로 절망했다. "망했다. 대충 썼는데 하필 수치도 틀렸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난 수치보는 감각이 이렇게 없나? 왜 이렇게 바보같지? 이것도 못봤으면서 룰루랄라 친구들과 카톡하고 일하는 시간에 온라인쇼핑했어?  나를 팀에 부른 후회하고있지는 않을까? 똑똑이인줄 알고 복직할 때 불렀는데, 알고보니 바보였다고. 


짧은 순간 얼마나 큰 좌절감과 나에 대한 실망을 느꼈는지 모른다. 

왜 난 그동안 담당님이 하는 노력의 절반도 하지 않았을까? 매일매일 그날의 매출을 확인하고, 어떤 요인으로 신장/혹은 역신장을 했는지 분석하고, 마케팅행사를 분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기획팀이라면 의례 해야하는 역할을, 누군가 나에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있지 않았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남편 앞에서 한바탕 울고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 

내일부터 달라질 나를. 

내일부터 나는 다른 내가 될 것이다. 


1. 책상 깨끗하게 정리하기

2. 중요한 서류는 미리 인쇄해서 꼼꼼히 체크하면서 보기 (모니터로만 보면,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때가 있다.)

3. 마케팅행사/각종 수치들은 매일매일 1시간씩 시간을 들여 파악하기 

4. 특이사항은 달력에 미리 메모해놓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내일의 출근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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