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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Nov 13. 2020

시월이

스튜디오 1992 따수운 글쓰기 2주차 모임

#1


  신대방역 3번 출구 앞에서 아기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파란색 담요가 덮인 박스에 담겨 온 아주 작은 아깽이였다. 잘못 만지면 바스라질 것 같은 연약한 존재를 만져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아봐도 된다는 말에 나의 손길이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레 아기 고양이를 품에 들어 안았다. 이 아이는 내 품에 두 발을 디딘 채 새로운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겁을 먹은 듯하지만 호기롭게 세상 구경을 하던 아기 고양이에게 나는 단번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이 귀여운 아이는 아주 호기심이 많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바로, 이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10월에 함께하게 되어서 이름을 시월이라고 지었다. 나의 성을 붙이면 '황시월'이 된다. 반려동물 이름은 대충 지어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친구의 말에 무심하게 지은 이름처럼 보이도록 사실은 무척 애써서 지은 이름이다. 친구에게 시월이라는 고양이를 키운다고 말했더니 시월이는 옛날에 구월이라는 이름처럼 몸종(시녀, 하녀)의 이름으로 흔히 불렸다고 했다. 시월이라는 이름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더럽혀졌지만 시월이는 아주 예쁘기 때문에 과거에 몸종의 흔한 이름이었다는 사실에도 금방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나는 2018년 가을부터 옥탑방에서 자취를 했다. 시월이는 처음에 나와 옥탑방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 시월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보기 위해 매일 칼귀가를 했다. 처음 시월이를 데려올 때에는 2개월 정도 된 아이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알게 되기를, 처음 데려왔을 땐 40일이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시월이가 처음 온 날 찍은 영상을 보면 달리다가 제풀에 넘어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물이이기는 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가 집에 9시간이 넘도록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죄책감에 퇴근하고 집에 매일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일을 빨리 마치고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최대한 빨리 달려가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행복이 되었다.

  시월이가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찾아왔다. 나에게 알러지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고양이 알러지 증상과 극복 방법을 검색했다. 알러지를 가진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찾아본 알러지 극복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이불 자주 털고 청소 자주 하기

2. 헤파필터가 있는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기

3.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기

4. 알러지원(고양이)을 되도록 만지지 않고, 만졌다면 손을 깨끗이 씻기

5. 되도록 고양이가 침대에 못 올라오게 하기


  1번부터 4번까지는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되는 일이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청소를 하고 나의 여유 비용을 공기청정기와 청소기, 영양제와 헬스장에 투자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5번은 너무 슬픈 일이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시월이와 뒹굴며 교감을 하는 시간을 없애야 한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회사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피곤하고 어지러워지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고민은 깊어졌다.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지는데 시월이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해온 유기묘 입양이었는데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실천했다. 매일 귀가 후 청소포로 바닥 청소를 했고, 헬스를 40분이라도 했으며 매일 이불을 털었다. 먹지 않고 찬장 구석에 처박아둔 영양제들을 꺼내 먹었다. 시월이가 내 얼굴을 만진 후에는 세수를 했고, 내가 시월이를 만진 후에는 침대맡에 둔 손소독제로 손을 닦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

  나중에 알러지 검사를 하니 나는 고양이 알러지가 아니라 집먼지진드기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월이가 집 구석구석을 누비며 먼지를 묻혀와 내가 먼지에 평소보다 많이 노출됐고, 먼지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 것이었다. 안도했다. 그리고 시월이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이제 마음대로 시월이를 내 얼굴과 목에 비빌 수 있다. 시월이가 내 얼굴을 핥는 동안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청소를 부지런히 하는 습관은 계속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은근히 시월이를 궁금해했다. 시월이와 지낸 지 2주 정도 되던 날 엄마에게 시월이를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엄마가 있는 집은 지하철로 한 시간 십 분 정도 걸려 가야 했다. 한번 가는 김에 오래 있다 오면 좋을 것 같아서 금요일에 연차를 냈다. 목요일 밤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본가에 지내기로 계획했다. 처음 여행하는 시월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뇌하며 '시월이 외할머니댁 방문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월이 외할머니댁 방문 준비물

1. 이동장, 담요, 로프

2. 사료 3일 치

3. 츄르 4개

4. 모래삽

5. 아보카도 인형, 노란 물고기 인형, 털인형, 빨간 물고기 낚싯대


  시월이는 본가에 곧잘 적응하고 탐험을 해갔다. 거실에서 화장실까지 질주하며 자신의 영역임을 선포했다. 두 배는 넓어진 집에, 외할머니라는 다른 사람의 존재까지 더해져 시월이에게 더욱 좋은 환경이 된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시월이를 본가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3일을 계획했던 방문이 어느덧 3주를 넘기고 있다. 시월이 덕에 나도 본가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출퇴근이 왕복 한 시간 정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겨 좋다. "쟤 더는 안 컸으면 좋겠다. 더 크면 징그러울 텐데..."라고 말하는 엄마는 시월이에게 무릎을 내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적막했던 집안에 어리광쟁이가 생겨 웃음소리가 늘었고 모녀 사이도 좋아졌다. 시월이도 거대 장난감이 둘로 늘어나 더 행복한 것 같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니야아옹 소리가 들리고 시월이가 자다 깬 얼굴로 나를 반긴다. 내가 거실 소파에 앉아있을 때면 시월이는 거실에 있는 놀잇감 사이를 기웃거리고, 내 방 책상 의자에 앉아있을 때면 발 아래를 서성이다 책상으로 올라오곤 한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매번 쫓아와 옆을 지키거나 타일 바닥에서 뒹군다. 밤에 잠깐 잠에서 깨 눈을 뜨면 시월이가 항상 옆에 있다. 나의 뒤척임에 덩달아 잠에서 깬 시월이가 고개를 들고 얼떨떨하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두워서 시월이가 안 보이면 나는 주위를 손으로 더듬어 시월이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사각사각한 이불 사이로 보송보송한 털의 감촉이 느껴질 때면 나는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시월이의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어떤 존재가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 아침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돈을 벌러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퇴근한 후 피곤한 몸으로도 매번 더욱더 스릴 있는 사냥놀이를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와 항상 공간을 공유하는 시월이 덕에 나는 아주 많이 행복해졌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유대감이 우리의 공간을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2


frrrrr bn,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                                                                                                                      ;;;;;;;;;;;;;;;;;;;;;;;;;;;;;;;;;;;;;;;;;;;;;;;;;;;;;;;;;;;;;;;;'''''''''''          cxxxxx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c                                              xxxxxxxxxxxxxscsvbbbbbbbbbbbbbbbbbbbbbbbbbbbbbxxxxxxxxxxxxxxxxxxccccccccddd2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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