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6개월차 회사 적응기
대기업 온라인쇼핑몰에서 10년간 MD로 일하고, 첫째 둘째를 낳으며 3년을 쉬었다.
복직을 하려니, 기획팀으로 가라고 한다.
대표님 보고서도 쓰고, 본부장님 미션도 수행하는 바쁜 부서이지만, 오랫동안 쉰 나를 기억해주고 불러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적어도 6개월 전 복직당시에는 그.랬.었.다.
바로 어제였다. 담당님(상무님)한테 탈탈 털리며 혼난 것은.
대표님 보고자료를 쓰느라 한주동안 7시가 되지도 않은 아침에 회사로 도착했다. 아이들때문에 야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일찍 출근해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 채 보고서를 쓰는데에 열중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담당님과 팀장님께 무사히 컨펌을 받고 지나갈 줄만 알았다.
"4시 반에 잠깐 회의실로 와. 최종 컨펌하자."
살짝 고백하자면, 모든 부분을 열심히 쓰다가 한 부분을 대충썼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에 대충 마무리하고 월요일에 다시 봐야지 생각한 것이, 월요일 아침에 까먹고 보지 않은 것이다.
담당님은 귀신이다. 대충 작성한 부분은 기가막히게 냄새를 솔솔맡고 나에게 물었다.
"이 파트를 쓴 의도가 뭐지? 대강 수치만 나열했고, 해석이 없잖아. 겨우 이 수준이야? 수치가 맞아?"
수치를 확인해본 나는 마음속으로 절망했다. "망했다. 대충 썼는데 하필 수치도 틀렸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난 수치보는 감각이 이렇게 없나? 왜 이렇게 바보같지? 이것도 못봤으면서 룰루랄라 친구들과 카톡하고 일하는 시간에 온라인쇼핑했어? 나를 이 팀에 부른 걸 후회하고있지는 않을까? 똑똑이인줄 알고 복직할 때 불렀는데, 알고보니 바보였다고.
짧은 순간 얼마나 큰 좌절감과 나에 대한 실망을 느꼈는지 모른다.
왜 난 그동안 담당님이 하는 노력의 절반도 하지 않았을까? 매일매일 그날의 매출을 확인하고, 어떤 요인으로 신장/혹은 역신장을 했는지 분석하고, 마케팅행사를 분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기획팀이라면 의례 해야하는 역할을, 누군가 나에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있지 않았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남편 앞에서 한바탕 울고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
내일부터 달라질 나를.
내일부터 나는 다른 내가 될 것이다.
1. 책상 깨끗하게 정리하기
2. 중요한 서류는 미리 인쇄해서 꼼꼼히 체크하면서 보기 (모니터로만 보면,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때가 있다.)
3. 마케팅행사/각종 수치들은 매일매일 1시간씩 시간을 들여 파악하기
4. 특이사항은 달력에 미리 메모해놓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내일의 출근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